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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공기 Oct 20. 2024

우리 30분만 떨어져 있자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우리의 첫 유럽 패키지여행은

공항에서 결국 떨어져 앉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우리. 30분만 떨어져 있자.


다른 엄마와 딸처럼 손을 잡고 다니거나

하루에 한 번씩 전화하거나

손을 잡고 다니거나

나는 그런 애교 많은 딸은 아니었다.


하지만 1인 600 만원을 들여 3개국의 명소를 돌며

가이드를 따라 버스로 편하게 이동하고

아침마다 호텔 조식을 뷔페로 먹고 멋진 호텔에서 자는 이 여행에서 우리가 싸울 일이 뭐가 있단 말일까


차라리 모르는 사람과 갔다면 싸우지 않았을 텐데

싸우더라도 다시 안 보면 그만인데


문제는 우리는 서로를 알다 못해 엄마가 십 개월을 배속에서 나를 길러 꺼내어 모유를 먹이고 미음을 먹이다 함께 힘든 하루를 보내고 맥주를 짠하기까지,

 몇 년을 대학등록금까지 내며 키워낸 사이라는 것이다.

싸우더라도. 다시 안 볼 수 없는 사이이다.


그렇기에 나는 화내지 말아야 마땅한 입장이다.

아침마다 오늘은 화내지 말자고 다짐했다.


엄마의 첫 여행에서 싸운 딸도 기분이 상쾌하지는 않다. 사무치게 외롭고 우울하다. 이제 어인 서른, 스스로 돈을 버는 직장인이 되었고 타 지역에 집을 구해 자취를 해서 나와 산지 6년이 되었다.

머리가 클 만큼 큰 것이다.


어른이 되었기에 타인의 지나친 간섭을 참을 수. 없게 되면서, 모든 걸 책임지기 싫은 어느 순간에는 어른이 되기 싫은 순간에는 그 간섭을 원하기도 한다.


독립성을 인정해 주기를 바라면서도

어쩔 때는 그저 어리광을 부리고 싶다.


여행 다녀오고. 두 달이. 지났다.

내가 내 힘으로 일해서 빌린 돈을 내고 있는 작은 원룸

안에는 사모은 개인 취향의 자질구레한 물건들로 가득하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냉장고의 전기가. 돌아가는 소리

적막한 이곳에 누워서 담배 피우고 술 마시다 잠드는 자유를 누군가는 외로움이라고. 하겠지


오늘은 문득 엄마가 해주는 밥 먹고 금요일마다 브이제이특공대 챙겨보고 어리광부리던 내가 그립다.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내가 알게 모르게 많이 서운했던 것 같은데

서운했다는 걸 나도 몰랐고 그래서 곪은 것 같다.


엄마와 나의 여행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한다.

어디부터가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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