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NESI Feb 15. 2022

[단편소설] 열하(熱夏)

월간 HANESI 2월호

열하(熱夏)

written by. HANESI



 한 여름의 고시원은 찜질방보다 뜨거웠다. 찜질방에서는 얼마든지 온탕과 냉탕을 넘나들 수 있지만, 이곳은 한 여름에도 뜨거운 물이 나오는 열탕이었다. 그 물을 몸에 끼얹으면, 삶은 개구리가 된 것 같았다. 삶아질 것이냐, 불쾌한 땀방울을 모른 체할 것이냐. 이 고민이 내 하루 일과 중 유일하게 건설적인 일이었다.


 티셔츠가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젖은 티셔츠를 툭툭 털어내며 다 녹은 얼음-이었던-물을 마셨다. ‘카페에 가면 글이 더 잘 써질 것 같은데.’ 투명한 각 얼음을 가득 담은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간절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마시면 얼마나 짜릿할까. 입 안에 얼음을 가득 넣고 머리가 지끈거리도록 씹을 것이다. 양 볼이 얼얼하겠지. 여름인데 왜 이리 춥냐며, 재수없는 말을 할지도 모른다. 침을 꼴깍 삼켰다. 끈적한 침이 입천장에 눌러 붙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더욱 간절해졌다. ‘어쩌다 한번 카페에 가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폰뱅킹에 들어가 잔액을 확인해보았다. 그 순간 입맛이 싹 사라졌다.


 제대한지 벌써 반년이 넘어갔다. 그 말인즉슨 부모님께 복학한다 말씀드리고 한 번뿐인 청춘, 꿈에 바쳐보겠다며 고시원에 틀어박혀 글을 쓴지 벌써 6개월이 넘었다는 것이다. 달력은 이미 7월을 넘어가고 있었다. 이미 공모전은 3차례나 떨어졌다. 공모전 상금으로 생활하며 글을 계속 쓰겠다는 원대한 꿈은 산산조각난지 오래였다. 이제는 복학할지, 이 생활을 계속해야할지 정해야 한다. 마음 같아서는 적어도 1년은 준비하고 싶었지만, 이미 군대 때문에 2년을 쉬었다. SNS에는 여자 동기들의 취업소식이 연이어 올라왔다. 같이 입대했던 남자 동기들은 하나 둘 씩 복학했다. 제대는 했냐, 언제 복학할 거냐며 안부를 묻는 연락이 왔다. 휴학을 더 길게 하면 취업시장에서 불리할지도 모른다. 취직을 염두에 두려면 다음 학기에는 복학해야만 한다. 적어도 아버지 정년이 오기 전에 안정적인 직장을 구해야하는데….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숨이 턱 막혔다. 깊게 쉼호흡을 했지만 답답함은 가시질 않았다. 더워서 그래. 방 안이 찜통이라 그런 거야. 창문을 열고 연신 손부채질을 했다. 밖에서 경적 소리가 울렸다. 바람은 불지 않고, 머리가 핑글핑글 돌았다. ‘커피를 마시고 싶어.’ 지금 당장 입 안에 얼음을 털어 넣고 싶었다. 와그작 와그작. 숨 막히는 더위도, 현실도, 전부 씹어버리고 싶었다. 딱, 딱, 딱. 하지만 현실은 허공을 씹고 있었다.


 충동적으로 중고거래 어플에 들어갔다. 가끔씩 사용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기프티콘을 싸게 파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중 가장 싸게 올린 사람에게 쪽지를 보냈다. 3,300원에 팔겠다는 그에게 사정해 3,000원에 거래했다. 막상 기프티콘을 받으니, 너무 아까웠다. 이건 정말 힘들 때, 정말 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 그 때 마셔야지. 커피 기프티콘을 보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금방이라도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다는 생각이 나를 설레게 했다. 글을 쓰고 싶어졌다. 글이 술술 써질 것 같았다. 느낌이 좋은 걸. 혹시 알아? 이번 공모전에서 대박날지. 지금 준비하는 공모전은 유명 출판사에서 주최하는 대회이다. 상금이 두둑한 건 물론, 수상작을 모아 출간해준다. 이번 공모전에 당선된다면, 대학등록금도 해결하고 작가로 데뷔할 수도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작가, 꿈, 데뷔. 부모님의 자랑스러운 눈빛, 친구들의 찬탄어린 시선들. 그래, 이번 작품만 잘되면 다 잘 풀릴 거야. 이번 작품만 잘되면. 이번에는, 무조건.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쓰기만 하면, 다 될 것 같았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글에 집중했다. 타자치는 손이 점점 빨라졌다.


 한참 집중해서 글을 쓰고 있는데 노트북 화면이 깜빡거렸다. 신입생 때 아버지께서 사주신 노트북은 몇 년 사이 구닥다리 애물단지가 되었다. 마음 같아서는 새 노트북을 사고 싶었지만, 지금은 이것조차 아쉬운 처지였다. 공모전. 공모전만 당선되면. 제일 먼저 노트북부터 바꿔야지. 전원을 껐다 키길 몇 번 반복했지만, 검은 화면은 돌아오지 않았다. 신경질적으로 노트북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이불에서 좀먹은 냄새가 났다. 창문을 열었다. 꿉꿉한 바람이 들어왔다. 더운 공기가 방 안에 가득 찼다.


 이번 여름은 유독 더웠다.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수 없이 뒤척여야 했다. 매일 밤 자기 위해 선풍기를 틀려는 사람과 선풍기 소리 때문에 못 자는 사람들의 전쟁이 계속되었다. 고함소리가 몇 번 오고 가다보면, 그 소리 때문에 화가 난 사람이 또 화를 내고, 그러다 서로가 서로에게 삿대질을 하며 화내기 일쑤였다. 잘못한 사람은 없는, 하지만 모두가 피해를 받은 전쟁이었다. 다들 더위에 질려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다. ‘아, 제발 오늘은 조용히 잘 수 있었으면….’ 겨우겨우 잠에 들려하는데,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터벅, 터벅, 터벅, 쿵.

 터벅, 터벅, 터벅, 쿵.

 쾅!


 곳곳에서 욕설이 들려왔다. 깊은 밤 고시원을 깨우는 사람. 옆방 사람이었다. 오늘 밤은 다 잤구나. 가슴에 돌을 얹은 듯 답답해졌다.








 처음 이 고시원에 들어왔을 때, 고시원 사람들은 모두 나를 걱정했다. 그 방에서 지내도 괜찮겠냐며. 비좁긴 했지만, 저렴한 가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방이었다. 오히려 감사해야할 판이었다. 이 가격이면 다 참아야죠. 그들은 멋모르며 웃는 나를 안타깝게 쳐다봤다. 그 눈빛의 의미를 얼마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어느 날 밤, 복도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옆방에서 소음이 들려왔다. 옆방에 누가 지낸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간 소리를 들은 적도, 누군가를 본 적도 없었기에 당황스러웠다. 옆방 사람은 그 야심한 시각에 씻기 시작하더니, 밤새 소란스럽게 굴었다. 그 날부터 악몽같은 밤이 시작됐다. 그는 며칠에 한 번씩 방에 들러 밤새 소란스럽게 했다. 몇 번 따져보려고 했지만, 새벽같이 나가는 통에 얼굴조차 본 적이 없었다. 포스트잇도 붙여봤지만, 이미 그의 방문은 다른 방 사람들의 항의가 섞인 쪽지들로 빼곡했다. 문 앞에 수북하게 쌓인 쪽지들을 읽기는 하는 건지 의심스러웠다.


 알고보니 그는 이 고시원에서 유명 인사였다. 몇 년째 이 고시원에 지내고 있지만 그를 아는 사람은 손에 꼽는다고 했다. 고시원에서 두 번째로 오래 살았다는 공시생말로는 대학원생이라는데, 그것도 사실인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참다 참다 고시원 사장님께 항의했지만, 그 사람 때문에 못 버티고 나간 사람이 한 둘이 아니라고, 자신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래도 이 근방에 이렇게 저렴한 방이 어디 있냐며, 싸구려 귀마개를 손에 쥐어주며 타이르듯 말했다. 403호에게는 따로 주의를 줄테니 조금만 참으라며 사장은 내 어깨를 툭툭 쳤다. 하지만 옆방 사람은 여전했다. 나는 그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매일 밤 불안에 휩싸였다. 미칠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돈벼락을 맞지 않는 이상, 나는 무조건 여기서 버텨야한다. 사장님께 받은 귀마개를 꽂고, 베개로 귀를 틀어막았다. 멀리서 물소리가 들렸다.


 똑.

 똑.

 똑.


 물 떨어지는 소리가 꼭 빗소리 같았다. 차라리 진짜 비가 오는 거라면 좋을텐데. 올 여름은 그 흔한 장마조차 오지 않았다. 비가 왔다면, 이렇게 덥지도 않을텐데. 비가 왔다면, 저 소리도 묻혔을 텐데. 비가 왔다면, 비가 왔다면, 비가, 비가, 비가. 나는 간절히 기도했다. 비가 온다, 비가 온다, 비가 온다. 지금 들리는 소리는 물소리가 아니다. 빗소리다, 빗소리다, 빗소리다….


 탕!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벽 너머로 고함이 들렸다.


 “한 밤중에 뭐하는 짓이야!”


 그 소리를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또 시작이구나. 찌는 듯한 더위도, 한 밤중에 샤워하는 옆방 사람도. 모두 지긋지긋한 여름이었다.








 본래 색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누렇게 변한 밥그릇에 시리얼을 부었다.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머릿속은 온통 노트북 생각으로 가득했다. 결국 노트북이 망가지고 말았다. 요 며칠 간 쓰고 있던 글도 전부 날라 갔다. 노트북도, 글도,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팠다. ‘수리비는 또 어디서 구하지.’ 돈 계산을 하느라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남아있는 돈도 얼마 없는데, 하필 지금 고장 나다니. 무엇 하나 나를 도와주는 게 없었다. 노트북을 노려봐도 뾰족한 수가 나지 않았다.


 “X사 노트북이네요. 꽤 예전 모델 같은데.”


 단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목이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어깨가 엉거주춤하게 굽은 남자가 옆에 서 있었다.


 “누구세요?”

 “아, 저 403호 사는 사람입니다.”


 옆방 사람이었다. 지난 몇 달간 마주치길 벼르고 벼르던 사람이었는데, 막상 마주치니 당황스러웠다. 내 쪽지를 보긴 한 걸까? 그걸 읽었다면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걸 수 없을 텐데. 순간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지만, 평범한 대답이 튀어나왔다.


 “산지 6년 정도 됐어요. 오래돼서 그런지 완전히 퍼졌네요.”

 “제가 한번 봐드릴까요? 간단한 거라면 고칠 수 있어요.”

 “정말요?”


 그는 슬쩍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색하게 짓는 웃음이 순수해보였다. 순수해보이다니, 공중도덕도 지킬 줄 모르는 진상인데. 나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대학원생이라 했나? 컴퓨터를 만질 줄은 아나 모르겠군.’ 그는 노트북을 살펴보더니 아무래도 해체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자기 연구실로 가져가도 되냐고 물어봤다.


 “무슨 일 하세요? 컴퓨터를 잘 다루시나 봐요.”

 “이 근처에 있는 A대학에서 컴퓨터 쪽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는 나와 동문이었다. 내가 A대학 국문학과를 다닌다고 말하자, 그는 반가워하며 열심히 고쳐보겠다고 답했다. 다만 일이 많아 오래 걸릴 수도 있다며, 바쁘면 서비스센터에 가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의 지난 행적을 생각하면 충분히 걱정스러운 일이었지만, 지금 내겐 돈이 없었다. 돈을 안 쓸 수 있다면야, 그가 지난 몇 달간 나를 괴롭게 한 일 정도는 눈 감아 줄 수 있었다. 나는 지난 감정들을 뒤로 한 채, 잘 부탁한다며 악수를 청했다.








 며칠 뒤, 그가 내 방문을 두드렸다. 배터리가 부풀어서 그런 것이라며, 배터리를 바꾸는 김에 오래된 부품 몇 개를 같이 바꿨다고 말했다. 내가 수리비를 주겠다고 하자, 그는 동문에게 돈을 받을 수 없다며 사양했다. 문득 커피 기프티콘이 생각났다.


 “혹시 커피 좋아하세요?”


 나는 그에게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그는 한사코 거절했지만, 이내 번호를 알려주었다. 나는 그에게 커피 기프티콘을 보냈다. 그는 활짝 웃으며, 잘 먹겠다고 인사했다.








 그 후, 그와 나는 가끔씩 인사하는 사이가 되었다. 나는 그에 대해 -전보다- 많은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는 컴퓨터 공학을 연구하는 박사과정 학생이었다. 이 고시원에는 석사 때부터 살았다고 한다.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었지만 사실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글을 쓴다고 하자 그는 쓴 웃음을 지었다.


 “저처럼 어려운 길을 선택하셨네요.”


 그는 의외로 붙임성 좋은 사람이었다. 하루는 커피를 잘 마셨다며 인사했고, 또 다른 날은 이 동네 맛집은 자신이 꽉 잡고 있으니 언제든지 물어보라며 말을 걸었다. 어느 날은 노트북은 잘 되냐며 안부를 묻기도 했다. 고시원 사람들은 그와 인사하며 지내는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개중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이는 내게 와, 그 사람에 대한 소문이 사실인지 물어봤다. 내게 속도 좋다며 어떻게 잘 지낼 수 있냐고 혀를 차는 이도 있었다. 그 때마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나 또한 알 수 없었다. 그는 여전히 시끄러웠고, 나는 여전히 밤새 뒤척였다.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웃으며 지낼 수 있는 걸까?


 나는 그에게 줄곧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왜 밤마다 씻는 건지. 그는 겸연쩍게 웃으며 말했다. 지금 하고 있는 실험이 오래 걸려, 고시원에는 일주일에 서너 번이나 겨우 올 수 있다고. 교수님께서 샤워라도 하고 오라고 말씀하셔서 겨우 씻고 다시 학교에 가는 거라고. 그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항의를 알고 있는지, 내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가 많이 시끄럽죠?”


 차마 그렇지 않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힘드시겠네요, 입에서 기계적인 대답이 튀어나왔다. 그는 내가 껄끄러워한다는 것을 눈치 챘는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하던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나는 황급히 방으로 들어갔다. 더운 공기가 훅 들어왔다. 창문을 여니 후덥지근한 바람이 불어왔다. 고시원 앞 도로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렇게 더운 날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을 리가. 벌건 태양 아래 검은 아스팔트 도로가 울렁였다. 아지랑이가 이는 것 같았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방문을 여니 그가 와 있었다. 그는 내게 파란색 이온음료를 내밀었다.


 “날도 더운데, 이거 마시세요.” 아무 말 없이 그의 손에 들린 캔을 바라보았다.


 “커피는 몸에 안 좋을 것 같아서. 이온음료로 사왔어요.”


 아, 감사합니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음료를 받았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들어가서 쉬라며 방문을 닫아주었다. 침대에 누워 이온음료를 얼굴에 갖다 댔다. 볼에 닿은 캔이 차가웠다. 손끝에 물방울이 맺혔다. 촉촉한 느낌이 기분 좋았다. 음료수가 미지근해질 때까지 나는 한참동안 캔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며칠 뒤, 어김없이 그는 밤에 들어와 샤워를 했다. 사람들이 항의하는 소리도 들렸다. 멀리서 들려오는 물소리가 빗소리같아, 그 전처럼 신경쓰이지 않았다.








 일요일 아침이었다. 모처럼 늦잠을 자고 있는데, 고함소리가 들렸다. 황급히 나가보니, 다른 방 사람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복도에 나와 있었다.


 “아니, 봐주는 것도 한 두 번이지, 이게 몇 번째야! 몇 번째!”


 고시원 사장님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식당에 내려가니, 사장님이 옆방 사람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월세가 밀린 모양이었다. 그는 가뜩이나 굽은 허리를 잔뜩 숙이며 연신 죄송하다고 빌었다.


 “죄송하다고 하면 끝날 일이야? 내가 학생 사정이 딱해서 참으려고 했는데, 더 이상 안 되겠어. 도대체 그 나이 먹고 고시원 월세도 제 때 못 내고 뭐하는 거야? 그리고 왜 항상 밤에 시끄럽게 돌아다니는데? 자네 때문에 컴플레인이 얼마나 많이 들어오는지 알아?! 들어오는 사람마다 시끄럽다고, 한 달을 못 버티고 나가! 오죽하면 월세를 낮추고 낮췄는데도 들어오는 사람이 없어! 이번에 들어온 학생은 꽤 오래 버티던데, 내가 너무 미안해서 귀마개를 사줬어. 알기나 해?!”


 고시원 사장님은 숱이 얼마 남지 않은 머리를 쓸어 올리며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옆방 사람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내 얼굴도 뜨거워졌다. 사장님은 한참을 더 씩씩거리다 더 이상 봐줄 수 없다며 엄포를 놓고 나갔다. 고시원 사람들은 주말 아침부터 민폐라며 그를 향해 수군거렸다. 그는 한참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하나 둘 사람들이 방으로 돌아갔지만, 나는 차마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그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주먹을 쥔 손이 하얗게 질리다 못해 가느다랗게 떨고 있었다. 언뜻 눈물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마침내 그가 고개를 들었다. 시뻘건 눈동자가 마주쳤다. 부리부리한 눈빛이 매섭게 날라왔다.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보면 안 되는 장면을 엿보다 들킨 기분이었다. 나는 방으로 뛰어 올라갔다. 쿵, 쿵, 쿵. 발자국 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침대에 누웠지만 진정되지 않았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 핏발 선 눈동자, 하얗게 질린 주먹. 눈을 질끈 감았지만 도저히 잊혀지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그 뒤로 나는 그를 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의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 그는 고시원에서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원래도 자주 볼 수 없는 사람이었지만, 발자국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고시원에 들어오긴 하는 건지 의심스러웠다. 고시원 사람들은 그에 대해 수군거렸다. 누군가는 방을 뺀 것이라고 했고, 어떤 사람은 오히려 안에서 안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누구도 그의 행방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소문도 잠시, 이내 사람들은 그에게서 관심을 끊었다. 언제 시끄러웠냐는 듯, 고시원은 조용해졌다.


 8월이 다 지나가는데 더위는 꺾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두고 보겠다는 듯이 기승을 부렸다. 뉴스에서는 연일 최고 기온을 갱신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건물 밖을 나서면 30분도 지나지 않아 옷이 땀범벅이 되었다. 고시원도 더운 것은 매한가지였다. 의자에 앉아있으면 살이 붙어 쩌억쩌억 소리가 났다. 웃옷을 벗고 있어도 땀이 주룩주룩 흘렀다. 창문을 열면 더운 공기가 들어와 숨이 막혔다. 방 전체가 한증막 같았다. 아무리 숨을 내쉬어도, 답답함은 가시지 않았다.








 오랜만에 동네 PC방에 갔다. PC방은 시원했다. 차가운 에어컨 바람을 맞으니 머리가 멍해졌다. 눈을 감고 게이밍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살갗에 닿은 차가운 가죽이 생경했다. 한참을 누워있다 몸을 일으켜 컴퓨터를 켰다. USB를 연결해 공모전 파일을 열었다. 공모전 마감이 일주일 남았다. 다행히 원고는 마무리했지만, 내가 봐도 졸작이었다. 원고를 읽고, 읽고, 또 읽었다. 하지만 어디가 잘못된 건지, 어떻게 고쳐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잘못된 걸지도 모른다. 공모전 홈페이지에 들어가 한참을 머뭇거렸다. ‘심사위원들이 이 글을 보며 뭐라고 생각할까. 아니, 내 글을 읽기는 할까? 어쩌면 제목부터 센스 없다고 던져버릴지도 몰라. 차라리 내지 말까? 그래도 열심히 썼는데, 응모는 해봐야 하는 거 아니야?’ 밀려드는 물음표 속에서 나는 어떤 답도 내릴 수 없었다. 갈 곳을 잃은 마우스 포인터가 컴퓨터 화면을 헤맸다.


 시간이 남아 게임을 했다. 나는 일부러 게임을 망쳤다. 채팅창이 욕으로 가득 찼다. 즐거웠다. 더 심하게 욕먹고 싶었다. 게임 보이스를 켰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내게 욕설을 퍼부었다. 낄낄거리며 웃자, 그들은 뭐 이런 미친놈이 다 있냐며 악담을 퍼부었다. 나는 사람들이 내게 화내기를 멈출 때까지 웃고, 또 웃었다. 그러다 게임이 터지면, 새로운 게임을 찾았다. 그리고 또 망쳤다. 우리 팀은 계속 졌고, 만나는 사람마다 나를 욕했다. 얼마 뒤, 알림창이 떴다. 신고를 너무 많이 받아 한동안 계정이 정지된다는 내용이었다. 계정 정지. 하지만 하나도 아쉽지 않았다.


 이용시간 10분을 남겨두고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홈페이지를 이전했다는 공지와 함께 새로운 홈페이지 주소가 떴다. 새 주소를 클릭하니, 처음 보는 화면이 떴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 하나도 알 수 없었다. 이것저것 둘러보다가 복학 신청을 클릭했다. 클릭 한번이면 충분했다. 복학 신청은 공모전 응모보다 훨씬 쉬웠다.




 PC방을 나와 느릿느릿 걸어가는데 누군가 나를 불렀다. 옆방 사람이었다. 그는 덥수룩한 머리를 짧게 자르고, 깔끔하게 다린 반팔 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 나이대의 번듯한 직장인 같았다. 그가 먼저 나를 부르지 않았다면, 나는 그를 몰라 봤을 것이다.


 “오랜만이에요. 그간 안보이셔서 걱정했어요.”

 “학교에 일이 좀 많아서요. 한동안 학교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같이 걸어갔다. 골목으로 들어가려는데 그가 머뭇거리더니 같이 밥을 먹자고 했다.


 “혹시 식사하셨어요? 술 한 잔 하고 싶은데, 혼자 마시기 그렇네요. 괜찮으시면 같이 한잔하시죠.” 술. 술이 고팠다. 나는 흔쾌히 그를 따라갔다.








 그는 뒷골목에 있는 허름한 가게로 나를 데려갔다. 이른 저녁임에도 사람이 제법 있었다. 할머니 한 분이 안에서 요리를 하고 있고, 손님들은 알아서 술을 꺼내 마셨다. 그는 익숙하다는 듯이 밑반찬을 가져와 세팅했다. 자주 와본 것 같았다.  


 “어디 다녀오시는 길이세요?”

 “피시방이요. 컴퓨터 좀 쓸 일이 있어서.”

 “노트북은 어떡하시고…?”

 “아, 노트북이요. 완전히 고장났어요. 서비스 센터에도 가봤는데, 오래돼서 그런거라고, 차라리 새로 사는 게 더 나을 거라고 말하더라구요.”

 “제가 제대로 못 고쳤나봐요.”

 “아니에요. 덕분에 쓰던 글도 복구했는데요. 오래 썼으니까, 고장나는 건 당연한 거겠죠.”


 할머니께서 대패 삼겹살을 가져다주셨다. 불판에 고기를 올리자 얇은 삼겹살이 벌겋게 물들더니 오그라들기 시작했다. 오그라든 고기를 집게로 일일이 폈다. 투둑, 투둑. 기름이 튀었다. 고기 굽는 소리가 꼭 빗소리같았다.


 “저기요, 고기 굽는 소리가 꼭 빗소리 같지 않아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문과라 그런지 감수성이 풍부하신가봐요.”

  그는 슬쩍 웃으며 소주를 따라주었다.

 “그러고보니 비를 맞은 게 언제였나 싶네요.”


 한 잔 두 잔 술잔이 비워졌다. 가벼운 이야기가 몇 번 오가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 역시 아무 말 없었다. 나는 고기 굽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람인 마냥, 계속 고기를 구웠다. 한참 먹고 있는데, 그가 불거진 얼굴로 입을 뗐다.


 “저요, 오늘 장학금 명단에서 떨어졌어요.”


 내가 의아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자,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했다.


 “저희 집 사정이 많이 어려워서…. 무조건 장학금을 받아야 했거든요. 학자금 대출도 다 끌어다 썼고…. 그거 받으면 고시원 월세도 내고, 집에도 좀 보내고, 그러려고 했는데….”


 그는 젓가락으로 고기를 갈기갈기 찢었다. ‘고기 아깝게 왜 저러는 거야.’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러려고 같이 술 먹자고 한 건가. 그를 따라온 게 후회되기 시작됐다.


 “교수님께서 이번 프로젝트만 잘 되면 장학금 줄 거라고. 그러니까 잘 하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저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집에도 못 들어가고, 밤 새가면서. 진짜, 진짜 열심히 했는데….”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는 오늘 자신의 서러움을 다 풀 작정인 것 같았다. 평소였다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의 말이라도 건넸겠지만, 오늘은 도저히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내 삶을 감당하는 것조차 버거웠다. 하지만 눈앞의 사람과 그런 것들을 나누고 싶진 않았다.


 “고기 타네요. 얼른 드세요.”


 나는 그의 앞 접시에 고기 몇 점 올려주고, 그의 잔에 술을 가득 채웠다. 그는 고기에 손도 대지 않은 채 술을 들이켰다. 잔을 채우고, 비우고. 또 채우고, 또 비우고.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 그는 제 손으로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숨도 쉬지 않고 연거푸 술을 들이켰다. 얼굴과 목이 빨갛게 물들었다. 내쉬는 숨에 진한 알콜 냄새가 풍겼다. 나는 그런 그를 못 본체하며 열심히 고기를 먹었다.


 “아, 너무 억울하다! 그거 내가 다 한 프로젝트였는데!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딴 놈이 채가고….”


 그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가게 안 사람들이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말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쯤, 그가 나를 마주보았다. 벌겋게 물든 눈이 일렁였다. 그 때, 그 눈이었다.  


 “저 어떡하죠? 너무 억울한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제가, 뭘 어떻게 해야, 제가, 이 마음이, 좀 괜찮아질까요?”


 피하고 싶었지만, 그는 집요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제발 말해달라는 눈빛. 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 삶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데, 내가 그를 도와줄 수 있을 리가. 도리어 내가 묻고 싶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는 건지. 그에게, 부모님께, 잘난 심사위원들에게, 세상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소리 지르고 싶은 건, 그가 아니라 나였다.


 나는 그의 눈을 피해 고기를 한가득 욱여넣었다. 목구멍에서 솟구치는 말들을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그는 횡설수설하며, 주먹으로 가슴을 쿵쿵 내리쳤다. 가슴을 내리칠 때마다, 속에 묵혀둔 단어들이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교수님! 대답 좀 해주세요! 제가, 뭘 잘못했죠? 네? 제가 뭘 잘못했냐구요. 저는 열심히 산 죄 밖에 없는데. 제가 한 거라곤 열심히 한 것 밖에 없는데. 네? 교수님은 다 알고 계시잖아요. 제발 대답 좀 해보세요! 이유라도 말해달라고요!”


 고함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숨소리가 점차 거칠어지더니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더 세게 자신의 가슴을 내리쳤다. 쿵 쿵 쿵. 멀건 타액이 질질 흘렀다. 그는 거친 숨을 내쉬며 쿨럭였다. 낯빛이 검붉은 색으로 변해 흉측하게 일그러졌다. 야차의 얼굴이었다.


 불그죽죽한 얼굴 위로 눈물과 침, 술이 뒤엉켜 흥건했다. 그는 질질 흘리며 미친듯이 웃었다. 으하하하! 으하하 하하하! 귀신의 웃음소리 같기도 하고, 괴물의 신음소리 같기도 했다. 그 자리에 있으면, 잡아먹힐 것 같았다.


 “저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벌떡 일어나 황급히 가게를 나섰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고시원을 향해 달렸다. 땀이 눈앞을 가리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더위를 먹어서인지, 술을 마셔서인지 알 수 없었다. 심장이 쿵, 쿵, 쿵, 울렸다. 나는 이를 악물고 달려가, 그대로 침대에 뛰어들었다. 으하하하! 으하하 하하하!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벌겋게 물든 눈동자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나는 아무것도 몰라.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눈을 질끈 감고 베개로 귀를 틀어막았다. 아무것도 보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았다.    








 눈을 떠보니 이미 10시가 넘었다. 울컥, 신물이 올라왔다. 옆방 사람에게 해장하러 가자고 말할까 잠시 고민하다 혼자 가기로 마음먹었다. 고시원 근처에 있는 해장국 가게에 들어갔다. 늦은 아침임에도 사람이 제법 있었다. 가게 안은 더웠다. 선풍기가 털털거리며 돌아갔지만, 그다지 시원하지 않았다. 식당 아줌마는 묻지도 않고 해장국 한 그릇을 내왔다. 뿌연 김이 눈앞을 가렸다. 뜨끈한 국물을 한 숟갈 마시니, 그제야 살 것 같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해장국을 들이켰다.


 “아줌마! 여기 에어컨 좀 켜줘요!”

 “어휴, 에어컨이 고장나서…. 선풍기를 틀었는데도 덥네.”


 한 손님이 짜증을 냈다. 식당 아줌마가 선풍기를 이리저리 만졌지만, 별반 다르지 않았다. TV에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 뉴스입니다. 어젯밤, 박사과정 대학원생이 지도 교수를 살해했습니다. 대학원생 김모씨는 어젯밤 술에 취해 지도 교수의 자택으로 찾아가, 집안에 있던 흉기로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김모씨는 평소 교수에게 갑질을 당했으며, 그에게 항의하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습니다. …….


 옆자리 손님들이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며 혀를 찼다.


 “아무리 세상이 각박해도 그렇지, 어떻게 학생이 선생에게 그런 짓을 해.”

 “힘들면 힘들다, 말로 하면 될 것이지. 어떻게 사람을 죽일 수가 있어.”

 “하여튼 요즘 애들은... 세상이 어떻게 될려고 그러는지, 원.”


 식당 아줌마는 뭐 저런 뉴스를 보냐며 채널을 돌려버렸다. 요즘 유행하는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사람들은 다시 TV에 집중했다. 연예인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넘어지자, 사람들이 깔깔 웃었다. 다른 연예인이 그럴 수도 있다며, 그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TV 속 연예인들도, 그들을 보는 사람들도 모두 웃었다. 나는 차마 웃을 수 없었다. 묵직한 고기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방금 전까지 맛있게 먹었던 해장국이, 역했다. 억지로 수저를 들었지만, 토기가 치밀어 올랐다. 반도 먹지 못하고 가게를 뛰쳐나왔다.


 문을 열자 더운 공기가 훅 들어왔다. 숨쉬기 어려웠다. 아스팔트 바닥에 누런 위액을 뱉었다. 쓴 맛이 입 안을 맴돌았다. 두어 번 더 게워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태양이 이글거렸다.


 쿵, 쿵, 쿵.

 쿵, 쿵, 쿵.


 심장 박동 소리가 사방에 울렸다. 숨이 내쉬어지지 않았다. 발작적으로 기침을 했다. 그래도 숨을 쉴 수 없었다. 눈가에 눈물이 고이고, 손발이 차게 식어 덜덜 떨렸다. 몸이 기우뚱 쓰러지고, 나는 가슴을 쥐어뜯었다.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그 한마디를 할 수 없었다. 이 세상에 오롯이 나 혼자였다. 심장은 죄어오고, 숨은 더 가빠지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멀리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차마 그들을 부를 수 없었다. 숨 막히는 여름이었다.





*'월간 HANESI'는 매월 15일 연재됩니다.

*본 매거진에 업로드되는 모든 작품은 'HANESI'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월간 HANESI 2022 연재 공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