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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이 Feb 24. 2020

미국에서의 나의 첫 직장은
너로 정했어 DONNA

north anaheim surgery center

Donna 와의 만남은 아마도 내 일생에 잊을 수 없는 사건 중에 하나로 기억될 듯하다.

그것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닌, 누군가에게 내가 찜을 당한 첫 면접이었으며, 게다가 아직은 낯설기만 한 파란 눈의 금발 중년의 아줌마와의 인터뷰.

이 말이 우습게 들리지만, 바야흐로 15년 전 부산의 촌구석(지금은 물론 아니지만, 오해 없기를)에서 온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Donna는 North Anaheim Surgery Center에서 수술방 charge nurse였다. 우연히 내가 다른 병원에 낸 이력서를 보게 되었고 그녀의 말에 의하면 본능적으로 내가 그 자리의 적임자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런 sweet 한 말을 몇 번이나 들을 수 있을 까.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 거기다 나처럼 일자리가 절실한 사람에게.

지금 생각해도 버벅거려 알아들을 수 없었을 나의 어눌한 발음에도 Donna는 시종일관 다 알아듣는 것처럼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이고 있었고 나는 생각했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처음 만나면서, 그것도 면접이라는 이 불편한 상황 속에서, 이렇게까지 nice 할 수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이 모든 것이 거짓이고 정말 여기가 horrable 힌 곳이라 아무도 일을 하지 않으려는 것일까?'

나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오고 가고 있었지만 한 가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이 곳에서 일을 시작하리라는 것을.'

Donna는 나의 모든 단점을 알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일자리를 줄 수밖에 없는 나의 장점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단 한 번의 그 짧은 만남으로.

 고. 맙. 게. 도.

한 사람이 한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과 오랫동안 같은 일을 하다 보면 그 어떤 경지에 이르나 보다. Donna는 내가 절실하다는 것을 그래서 목숨 걸고 열심히 하리라는 것을 알아봐 주었다. 그것은 나의 기본 성격이기도 했으며 나의 나름 인생철학이기도 하다.

최소한 민폐는 끼치지 말자는.

Donna는 나에게 면접 당일날 tour를 시켜주며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했다.

나는 job offer를 받았고 기꺼이 yes를 했다.

그렇게 나의 미국 첫 직장 , 병원은 surgery center라는 곳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캘리포니아는 다른 타주에 비해 임금이 높은 편이다. 그것은 물가가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얘기이기도 하니, 꼭 좋다고만은 할 수 없겠지만, 처음으로 돈이라는 것을 마국 땅에서 그것도 나의 한국에서의 경력을 다 인정해주는 곳에서 시작할 수 있으니 지금 생각해도 하늘이 도왔다고라고 할 수밖에 없겠다.

정말 Donna는 나를 구해주러 온 천사인가 아님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는 나에게 온 우주가 도와준 것일까.

어쨌든 Donna와의 만남은 아무도 나에게 수술방 같은 특수경력은 미국에서 바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모든 주변의 사람들의 말을 무시한 나의 손을 들어주었고, 라스베이거스로 온 지금까지도 suregry center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이쯤이면 나의 삶을 모조리 바꿨다고 해고 무리는 아니지 싶다.

나는 모든 미국인들이 걸치는 입사 전 검사인 Drug Test와 FBI 신분 검사를 위해 2주 정도의 시간을 가진 후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 대박사건(?)은 비슷한 시기에 온 다른 많은 간호사에게 자극제가 되었으며, 또한 희망이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겠다. 나는 같이 온 간호사 중 가장 먼저 취업에 성공했고 그런 나를 보며 다들 부러움과 희망을 동시에 품었으리라.

하지만 사실 나는 변화를 즐겨하지 않는 나의 성격과 낯선이 와 잘 섞이지 못하는 나를 알기에 두려움이 더 컸으며, 그때까지도 잡히지 않는 surgery center라는 개념과 내가 하게 될 일과 만나야 할 사람들에 대한 생각으로 맘은 복잡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뭔가 이룬 듯한 성취감도 있었으니, 나는 정말 버라이어티 하게 매일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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