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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안 Jul 20. 2020

BLACKPINK - How you like that

지금 YG가 걸그룹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모든 것


투애니원, YG. 이 두 가지만 말하면 이 그룹은 다 설명한 것이다. 


블랙핑크는 데뷔 5년 차이지만 아직도 투애니원의 그림자 아래 있다. 블랙핑크의 파트 구성은 투애니원의 멤버들이 바꿔 불러도 아무런 위화감이 없다. 그래서 YG는 색다른 돌파 전략을 취했다. 투애니원의 그림자 자체를 블랙핑크의 색깔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다른 아이돌 그룹들은 컴백마다 신선한 이미지를 갈아 끼우기 위해 여러 음악을 시도한다. 하지만 블랙핑크는 이미지 변신을 할 생각이 없다. 타이틀곡은 음악 장르부터 구성까지 거의 동일하다. <뚜두뚜뚜> <Kill this love> <How you like that>까지 모두 강력한 비트의 EDM 음악이고(흔한 발라드 커플링곡조차 없다), 가사는 크게 의미 없이 곡조를 살리는 데에만 집중하고(갑자기 튀어나오는 '실컷 비웃어라 꼴좋으니까'는 대체 무슨 뜻일까), 후반부에는 갑자기 피치를 올리는 구성을 택한다(둠둠둠두루둠). 그럼에도 이들이 표절 논란을 피해 갈 수 있는 건 전적으로 테디 한 사람에게만 곡을 받기 때문이다. 늘 동일한 인물이니 자가 복제 소리를 듣는 수준에서 마무리된다. 그리고 이 비슷비슷한 음악은 그대로 블랙핑크의 이미지가 된다. 


하지만 이게 YG가 나태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콘셉트를 거듭할수록 YG과 블랙핑크는 일종의 장인이 되어간다. 늘 같은 콘셉트를 택하는 대신 컴백마다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패션은 최신 유행을 앞서 나가고 뮤직비디오는 블랙핑크를 대변할 과장된 이미지를 첩첩이 쌓아 올리며, 테디는 빅 룸 위주의 EDM에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음악은 죄다 만들어내고, 멤버들의 퍼포먼스 능력은 날로 숙련된다. 지금의 블랙핑크를 비유하자면 RPG 게임 캐릭터와 같다. 한 가지 직업을 선택해 그 분야의 스탯을 Lv.99까지 끌어올린 캐릭터 말이다.

멋있어서 한 장 넣음ㅎㅎ

그렇기 때문에 블랙핑크의 성과는 딱 두 가지다. 히트하거나, 히트하지 않거나. 타 아이돌 그룹의 컴백은 어쨌든 나름의 의의를 부여할 수 있다. 새로운 시도를 했다거나 자작곡을 써 봤다거나, 하다못해 콘셉트이라도 바꿔 보았다는 성과의 베리에이션이 가능하다. 하지만 블랙핑크는 성공하면 <뚜두뚜두>고 실패하면 <Kill this love>다. 다행히도 <How you like that>은 지난 컴백보다 한 보 더 성공했다. 전적으로 결과물의 완성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지금 블랙핑크를 본다는 것인 YG가 걸그룹을 키워내며 쌓아왔던 모든 역량의 총화를 본다는 셈이다. 그것은 투애니원까지 아우르는 긴 역사의 총화다. 회사의 이미지는 이래저래 약세를 타고 있어도, YG 자체는 이빨이 아직 날카롭게 살아 있다. 블랙핑크가 다음에 선보일 음악이 신선할 것이라는 기대는 되지 않지만, 블랙핑크의 컴백은 기대된다. 신기한 일이다. 아마 케이팝이 음악만으로 구성된 단조로운 세계는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PS. 블랙핑크와 한복 이야기도 하고 싶었는데,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따로 하려고 한다. 어쨌든 이번 컴백에서 가장 인상 깊은 일이었다. 그간 한국 방송계가 지루하게 답습해 왔던 한복 활용법을 깨부수었다는 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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