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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Sep 22. 2015

스쳐도 친절

버릇 없는 놈, 쿨한 척하기는

길을 물었다.
아주머니는 가던 길을 멈췄다.
목적지를 설명했지만 잘 모르시는 눈치였다.
내 손에 든 지도를 보며 다시 알려주고 싶어하셨다. 하지만 지도도 소용이 없었다.
이내 저만치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아저씨를 가리켰다.
"그럼 우리 저기 아저씨한테 한 번 물어볼까요."

그 아저씨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근데 이제 나는 대충 알 것 같았다. 그냥 좀더 가다가 다른 사람에게 물어야지 싶었다.
아주머니가 마지막으로 말씀하셨다.
"잘 몰라서 미안해요. 일단 직진해서 가는 게 맞는 것 같긴한데... 아무튼 미안해요, 못 알려줘서."
"아녜요, 감사합니다."

결국 나는 다른 사람에게 길을 물어서 어렵지 않게 찾아갔다. 아주머니는 길을 알려주지 못했다. 하지만  길을 안내해준 사람보다 훨씬 더 고마운 사람으로 내 기억에 남았다.

친절하고 공손한 그 말투와 행동에 나는 감동 받았다. 길을 물어봤을 뿐인데 감동까지 받을 수가 있다니.

물론 공손하고 교양있는 말투는 쉽지 않다. 사람마다 고유의 말투가 있다. 모두가 각자 다른 성격을 갖고 태어났고, 다른 삶을 살았으니까.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다정다감하지 않아도 친절할 수는 있다.
무뚝뚝하다고 불친절한 것은 아니다.
무뚝뚝한 것과 무례한 것은 다르다.

'요즘 애들'로 불리는 우리 20대들은 때때로 버릇없고 무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표현이 서툴러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표현이 서투를 뿐, 그게 다일까?

무례함을 솔직함으로 착각하지는 않았는지
무관심을 쿨한 것이라고 변명하지는 않았는지

나는 길을 알려줄 때 어땠나 새삼 돌아보게 된다.

친절해야지. 다정하지는 못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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