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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간읽기 Jan 23. 2017

[누들] 만 18세 선거권, 줘? 말아?

2017. 1. 23. by 누들




만 18세 선거권, 줘? 말아?
by 누들

1. 이슈 들어가기

누들 : 국내 선거권 연령을 현행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추자는 의견이 또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특히나 올해는 대선을 앞두고 있어 이 논쟁이 더욱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데요. 표면적으로는 입시를 앞둔 고3 학생들에게 선거권을 주는 것이 공부에 방해가 되느냐, 되지 않느냐 뭐 이런 측면에서 찬반이 나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엔 물론 각 정당 별 정치적 셈법이 깔려있죠. 오늘 행간읽기는 만 18세 선거권과 관련한 찬반 논거와, 이 이슈에 대해 각 신문사는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이슈 디테일

만 18세 선거권, 줍시다

야당이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선거연령 하향은 오래전부터 논의돼 왔으나 여당의 반대로 번번히 실패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선거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으나 당시 새누리당의 반대로 안전행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야당은 과거에 비해 정치적 주체의식이 강화된 18세 연령이 병역·납세 등의 권리·의무를 부여받고 있으면서 유독 선거참여만 제한받는 것은 시민으로서의 책무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지난해 8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유권자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선거권자의 연령을 현행 19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의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170120/한국정책신문] 정치권 '표 싸움'으로 좌초한 '만18세 선거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총회에서 "공동체에 대한 정체성과 책임의식을 갖게 하고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자라게 하는 일"이라며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 촉구 성명을 채택했다. 이들은 "한국은 만 18세가 되면 결혼할 수 있고 군대도 갈 수 있으며 공무원이 될 수도 있는데 선거권만 없다"며 "민법·병역법·공무원임용시험령 모두 18세를 기준으로 하는데 오직 공직선거법만 19세 이상을 고집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시민사회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논의돼온 만 18세에 투표권을 부여하는 공직선거법 개정 방안은 작년 10월 말부터 이어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주목받으면서 더욱 탄력받았다. 청소년들로 구성된 '박근혜 하야 전국청소년 비상행동'과 청소년 관련 단체와 기관 등으로 구성된 '18세 선거권 공동행동 네트워크' 등 청소년 관련 단체들은 선거권 18세 하향을 적극 촉구하고 있다.

[170120/연합뉴스] '선거권 18세 하향' 두고 교육계 찬반 '팽팽'


청소년의 정치 참여가 더욱 활발해진 시대에 각종 사회 현안에 그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고 배제할 권리가 어른들에게 있을까. 만 18세 투표권 보장은 학계와 시민사회를 비롯해 사회 각계에서 오랜 시간 제안해온 국민의 참정권 확대 방안이며, 국가인권위원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참정권 확대를 위해 만 18세 투표권을 제안한 바 있다. 투표권은 참정권의 핵심이고 다양한 계층의 정치적 의사가 면밀히 반영되는`더 많은 민주주의' 측면에서 보다 폭넓게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정치의 유불리로만 접근하거나 정치적 이해타산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교육 정책과 입시제도, 대학 등록금, 청년 일자리 등 다양한 정책과 관련된 이해당사자라는 측면에서도 만 18세 국민의 목소리는 투표권을 통해 정치에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 

[170111/매일경제] [이슈토론] 만 18세 투표권 부여


줄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만 18세는 현 민법상 '독자적으로 유효한 법률행위를 할 수 없는 자'로, '미성년자=행위무능력자'로 분류된다. 지난 2013년 헙법재판소에서 "청소년은 정치적 사회적 시각을 형성하는 과정에 있으며 현실적으로 부모나 교사 등 보호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물질적 정신적 측면에서도 보호자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자기 정체성이 확립되지 못한 상태다"라며 현 공직선거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만 18세는 선거할 수 있는 정치적 정체성이 확립되지 못했다"는 것이 여당이 주장하는 이유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여당이 선거연령 하향을 줄곧 꺼리는 이유는 보수 정당의 젊은층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즉 선거에서 박빙을 겨루는 수도권의 경우 만 18세 선거 참여가 당락을 가르는 결정타가 되는 것을 우려한다는 얘기다.

[170120/한국정책신문] 정치권 '표 싸움'으로 좌초한 '만18세 선거권'


교총은 선거권 하향안이 도입돼 현 고교 3학년들이 투표권을 부여 받게되면 학교 현장에서는 여러 부작용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정치적 쏠림과 이념 편중이 비교적 심한 국내 정치 현실을 고려하면 학교와 교실이 정치장화·선거장화 할 것"이라며 "만 18세가 대부분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후보자 검증 등 정치적 기본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학생이 특정 후보자 유인물을 배포하거나 지지·반대 시위를 하는 등 정치적 행위를 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지도해야 할 지 학교와 교사들은 막막한 것이 현실"이라며 "법적인 성년 연령과 학제가 다르다는 점 등도 충분히 검토한 후 실정에 맞게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170120/연합뉴스] '선거권 18세 하향' 두고 교육계 찬반 '팽팽'


선거연령을 하향하는 세계적 추세를 감안할 필요는 있지만 과속하지 말고 신중해야 할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의 정치장화 차단 장치 마련이 우선이다. 교사들의 학생 생활지도권이 약화된 상황에서 학생들이 교실 안팎에서 특정 정당과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정치활동을 할 경우 이를 제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둘째, 선거연령을 다른 나라와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선거연령 하향은 학제개편과 연계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다른 OECD 국가들과 사회·교육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170111/매일경제] [이슈토론] 만 18세 투표권 부여


다른 나라에선 어떻게 하고 있을까?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선거 연령이 만 19세인 나라는 한국뿐이다. 나머지 33개국은 만 18세가 되면, 오스트리아는 만 16세가 되면 선거를 할 수 있다. 한국은 선거 연령이 높은 국가에 속한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고교 졸업 나이를 비교하면 상황이 조금 달라질 수 있다. 각국의 학제는 다르다. OECD 교육지표에 일본·미국 등 7개국은 평균 만 17세에 고교를 졸업하는 것으로 나온다. 이들 국가의 선거연령은 만 18세이기 때문에 대체로 고교 졸업 후 투표권을 갖는다는 말이 된다. 35개 회원국 중 총 15개 국가가 한국보다 고교 교육을 마치는 연령이 빠르지만 체코·스위스 등 11개 국가는 만 19~20세에 고교를 마친다. 이들 11개 국가에선 고교 시절인 만 18세에 투표를 해 ‘교복을 입고 투표한다’는 표현이 어울릴 수도 있다.

[170117/중앙일보] 미국 등 7개국, 17세 고교 졸업 후 18세 투표…스위스·체코 등 11개 나라는 ‘교복 입고 한표’


각 언론사 별 반응은 이렇습니다

선진국에서는 40대 초반 총리나 대통령이 흔히 등장한다. 고교생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도 어색하지 않다. 고교생 시장도 나왔다. 다양한 법적 의무를 지는 정책 소비자에게 유독 참정권만 제한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정치 후진성을 극복하고 세대 간 불균형을 해소하며 참여민주주의를 확대하기 위해 선거연령을 낮추는 게 맞다. 국회에서의 빠른 정치적 합의를 기대한다.

[170115/한국일보] [사설] 선거연령 18세 인하, 굳이 늦출 이유 없다


선거연령 하향은 국가 미래 설계에 미래세대의 주역인 청소년의 의견을 듣자는 것이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뭘 갖다 붙이거나 떼는 협상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시민들의 개혁 열망이 살아 있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18세 투표권에 반대하는 정당은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없다. 더 이상 이 문제를 상임위 차원에 맡겨둬선 안된다. 여야는 원내대표 회담을 통해 결단을 내리고 2월 임시국회에선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170113/경향신문] [사설]18세 투표 거부한 새누리·바른정당의 구태


18세 국민들도 자신의 미래를 주체적으로 결정할 권리와 책임이 있다. 연금과 복지, 국가부채 등 정부의 중요 정책에서 미래세대의 부담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세대의 권위적 결정에 맡기고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게 됐다. 인구 통계를 보더라도 1980년 이후 60세 이상은 700만 명 이상 증가한 반면, 20세 이상 30세 미만은 60만 명 이상 감소했다. 세대 간 인구 편차가 커짐에 따라 세대 간 균형 잡힌 참정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도 당연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170117/동아일보] [열린 시선/이창길]세대간 균형잡힌 참정권 필수적


고령화 사회라도 나라는 미래를 지향해야 하고, 젊은이들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나라는 발전한다. 젊은이를 위한 정책의 토대 마련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청소년의 정치참여는 이제 불가피하다. 우리 고령화 속도와 청소년들의 정치적 각성의 수준으로 볼 때 선거연령을 16세로 확 낮출 필요도 있어 보인다. 이것만은 어른들이 먼저 추진했으면 한다. 투쟁을 통해 정치에 눈을 뜬 청소년들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합리적 결론에 도달하는 민주주의를 경험했다는 해피앤드의 역사를 쓰기 위해서라도.

[161220/중앙일보] [양선희의 시시각각] 청소년 시민의 발견


일제 강점기부터 유신 독재와 군부 독재 시기를 거쳐 촛불 광장까지 동행해온 사람들의 구체적인 얼굴들 속에 나이는 없다. 동시대의 문제를 고민하며 같이 살아가는 얼굴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광장의 요구는 만 18세 청소년들이 선거권을 행사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 논의를 넘어서서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에 대한 참여를 보장하고, 교육이 자기계발을 넘어 공유와 협력하는 인간과 인간의 연대, 상생의 삶을 촉진하는 앎의 세계를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170116/한겨레] [세상 읽기] 18세 선거권과 가만히 있지 않을 권리 / 정용주



3. 필진 코멘트

누들 : 만 18세 선거권에 대해서는 대체로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이를 반대하는 이유로 드는 논거가 사실 상당히 빈약하기 때문이죠. 입시에 방해가 된다는 게 주 이유인데, 청소년 단체에 소속되어 있는 한 학생은 이에 대해 '공부를 하라는 게 아니라, 공부만 하라고 하는 것 같다'고 일갈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촛불집회 때도 자발적으로 참여한 청소년들의 소신 발언이 매주 큰 주목을 받기도 했고요. 정치적으로 미숙하다고 판단하기엔, 지금과 같은 사회를 만든 성인들은 얼마나 성숙하길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 싸움으로 보는 의견이 많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번 대선에서 18세 선거권이 얼마나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겠죠. 실제로 야권에 유리하게 돌아갈지 그렇지 않을지, JTBC뉴스룸 팩트체크에서 상당히 자세하게 다룬 바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주권자로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요구를 어른들의 셈법에 따라 이리저리 재단하는 일은 없어야겠죠.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옳은 건 아니니까요.


by 누들

breezynodu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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