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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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기 싫은 모임에 억지로 끌려나갔다.
'만약 이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더라면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 넷플릭스가 몇 편인데...'
여러모로 짜증이 났다.
이런 마음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이미 똥 씹은 얼굴을 하고 있었으므로
눈치 빠른 몇몇은 나의 속내를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로부터 며칠 후, 절친을 만나 푸념을 늘어놓았다.
"나 진짜 왜 이러는지 몰라.
예전에는 다른 사람 기분 생각해서 어지간하면 다 맞춰주고 그럤는데
이제 그게 잘 안돼."
친구는 무언가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음, 드디어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군.
사람들이 너 노처녀 히스테리 부린다고 안 그러디?"
"야, 나만 노처녀냐? 너도 노처녀야!"
그녀는 길길이 날뛰는 나를 바라보며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맞아, 나도 그 소리 들은 지 꽤 됐어"
그녀의 말은 이러했다.
우리가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을 적에는
싫어도 싫은 티를 내지 못했다.
상대방이 언짢을까 봐. 그런 그가 우리를 헐뜯을까 봐.
결국에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힐까 봐 두려워서 말이다.
그런데 세상을 좀 살아보니 남보다는
내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다른 이의 눈치를 살피며 행동하는 대신,
싫은 건 싫다고, 아닌 건 아니라고 주장하게 된 것뿐.
그런데 사람들의 눈에는 이런 우리의 모습이
결혼 못 한 노처녀가 괜한 성질을 부리는 것으로 비치는 모양이다.
우리는 노처녀 히스테리를 부리는 게 아니다.
그저 스스로가 원하는 바를 확실하게 밝혀도 괜찮다는 걸
이 나이가 되어서야 깨달은 것이다.
요즘 나는 이런 말을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아뇨.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그건 좀 어렵겠어요."
꽁하니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보다는
확실하게 말로 표현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