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한해숙
돋아나고 자라고 물든 뒤 동그랗게 말라 떨어진 낙엽은
만지면 온기가 있을 것만 같다.
그 안에 몸을 맞춰 들어가 앉으면
할머니 품처럼 따뜻하고 포근할 것 같다.
해야 할 일을 다 마친, 찬란하게 빛나던 푸른 시절도,
붉디붉던 시절도 다 지나가고 빛바랜 낙엽은
삶이 이와 같다고, 그러니 살아볼 만하다고, 괜찮다는
위로처럼 우수수 떨어진다.
그 위로 안에서 잠시 쉬고 싶어진다.
[단상 고양이_ 동그란 위로]
150 x 150mm
이합장지에 채색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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