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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맑음 Sep 14. 2021

나의 체면을 살려준 하트 뿅뿅 호박전!

대파+홍고추로 만든 하트 뿅뿅 호박전.

저희 신랑은  형제  막내아들입니다. 고로 저도 막내며느리예요. 저에겐 듬직한 시아주버님과 대화가  통하는 다정한 형님이 있습니다. 형님댁과 저희는 연애시절부터 지금까지 얼굴 붉힐  없이 아주  지내고 있습니다.


저희 형님은 살림을 야무지게 잘하세요. 한식, 양식, 제과 제빵.. 이 모든 자격증을 취득하셨으니 요리 솜씨는 전문가 수준입니다. 특히 시부모님 생신 때와 명절 때마다 만들어 오시는 “소갈비찜”은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하고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명품 맛이에요. 저희 아이들도 큰 엄마표 소갈비찜이 최고라고 인정을 했습니다.


지난번 김밥 글에서 보셨다시피, 저 또한 음식, 요리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편인데, 어쩐지 형님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집니다. 고수 앞에서 하수는 꼬리를 내리는 법이니까요.


몇 해 전 시아버님 생신 때, 형님과 저는 음식을 서로 나누어 준비해 아침 일찍 시댁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형님은 샐러드와 시그니처 메뉴인 소갈비찜을 준비하기로 했고, 상대적으로 실력이 부족한 저는 온갖 종류의 전들을 부쳐가기로 했어요. 밥과 미역국, 반찬류는 어머님이 준비하셨습니다.


새벽 일찍 일어나 전을 부치는데, 실력과 맛으로는 형님을 절대 넘어설 수 없으니, 비주얼로 인정을 받아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디 보자.. 재료들을 쭈욱 둘러보는데, “대파”와 “홍고추”가 제 레이더망에 딱! 걸려들었어요. 순간 아이디어가 번쩍! 임기응변과 꼼수로 예쁜 호박전을 완성했습니다.


또 제가 누굽니까?! 전직 유치원 선생님 아닙니까?! 그동안 갈고닦은 가위질 솜씨로 대파의 파란 부분을 들고 영화 가위손의 주인공처럼 쓱싹쓱싹 파를 난도질했더니, 초록 하트가 낙엽 떨어지듯 우수수수.. 쏟아지지 뭡니까! 하하. 어떤가요? 제대로 하트 모양이 나왔나요? 저 위 사진을 참조해 주세요. 초록만 있으면 심심하니, 홍고추로 화룡점정 마지막 포인트를 콕! 찍어 힘을 줬습니다.


5가지의 전을 예쁘게 담아 들고 시댁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어느  보다 가벼웠습니다. 왜냐고요? 당연히 ‘하트 뿅뿅 호박전때문이지요. 믿는 구석이 있으니 어깨에 뽕이 심하게 들어가더군요. 기가 살아 팔딱팔딱 뛰어 들어갔습니다.


드디어  가족이 모두 모여 식탁에  둘러앉았을 ,  비장의 카드인 ‘하트 뿅뿅 호박전 자신 있게 식탁 위에 ! 올렸습니다.  가족의 눈과 입이 자동적으로 ! 벌어지더군요.


“히야~! 어쩜 동서 호박전이 너무 예쁘다!”

역시나 형님이 제일 먼저 반응해 주셨어요.


“어머어머~ 둘째 솜씨가 보통이 아니구나? 누가 유치원 교사 아니었달까 봐, 대파랑 홍고추 썰어놓은 것좀 봐! 세상에~! 여보, 둘째 며느리가 당신에게 보내는 사랑의 마음이랍니다. 많이 드세요.”

시어머님이 웃으며 말씀하셨어요.


“어이쿠! 예쁘기도 하구나!”

그날의 주인공인 시아버님도 함박웃음을 지으시며 기분 좋게 칭찬해 주셨습니다.


물론 그날 가장 인기가 많았던 요리는 단연 “형님 표 소갈비”였습니다. 형님은 ‘맛’을 책임지고, 저는 ‘멋’을 책임지고.. 이렇게 기쁨조가 되어 가족을 웃게 만드는 일에 항상 진심인 편입니다.


그날 이후, 시부모님 생신상과 명절상에는 ‘하트 뿅뿅 호박전 시그니처 메뉴처럼 올라가고 있습니다. 비록 호박이지만, 밥상의 품격과 비주얼을 책임지고 있다는 훈훈한 소식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하하.


이번 추석에는 당일날만 잠깐 모여 성묘하고 알밤 줍고 바로 헤어지자고 하시네요. 그래서 ‘하트 뿅뿅 호박전 아쉽게도 생략될  같습니다. 저에게 있어 ‘하트 뿅뿅 호박전  체면을 한껏 살려준 너무나 기특하고 사랑스러운 전이에요. 자신 있게 소개합니다.


언제나 지금처럼 저희 친가와 시가에 ‘하트 뿅뿅사랑이 넘쳐나길 소망합니다. 그리고 우리 작가님과 독자님 가정에도 사랑이  뿅뽕 샘솟길 축복합니다^^


모두맑음 윤현주표 하트 뿅뽕 호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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