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001 달의 첫 날은 잘 보내고 싶어

잘 보낸 것 같아

by 한바라

미룬 일을 했다.

청소를 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심리적인 문제가 다소 있다. 때로는 떨어진 휴지를 줍는 게, '마음을 내야'하는 일일 때가 있다. 고작 그게 '애쓴 한 걸음'일 때가.


이 사실은 내 자존감을 떨어트린다. 난 좀 작아진다. 남들 다 하는 일을 잘 못하는 내가 비정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내 아픈 손가락이다.


하지만 덕분에, 미루던 일을 해냈을 때 나 자신에 대해서 매우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오늘 나는 그 일을 했다.


내일모레부터 연휴라 한참 논산집을 비운다. 안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냄새나는 쓰레기만 비울 수도 있었는데 꽤 정리를 했다. 근무를 8시 반까지 하고 집에 와서 현관 정리를 하면서 묵은 택배박스와 플라스틱들을 처리했다. 내친김에 욕실 바닥도 가볍게 청소했다. 열흘 후의 나를 위한 선물이라고 생각하면서.


하다보니 시간이 늦어져서, 당초 계획했던 글쓰기는 못했지만 그래도 청소하기를 더 잘한 것 같다. 조만간 집의 다른 부분도 정리를 시도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1일 다웠다.


낮에는 동료 쌤께 키링을 선물받았다.

지난번 귀멸의 칼날을 보러 갔을 때 우연히(!) 마주쳤는데 약간 덕질친구처럼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ㅎㅎ 참 감사하다.


오늘 수행평가 예시용 글을 쓰다가 너무 심취해서 울기도 했는데... 이게 참 고민이다. 자아를 노출하는 글쓰기의 예시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내 자아가 지나치게 노출이 되어 있어서 아이들이 부담스러워할 것도 같고, 이미 그 글이 수행평가 예시로서는.. 그 단계를 지난 것 같다.. 밤에도 결국 마무리를 못했으니 조금 더 고민해봐야겠다.


오늘 가장 잘한 일은 상담이다.

가끔-, 상담을 받은 학생이 정말 진정으로 만족하며 내게 감탄하며 고마워할 때가 있다. 내가 분석적으로 하는 말을 통해 자신의 고민이 명쾌해지고 나름대로 해결이 될 때 그런 것 같다. 학생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선생님이 나를 잘 아시는구나'라는 마음이 들어서 만족스럽고 관심을 받는 기분이 들었으리라고도 생각한다.


어쨌든 때로 내 '통찰'이 먹혀들어갔을 때, 어떤 아이는 내게 '공자님 같으세요'라고도 한 적이 있는데 오늘의 아이는 내게, 어떻게 하면 이렇게 다 알 수 있냐고 해서 '겪어봐서 그래. 그리고 나 인문학 전공자잖아~'라고 했더니 소설을 읽으면 그렇게 될 수 있냐고 물어봤다. 틀린 말은 아니라서 충분히 관련이 있다고 답했는데, 수학적으로 뛰어난 이 아이가 조금이나마 소설과 인문학에도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약간의 내적 동기로 마음에 남아주었으면 하고 바랐다.


구구절절 나 자신을 칭찬하는 내용을 썼는데

어차피 내 일기다~. 자신을 칭찬하는 데에도 인색하지 않으려 한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문학 한 줄.


“나는 나의 최대 가능성을 원해.”

최대 가능성이라는 압축적인 다섯 글자로 머릿속이 정리되었다. 이 불완전하고 가혹한 세계에서,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 성장해보고 싶다고 스스로의 욕망에 이름을 붙였다. 아시아인은 어릴 때부터 겸손과 중용을 교육받으며 자라기 때문에 한 사람의 최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시아 여성은 더더욱.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에 다른 이름을 붙일 수 없었다. 그날부터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것이 최대 가능성을 향하는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삼을 수 있었다. 외부로부터, 사회로부터 주입되지 않은 종류의 욕망을 가진다는 것은 사람에게 힘찬 엔진이 되기 마련이기에 우리는 욕망에 대해 더 이야기해야 한다.

- 정세랑,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中



사랑하는 세랑 작가님의 글을 인용하며

10월 1일의 일기를 마친다.

10월에도, 사랑해 바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