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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ESI Mar 15. 2022

사랑을 적지 못한 이유

월간HANESI 3월호

사랑을 적지 못한 이유

written by. HANESI



글자를 처음 배울 적엔 꾹꾹 눌러쓰곤 했다.

한글자 한글자 정성스레 글씨를 쓰면

종이 뒷면에 오돌토돌 자국이 남았는데 
그게 꼭 훈장 같았다. 정성을 다했다는 훈장.


조금 더 자라 사랑을 쓸 때도 마찬가지였다.
마음을 다해 한자 한자 사랑을 써내려갔다.
함께한 시간엔 한 둘 추억이 쌓였고

그건 흔적이었다. 우리가 사랑했다는 흔적.

너무 힘을 준 탓일까?

연필은 깨지고 조각은 햘퀴었다.

습관이란 것은 쉬이 바뀌질 않아

나는 쓰고 부러뜨리길 반복해야 했다.


그러다 당신을 만났을 때
다시 한번 사랑을 적고 싶었다.
신이 나 꺼내든 연필은

몽땅연필이었다. 마음을 적기엔 턱없이 작은.

나는 연필이 부러질까 두려워
사랑을 적을 수 없었다.







*'월간 HANESI'는 매월 15일 연재됩니다.

*본 매거진에 업로드되는 모든 작품은 'HANESI'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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