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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Sep 13. 2015

우리가 여행을 하는 이유

도피가 아닌 도약

여행[旅行]

[명사]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 


짧은 여행이 끝났다.

정말 오랜만에 떠난 여행이지만 사실 대책도 없이 일을 그만둔 후에 떠난 첫 여행이라 설렘만큼 걱정도 컸다.

길지 않은 여행을 떠났다가 다시 본래 내 자리로 돌아올 때 '현실로 돌아온다'는 말을 자주 쓴다. 오늘 공항으로 들어서면서 '아, 이제 현실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정말 여행은 환상일 뿐일까.


여행은 또 다른 현실

여행도 떠나기 전에는 환상일지 모르지만, 막상 여행지에 도착하고 나서부터는 또 다른 현실이 시작된다.

헤매고 실수하고 싸우고 울고 웃고 놀라고 행복해하고... 

다만 내가 있던 자리에서 마주하는 현실보다 좀 더 극적인 현실을 여행지에서 마주하게 된다. 사실 여행 자체가 극적 이어서라기보다는 떠난 내가  '극적으로 느끼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20대에 떠나는 여행은 마냥 호사스럽고 편안한 여행은 아니다. 때로는 일부러 고생길이 예상되는 여행길에 오르기도 한다. 또 수많은 현실의 고민들을 뒤로 하고 떠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가 떠나는 여행이 대책 없는 도피로 보일지도 모른다. 여행 계획은 짜 놓았으면서 현실 계획은 짜 놓지 않았다는 게 내심 불안하기도 하다. 우리가 떠나는 여행은 정말 현실 도피일 뿐인 걸까?


하지만 여행도 환상이 아닌 현실일 뿐이다. 몰랐던 세계에서 마주하는 새로운 현실이기 때문에 현실도피라고 할 수 없다.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바쁘게 달리느라 내가 잊고 있었거나 보지 못했던 것들을 새롭게 마주하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게 바로 여행이니까 말이다. 


관광 개념의 여행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20대들이 많이 가는 어학연수나 워킹홀리데이 등도 여행의 일종이다. 국어사전에도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가는 것이 여행이라고 정의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어학연수나 워홀 등을 취업 O종세트 따위에 포함시키더니, 이를 떠나는 청춘들이 '현실 도피'하는 겁쟁이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 정말 우리는 도피하고 있는 걸까?


도피가 아닌 도약의 시간


설사 현실 도피하는 심정으로 떠났다고 한들, 그걸 도피라고 비난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 도피라고 하기에는 우리들의 젊은 날은 하루하루가 너무도 소중하다. 그리고 우리는 어쨌든 돌아오기 위해 떠난 게 아닌가. 

 

누군가가 그랬다. 여행은 현실 도피가 아니라 다시 현실로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라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후에 내가 속한 현실로 돌아와 더욱 잘 적응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근데 솔직히 떠날 때는 잘 모른다. 정말 늘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떠났나? 난 떠날 때 종종 찔린 게 사실이다. 내가 도피하는 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 하지만 여행지에 도착했을 때,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깨닫는다. 

나는 도피가 아니라 도약을 하려고 여행을 떠났던 것이구나 하고 말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계획보다 실행이다. 계획은 좀 대책 없고 어설펐더라도 어떤 여행을 하고 또 마무리하느냐는 나에게 달려있다. 그리고  과정과 결과 모두가 중요하지만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일부 과정만 보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 


우리들의 여행은 도피가 아닌 도약의 시간이다. 물론 그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 돌아온 후에 부단히 노력을  해야겠지만, 우리 스스로도 지금 떠나는 여행이 도피가 아니라 도약을 위한 시간이라고 굳게 믿고 일단 떠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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