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후회를 남기지 않는 방법
'내 머릿속의 지우개'의 주인공 철수와 수진은 불같은 연애와 결혼을 하고 신혼생활을 즐긴다. 그 행복에 맘껏 취하려는 찰나 수진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게 된다. 수진은 자신이 알츠하이머에 걸린 것을 알고 철수에게 헤어지자고 말한다. 곧 다 잊어버릴 거라고, 기억이 사라지면 영혼도 사라지는 거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그때, 철수가 이야기한다.
"영혼이 왜 사라져! 다 나한테 맡겨! 내가 네 기억이고 네 마음이야 알았지?"
가족 중에 누군가가 아프면 온 가족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그 지독한 경험을 했었다. 우리 아들이 8개월간 병원에서 성장하고 그중에서 4개월은 중환자실에 있으면서 정말 여러 모습의 가족들을 보았다. 하루는 한 형제가 중환자실 가족대기실에서 고성방가를 내면서 싸우고 있었다. 싸움의 요점은 이것이었다. 면회를 서로 들어가겠다고 우기는 것.
처음에는 '오전, 오후 나워서 들어가면 되지. 뭘 저런 거 가지고 싸우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 싸움의 논점이 다른 것에 있음을 알게 되기까지. 한 번이라도 면회를 더 들어간 자식에게 단 돈 한 푼이라도 유산이 더 돌아오지 않겠냐는 것이 바로 그 형제 싸움의 포인트였다.
아이가 오랜 시간 중증으로 아파도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의 아이가 아파서 더 끈끈해지는 부부가 있고, 결국 보이지 않는 희망에 이혼을 선택하는 부부도 있었다. 어떤 선택이 옳고 그르다고 할 수는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절실하게 사랑하는 관계에 있는 사람이 대해서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보지 않는다면 살면서 어떤 후회로 남게 될까?'
'내 머릿속의 지우개' 영화 속에서 철수는 수진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쏟아붓는다. 최선을 다한다. 수진이 이 세상에 없더라도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수진을 생각하면서 후회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감히 해본다. 어쩌면 나도 그 당시, 그 시간 속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었다. 그것만큼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만큼. 그래서인지 오늘을 살면서 후회가 남지는 않는다.
우리는 항상 '어떻게 하면 후회하지 않을까'를 생각한다. 어쩌면 그 답은 참 심플하지 않을까. 바로 매 순간 진심을 다하는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