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31. by MARU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
by MARU
MARU : 박근혜 정부가 정권에 비우호적인 문화예술인을 탄압, 규제하기 위해서 비밀리에 작성한 리스트인 이른바, ‘블랙리스트’가 한국일보의 특종에 의해 밝혀진 지 꼬박 3개월 하고도 절반이 지났습니다. 3개월 동안 문화체육관광부 조윤선 전 장관을 비롯한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수많은 인사들이 발뺌하고 거짓을 말했으며 모르쇠로 일관하기도 했죠. 특검의 수사가 가열차게 진행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을 처음부터 핵심만 짚어 다시 정리해 보았습니다.
소문만 무성했던...
MARU : 블랙리스트에 관해 최초로 문제를 제기했던 기사입니다. 당시 도종환 의원은 우수문예지지원사업과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특정 작가들에게 심사를 배제하라고 압력을 넣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태도에 비판을 합니다. 이때만 해도 명확한 증거가 없이 의혹으로 소문만 무성하게 떠돌았었죠.
[오마이뉴스/160722] 도종환 의원 "블랙리스트 만들어 일부 작가 배제 요구"
블랙리스트 수면에 떠오르다
이 명단은 블랙리스트 인사들을 크게 네 부류로 나누고 있다. 지난해 5월 1일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에 서명한 문화인 594명, 2014년 6월 ‘세월호 시국선언’에 참여한 문학인 754명,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에 참여한 예술인 6,517명, 2014년 서울시장 선거 때 ‘박원순 후보 지지 선언’ 에 참여한 1,608명이다. 이 인사는 “표지 뒤에는 9,473명의 구체적 명단이 리스트로 붙어 있었고, 이 때문에 이 문건은 A4용지로 100장이 넘어가는 두꺼운 분량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문화예술계에 파다했던 ‘블랙리스트 1만명설’은 이 자료가 입소문을 탄 것으로 보인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이 누구인지는 당시 시국ㆍ지지선언자 명단을 인터넷 등에서 확인하면 금세 알 수 있다.
[161010/한겨레] [단독] 예술계 ‘블랙리스트’ 존재 단서 나왔다
[161013/한국일보] "세월호 선언 등 9473명, 문화계 블랙리스트 확인“
정치권 반응
MARU : 보도가 나오자마자 다음 날 있었던 국정감사에서 조윤선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를 적극 부인했습니다. 그 외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각계 정치권에서는 쏟아내듯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161013/매일경제]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에 박원순 “대통령 탄핵 대상”
[161013/SBS뉴스] "막장 정치테러" vs "탄핵"…'블랙리스트' 공방
[161111/서울경제] 조윤선 “블랙리스트 의혹 제기한 사람 실명으로 나와 검증하자”
각계각층 문화예술인들 블랙리스트 규탄
이날 기자회견 및 예술행동을 준비한 문화연대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들어 문화예술인에 대한 블랙리스트 의혹과 예술 검열 사례는 적지 않다. 임옥상 화가의 그림인 ‘하나됨을 위하여’라는 작품은 지난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전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해당 작품이 외압으로 빠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박근형 연출의 ‘소월산천’이라는 음악극이 연출가 배제를 요구하는 국립국악원과의 마찰을 빚다 공연이 취소됐다는 의혹도 나왔다.
[161018/미디어오늘] 퇴출당한 예술인들, “전두환·박정희 시대보다 나쁘다”
[161013/노컷뉴스] '블랙리스트' 찍힌 이윤택 "교묘하게 당했다"
[161018/스타투데이] 김기덕 감독 “영진위, 예술영화 지원작 리스트·심사위원 공개하라” 요청
계속되는 의혹제기...계속되는 의혹부인
MARU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가 진행되면서 블랙리스트 문제 역시 국정조사위원 및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당사자들은 흔들림 없이 의혹을 전면 부인하죠.
[161207/이투데이] [최순실 청문회]김기춘 “문화계 ‘블랙리스트’ 전혀 얘기 한 적 없다”
조금씩 드러나는 검은 실체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사진)이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실제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또, 리스트의 배후로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꼽았다.
박근혜 정부 첫 문체부 장관을 역임한 유 전 장관은 재직기간이었던 2014년 6월, 이 리스트를 봤다고 밝혔다. 수백명의 문화예술인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힌 A4용지를 김소영 전 문화체육비서관이 조현재 전 문체부 차관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문서를 만든 곳이 어디냐는 조 전 차관의 질문에 김 전 비서관은 정무수석비서실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당시 정무수석은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에서 조윤선 문체부 장관으로 교체됐던 시점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계 인사들이 적혀있는 문서로 알려졌다. 이 문서에 이름을 올린 인사만 9천여명에 달한다. 조윤선 장관은 그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는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한 바 있다.
[161212/일요서울] 문화예술 단체들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김기춘, 조윤선 고발
[161226/글로벌이코노믹] 특검, 조윤선 집무실 예술정책국등 압수수색…'올 것이 왔구나' 당혹감 감추지 못해(상보)
[161226/중앙일보] 유진룡 전 장관 "블랙리스트 배후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
[161226/경향신문] 특검팀 ‘문화계 인사 블랙리스트’ 관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압수수색
마침내, 드러난 실체
MARU : SBS가 입수한 문화체육관광부 블랙리스트 문건입니다. 교수나 시인, 안무가 등 예술계 인사 48명과 영화사나 극단 등 43개 단체 등 91개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명단 옆에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유로 보이는 내용들이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등 야당 정치인 지지 선언에 이름을 올렸다는 이유가 가장 많이 등장합니다. 이들과 공동으로 책을 내는 등 조금이라도 함께 활동한 이력이 있으면 명단에 올랐습니다. 사회적인 이슈에 의견을 표현한 행위도 검증 대상이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시위를 지지한다거나, 쌍용자동차 국정조사 촉구 운동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블랙리스트에 포함됐습니다. 문체부 산하 정부 위원회나 문제부 사업을 심사하는 외부 위원들에 대한 별도의 블랙리스트도 작성됐습니다. 서울대와 연세대 교수 등 모두 14명이 용산 참사 해결이나 이명박 정부 규탄과 관련한 시국선언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명단에 올랐습니다.
[161226/SBS뉴스] [단독] 문체부 블랙리스트 입수…자세한 명시 내용
문화체육인사들 줄줄이 소환...그리고
MARU : 김종덕 전 장관, 정관주 전 제1차관,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등 특검의 수사가 가속화되면서 대한민국의 문화를 주름잡던 사람들의 민낯이 철저히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 한 사람을 위해 끝없이 전진하는 중입니다.
[170105/연합뉴스] 특검, 朴대통령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정황 포착(종합2보)
[170106/스포츠서울] [속보] 특검, 블랙리스트 존재 확인…"김영한 비망록 원본 확보했다"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구속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2일 오전 2시께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김 전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구속했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판사는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법원은 "범죄혐의와 관련하여 현재까지 소명된 피의자의 역할과 실질적인 관여 정도 등에 비추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70109/YTN] 이용주 "블랙리스트 실체 맞아요? 안 맞아요?“
[170112/아시아경제] '블랙리스트' 김종덕 등 3명 구속…김상률은 기각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한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1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청구된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수십년간 각종 의혹에도 사법처리를 피해 왔던 김 전 실장도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칼날을 피할 수는 없었다. 조 장관은 현직 장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구속수감되는 ‘불명예’를 기록하게 됐다.
성창호 부장판사는 21일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은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재직하며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려는 의도로 작성된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혐의 등을 받는다. 조 장관도 청와대 정무수석이던 2014년 6월부터 2015년 5월까지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조 장관은 지난해 9월 문체부 장관 취임 이후에는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알고도 묵인한 혐의도 있다.
특검은 지난 17일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을 불러 각각 15시간 20시간 조사한 뒤 18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70121/경향신문] ‘블랙리스트 혐의’ 김기춘·조윤선 모두 구속
[170123/아주경제] "블랙리스트, 참담하고 부끄럽다"…문체부, 대국민 사과
MARU : 문화행정에 있어서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 원칙은 기본적이고 필수적으로 지켜져야 합니다.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고 그들이 더 원활한 작업을 할 수 있게끔 환경을 갖추어주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죠. 많은 공기관 등에서 이러한 것들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현장에서 많이 느낄 수 있지만 문체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그러한 것들보다 몇 배는 더 충격적인 사안이었습니다.
사회를 풍자하는 작품을 보였다고 해서, 성향이 다른 정치인을 지지했다고 해서 편을 가르고 자본으로 사람을 옥죄어 버리는 그런 치졸한 행태가 과연 우리나라에 어떤 미래를 가져다줄지 아찔하기만 합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아무렇지 않게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는 마돈나의 모습이 부럽기도 합니다.
건전한 비판이 흐르는 사회만이 옳은 방향으로 갈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밝혀져서 다행입니다.
by MARU
iamdaehan@gmail.com
행간읽기, 하나만 읽으면 안 됩니다
행간읽기는 '이슈별 프레임 비교'와 '전문 분야 해설', 두 방향으로 행간을 읽는 비영리매체입니다.
*새로 참여하게 된 필진입니다.
"2013년부터 우연히 행간읽기를 알게 되면서 메일링 받던 학생이었습니다. 평소에 신문 읽기를 즐겼는데 저 역시 한 가지 신문만 읽다 보니 가끔 논조가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행간읽기 통해서 그 부분을 많이 바로잡게 된 것 같습니다. 대학시절부터 문화기획 관련 일을 계속 해왔고 공부도 하게 되었는데 행간읽기에서 문화 이슈에 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던 지라 그 부분이 아쉽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문화행정/정책과 같은 이슈를 정리해서 공유하고 싶구요. 저에게도 꽤 많은 공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