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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야 Dec 06. 2020

책이 왔어요.

며칠 전 톨게이트 투쟁할 때, 3빅4일간 전국 투쟁사업장 순회하면서 동고동락했던 시간여행님과 우연히 연락이 닿았다. 전화통화하다가 가까이서 근무하는 걸 알고는 놀러가고 싶다고 했고, 시간여행님이 흔쾌히 놀러오라고 해주셔서 만났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하는 일은 어떤지 반가운 마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회사가 사라졌다 - 폐업·해고에 맞선 여성노동]싸우는여자들기록팀 또록 지음 | 파시클 | 2020-11-30


저 곧 책 나와요. 


어머 축하해요. 제목이 뭐에요. 


회사가 사라졌다 에요. 


제목만 들어도 가슴이 아리다. 


 제목을 듣자 그는 순간 멈칫 했고, 표정이 굳어지더니 급기야 울상이 되어서 내게 한 말이다. 아.. 제목만 들어도 심장이 벌렁거리는 구나. 이 책을 받아들고 내가 웃을 수 없겠다는 생각을 직감했다. 


어제는 책홍보를 하기 위해서 트레일러영상을 촬영했다. 공동집필을 했던 또록 맴버들과 오랜만에 얼굴을 보면서 수다도 엄청 많이 떨었는데, 막상 카메라 앞에 앉아서 인터뷰를 시작하자, 나는 카메라 렌즈를 보고는 울컥 하는 바람에 말문이 막혔고, 겨우 정신을 수습하고 말을 하다 보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길을 잃었다. 어디서 어떻게 끝을 맺어야 할지 몰라 횡설수설하고 있을 때, 나는 또록을 향해 도와달라고 소리쳤고, 옆에 지켜보던 하은님이 


끝까지 읽어 달라고 하세요. 


아 맞아 또록은 이런 곳이었어. 취재하고 고민이 많아져서 미로를 헤매고 있을때, 미로에서 끈질기게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면서 길을 찾아냈던 곳이었다. 


또록은 똑똑한 여자들이 로포를 쓰는 작업팀이라고 말했다.  세상이 무심하게 지나쳐버릴 것 같은 문제를 무심하게 바라보지 않고 살짝 주워서 건져 올려서 왜? 어떻게?? 질문을 만들고 세상에 내보이는 똑소리 나는 여자들이다. 똑부러지게 말하고 글쓰면서 세상과 싸우는 여자들이 말이다. 


마지막으로 독자여러분께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했을 때, 하은님의 조언대로 이 책을 끝까지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이 책은 끝까지 읽어야 폐업을 당하고 떠나지 못한 사람들이 왜 싸우는지, 폐업은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잠식하고, 삶을 변화시키는지, 그 이면에 어떤 것들이 숨어있는지, 움직이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될 거라고 매듭을 지었다. 


그러고 나서 


나 미친거 아니야. 도대체 왜 마이크만 잡으면, 질문만 받으면, 눈물이 먼저 앞을 가리고 주책바가지도 이런 바가지가 없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무데서나 훌쩍 거리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추해서 미칠 거 같다. 


그러고 보면 


며칠 전 정태씨와 헌호씨가 영상인터뷰 했을 때, 두 사람이 정말 잘한 거였다. 그것도 모르고 표정이 경직되었다고 온갖 구박을 다 했으니 내가 아주 흉악한 사람이었던거다. 


책을 만났다. 강렬한 디자인에 걸맞게 화려한 겉표지가 너무 예뻤다. 적당한 여백에 읽기 좋은 크기의 글씨며, 디자인이 아주 만족스럽다. 너무 예뻐서 혼이 쏙 빠질 정도인데, 회사가 사라졌는데 이렇게 화려하고 예뻐도 되나 하는 마음이 한 켠 차지하고 있어서 마음껏 기쁨을 누릴 수 없었다.  표현도,  웃고 떠드는 것도 마음껏 못했다. 


그렇지만 자랑해야지. 


책이 많이 팔리면 좋겠다. 많이 읽으면 좋겠다. 회사가 사라져도 사람은 남았고, 남은 사람은 싸웠다. 싸운 사람들은 폐업의 사회적 해법을 가지고 있다. 아니 싸우지 않고 떠난 사람들 조차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그것을 모아서 우리는 폐업에 답을 만들어나가고 싶었던 거니까, 


이 책이 많이 읽혀졌으면 하는 바람이 큰거다. 


더이상 공장의 존폐가 사람의 생존으로 직결되어 고통받는 일은 없어져야 할테니까, 


폐업에 관한 사회적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책은 좋은 연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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