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 6. by 닥군
기본소득이 뭐길래?
by 닥군
‘기본소득’이 화두입니다. 조기 대선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이재명 성남시장이 기본소득 논쟁의 문을 열었습니다. 이에 질세라 대선 주자들은 경쟁적으로 기본소득제에 대한 견해를 이야기하면서 논쟁이 진행 중입니다. 얼핏 보면 다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으면서도 들여다보면 각기 다릅니다. 대체 기본소득이 뭐길래. 정의부터 짚어봤습니다.
기본소득이란?
재산의 많고 적음이나 근로의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매월 생활을 충분히 보장하는 수준의 소득을 무조건적으로 지급하는 것.
기본소득의 역사
- 16세기 영국의 정치가 토머스 모어의소설 ‘유토피아’(1516년)에서 처음 언급.
- 최소소득: 인문주의자 모어(1516년)와 비베스(1526년)
-기본증여: 공화주의자 콩도르세와 페인
-기본소득: 공상적 사회주의자 샤를(1848년)과 밀(1849년)
- 20세기, 프랑스의 경제 철학자 앙드레 고르(1923~2007년)에 의해 재조명
세계적 흐름
기본소득은 2000년대 들어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논의가 진행중이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시는 기본소득의 효과를 네 가지 실험군을 비교해 확인할 계획이다. 실험군은 원하는 만큼 일하면서 조건없이 980달러를 제공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일을 하지 않는다면 일을 강제한 후 지급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일을 하면 추가로 돈을 지급 △사람들에게 돈을 지급하지만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등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위트레흐트시는 이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하기를 원하는지, 어느 수준의 복지제도를 원하는지와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미치는 영향에 대해 효과를 검증할 예정이다.
미국 알래스카주는 1980년대 초부터 주민들에게 균등 배당을 지급하고 있다. 그 액수는 초기 1인당 연 300달러(약 35만원)에서 지금은 2000달러대(약 234만원)로 상승했다. 아프리카의 나미비아도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주민들에게 매달 100나미비아 달러(약 1만5000원)를 지급했다. 기본소득 지급 이후 나미비아에서는 경제활동 인구가 늘어나고 범죄 발생 건수가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
올해 1월 핀란드는 국가 단위로는 처음으로 기본소득 시범 도입에 들어갔다. 실업자 가운데 200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2년간 매달 560유로(약 70만원)를 주는 것이다.
[170127/경향비즈] 가열되는 기본소득 논쟁··· ‘유토피아’는 불가능한 꿈인가
기본소득 찬반? 먼저 찬성 의견은 이렇습니다
시민들의 소득을 늘려주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소득 불평등은 가진 것보다 버는 것의 차이에서 기인한 측면이 훨씬 크다. 노동소득이 전체소득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다수의 시민들은 임금으로 삶을 꾸려간다. 하지만 노동시장은 정규직 대 비정규직, 대기업 대 중소기업으로 이중적이다. 정부 통계만으로도 임금노동자 중 3분의 1인 630만명이 비정규직이다. 대기업 노동자는 전체의 4% 수준이고 중소기업 노동자가 다수이다. 임금 차이는 확연하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절반, 중소기업 노동자는 대기업의 60% 수준이다. 3, 4차 하청업체로 내려가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청년들이 ‘월급 많이 주는 정규직’이 꿈이라는 얘기는 저임금 비정규직을 벗어나기 힘든 불평등의 아픔을 얘기하는 것이다.
[170108/경향신문] [사설]소득 불평등 해소 없으면 개혁 아니다
때문에 ‘청년배당’을 추진 중인 성남시처럼 도시와 국가가 시민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국가는 모든 연령의 사람들이 교육, 지적, 정신적, 사회적 성장과 육성에 힘쓸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춰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 의사 결정은 세계가 신속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간소화해야 한다. 도시와 국가는 지능 정보 시스템, 인간과 기계의 활동을 관리하고 물질과 인지, 정서적 자원을 분배할 필요가 있다
[160926/한국일보] 벤 괴르첼 “AI가 직업대체, 국가서 기본소득 제공 필요”
닥군 : 기본소득제도 도입에 찬성하는 쪽 의견은 노동시장의 문제에서 출발합니다. 많은 청년들이 대기업에 목을 매는 이유는 대기업 외의 노동환경이 열악해서라는 주장입니다. 일을 하더라도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기본소득을 제시합니다. 한 조사에 의하면 실제 서울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한 달 150만 원 정도가 필요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150만 원보다 소득이 적을 경우, 일할수록 손해를 본다는 이야기입니다. 150만 원을 받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는 건 제쳐두고서라도 말이죠.
자동화, 인공지능 등이 노동시장을 위협할 것이라는 주장도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주 근거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문제는 아직은 시간적 거리가 있는 이야기 같습니다.
더 들어가기 : 150만원 이상 벌어야 돈을 모을 수 있다.
분석 결과 소득이 150만원인 경우 월세가 55만원인 강서 화곡1동에 거주하는 경우에만 하루 3,000원 정도를 남길 수 있었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하루에 적게는 4,500원에서 많게는 2만원 이상 적자가 났다. 직장 때문에 강남에 주거지를 둔 청년의 경우라면 월 소득 150만원(하루 2만1,900원 적자)은 말할 것도 없고, 월 200만원을 벌어도 하루에 7,700원 손해였다. 월 250만원은 받아야 적자를 면할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하루에 남는 돈은 6,400원에 불과했다. 당연하지만, 월 300만원의 경우 하루에 최소 2만600원에서 최대 5만3,000원 정도를 남길 수 있어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했다.
[170201/M이코노미뉴스] 인형 뽑기가 인생 최대의 사치? ‘탕진잼’ 속 청년들의 씁쓸한 현실
반대 의견
하지만 기본소득은 비용 측면에서 유토피아적 구상에 가깝고 도덕적 해이를 국가가 보상한다는 점에서 복지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는 결정적 약점을 넘어서기 어렵다. 복지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공동체의 도덕적 의무감이지 국가에 대한 청구권 혹은 국가의 의무일 수 없다.
[161225/한국경제] 대선 잠룡들의 기본소득론…원칙에 안맞고 돈도 없다
기본소득에서 제기되는 문제는 '재원을 어찌할 건가'와 '일하는 사람에게 불리한 제도'라는 것이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인 강남훈 한신대 교수는 "전 국민에게 월 30만원을 지급할 경우 연 184조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모든 세금을 올리고 세목을 신설하는 난리를 쳐도 감당하기 힘들다. 우리도 기본소득 문제를 논의할 때가 됐고 필요하면 실험도 해야 한다. 하지만 단지 돈 몇 푼 더 주는 것을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려 든다면 헛된 '공약(空約)'이라 할 수밖에 없다
닥군 : 반대의견은 역시 재원의 문제입니다. 기본소득 지급을 위해 필요한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다른 근거는 ‘돈= 노동의 대가’라는 인식입니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라는 성경 구절이 떠오릅니다.
더 들어가기 : 먹지 못하는 자 일하지 못한다.
핀란드의 실업수당은 실직 전 소득의 70%에 이를 정도로 높아, 실업자의 재취업이나 창업 의지를 방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핀란드 정부는 실업자가 기본 소득에만 의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생산 활동에 나서 '기본 소득+근로소득'을 거두게 되면 경제 활성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이 제도를 도입했다. 2년간 실험을 거쳐 성과가 있으면 기본 소득을 6~7단계로 세분화해 지급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170127/조선비즈] "기본소득, 더 주는 복지 아니야… 일하게 유도하는 것
닥군 :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경제의 완성은 ‘소비’입니다. ‘먹지 못하는 자 일할 수 없다’라고나 할까요.
대선주자들의 기본 소득은 어떻게 다를까?
[170126/비즈니스워치] 다시보자! `기본소득제`...대선공약에 관가도 기웃
이런 의견도 있습니다
이재명 시장의 기본소득에는 아동수당, 청년수당, 노인수당, 장애인수당이 있고 여기에 농어민수당이 추가된다. 금액은 매달 약 8만3000원으로 최저생계비인 62만 원에 크게 못 미친다. 이런 이 시장의 기본소득은 성인을 대상으로 노동 여부와 의사를 묻지 않고 생계 보장이 가능할 만큼의 금액을 보편적으로 지급한다는 기본소득의 핵심 개념과 크게 동떨어진 것이다. 농어민을 제외하면 그의 기본소득은 모두 복지국가 제도인 사회수당에 해당한다. 아동수당은 우리나라, 미국, 멕시코, 터키를 제외한 OECD 국가들에 다 있는 사회수당이다. 장애인수당과 노인수당(기초연금)은 우리나라도 있다. 주요 선진국에는 학생수당 형태의 청년수당도 있다.
기본소득 옹호자들은 복지국가 제도인 아동수당, 청년수당, 노인수당, 장애인수당 같은 사회수당에 '부분기본소득'이란 신조어를 붙였다. 이것은 옳지 않다.
[170126/국제신문] [이상이 칼럼] 기본소득보다 복지국가가 먼저다
행복한 삶, 복지의 사전적 정의입니다. 그렇다면 복지 제도는 행복한 삶을 실현하기 모든 제도적 장치를 뜻함이 마땅합니다. 좁게는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 넓게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야겠지요. 기본소득이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기존의 복지제도의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기본소득이 있는 세상에서는 복잡한 절차 때문에 세상을 등진 ‘송파 세 모녀’는 없을지도 모르니까요.
by 닥군
dakkun12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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