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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맑음 Oct 18. 2021

앞마당 ‘손님 초대’가 일상이었다.

뒷마당이 보이는 우리집 부억 창가 식탁 풍경

어떻게 살아야 천상병 시인의 말처럼 인생 소풍 끝나는 날 ‘아름다웠노라’ 고백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묻고 깊이 고민한 끝에 내가 정한 인생 좌우명은 이렇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 로마서 12:15 -


기쁜 소식을 들고 온 친구에게 축하를 건네고 진심 어린 축복을 해줄 수 있다면, 슬픈 소식을 들고 온 친구에게 손수건을 건네고 따뜻한 포옹을 해줄 수 있다면 멋지게 잘 살았노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외향이다. 사람을 좋아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통해 삶의 활력을 얻는다. 아파트에서는 층간 소음으로 손님 초대가 자유롭지 못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집이길 바랬던 내 소망을 이루기엔 제약이 많았다. 10년 전, 내 오랜 기도의 응답처럼 감사하게도 우리는 지금 이곳 전원주택으로 집을 지어 이사를 오게 되었다. 드디어 복닥복닥 사람 냄새 가득한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집을 지을 때부터 나는 우리 집을 많은 이들에게 개방하고 싶었다. 자연과 벗한 삶의 기쁨을 사랑하는 지인들과도 함께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교회 친한 지인 여덟 가정으로 이루어진 모임이 있었다. 임신 출산 육아의 시간을 함께 공유했던,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머리를 맞대고 공부하고 기도했던 모임이다. 아파트에서는 모이기 힘든 인원이었으니 모임 장소는 언제나 우리 집이었다. “세아네 집이 있기 때문에 이 모임이 가능하다”는 말을 할 때마다 지인들은 우리 부부에게 미안해하고 고마워했지만, 우리 집 아이가 네 명이라 작은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다른 집으로 이동하는 것이 더 힘들다는 말로 우리 집 방문을 늘 웃음으로 맞았다. 사실이 그랬다.


아이들은 마당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때때로 마주하는 갈등 상황을 통해 사회성을 배웠다. 왜 차례를 지켜야 하는지 깨달았고 순서와 규칙을 알아갔다. 서로에 대한 양보와 배려를 익히며 단단한 우정을 만들어갔다.


크리스마스와 같이 특별한 날에는 음식을 한두 가지씩 장만해와서 뷔페로 나누어 먹었다. 가정별로 장기자랑 공연을 하고 아이들에게 동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선물 증정식과 카드 교환을 하면서 돈 주고 살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을 차곡차곡 쌓았다.


여덟 가정의 첫째 아이들이 중고생으로 훌쩍 커버린 지금은 어쩌다 여행을 가거나 차 한잔 마시는 가벼운 만남으로 이 모임을 유지하고 있다. 어린 시절 쌓아온 끈끈한 우정 덕분에 지금도 이 녀석들은 친 사촌보다 더 친하다.


지인 초대 음식 준비로 분주한 신랑의 바쁜 손.

신랑은 내향이다.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후에는 반드시 혼자만의 충전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다. 신랑은 처음부터 손님 초대가 쉬운 사람은 아니었다. 부부는 닮는다는 말, 이건 진리였다. 점점 나를 닮아가더니 지금은 오히려 역전되었다. 손님 초대에 나보다 더 적극적이니 말이다.


신랑은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어 스스로 책을 여러 권 사서 바베큐와 다양한 요리를 공부했다. 덕분에 나는 옆에서 보조만 하면 된다. 미리 고기에 양념을 재웠다가 요리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에너지 소모가 많았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 부재료가 조금 부족하다고 기어코 늦은 새벽 1시에 마트로 달려가는 신랑의 뒷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손님 초대에 진심인지 뭉클한 감동을 느꼈다. 힘들 법도 한데 음식을 준비하는 신랑의 손길과 표정은 언제나 즐거워 보였다. 전원으로 이사 와서 긍정적으로 변해준 신랑이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손님 초대가 있는 날 아침에는 온 가족이 설레는 마음으로 마당에 모여 타프를 치고 탁자를 펴고 의자를 세팅했다.


깨끗한 탁자 위에는 바베큐, 삼겹살, 로스트 치킨, 슬로푸드, 수제 햄버거, 볶음밥 등등 다양한 음식들이 차려졌다. 기쁜 일이 있는 지인들에겐 축하의 음식을 준비해 파티를 베풀었고, 슬픈 일이 있는 지인들에겐 위로의 음식을 준비해 격려를 해주었다. 정성껏 준비한 요리는 언제나 진심 어린 마음을 전하는 최고의 선물이 돼주었다.


손님을 초대하고 나면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한 가치를 우리 가정이 선물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두고 간 웃음과 눈물, 사랑과 우정이 우리 집 곳곳에 아름다운 향기로 스며들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건 값비싼 향수가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고귀한 향기다. 그런 선한 향기가 가득한 집에서 우리 네 명의 아이들이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고 또 자라고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엄마!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우리 집에는 늘 손님이 많았잖아요,
어떨 땐 힘들기도 했는데
손님을 맞는 밝은 표정의
엄마 아빠를 보면서
저희도 행복했어요.
소중한 추억입니다.


고1이 된 큰딸 세아가 가끔 이렇게 고백을 해주면 우리 부부는 가슴이 벅차다. 지난날 우리의 수고가 보상받는 기분이 든다. 그러나 사실, 세아 말대로 손님맞이가 늘 좋았던 건 아니다. 감내해야 할 어려움과 힘듦이 생각보다 많았다. 내가 가장 힘들었던 건 청소였는데, 다시 어질러질 집이라고 지저분한 집을 그대로 오픈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손님이 가고 나면 어지러운 뒷정리가 다시 남았다. 아이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장난감이나 소중한 물건이 망가졌을 때였다. 그래서 손님을 맞기 전 소중한 물건을 미리 치워두곤 했다. 한결같이 좋은 마음으로만 손님을 맞이하지는 못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일을 하지 않았을 때는 그나마 초대가 쉬웠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니 각자의 공간을 지켜줘야 하고 의견을 존중해줘야 하니 손님 초대가 조금 어려웠다. 아이들 넷을 키우며 일까지 하게 되면서부터는 누군가의 방문이 더 부담스러워졌다. 주말에는 늦잠을 실컷 자고 맘껏 퍼져있고만 싶다. 직장인에게 주말은 오아시스라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언젠가부터 신랑이 초대 약속을 잡으면 내가 슬며시 약속을 미루기도 한다. 지금은 오히려 우리 부부 성향이 반대가 된 느낌이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만남이 반강제적으로 자제되다 보니 왁자지껄 웃음꽃이 피었던 옛날이 그립다. 수고로움은 있었지만 사람 냄새 가득했던 우리 집 마당 풍경이 슬슬 그리워진다. 조용한 집보다는 소란한 집이 더 낫다. 코로나로 인해 만나지는 못하고 통화로 아쉬움을 달랠 때마다 통화 말미에는 곧 우리 집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자는 대책 없는 약속을 남긴다.


“엄마! 왜 요즘엔 우리 집에 손님이 안 오셔?!”

우리 아이들이 가끔 묻는다.


코로나가 조금 더 잠잠해지면 친한 지인 가정들을 불러 모아 삼겹살 파티를 해야겠다. 노을이 빨갛게 타오르는 저녁 무렵 아이들은 마당을 뛰어다니며 웃음을 흘릴 것이다. 고기는 지글지글 익어가고 우리들 마음은 소소한 행복으로 물들 것이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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