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기의 음식이야기 - 해산물 끝판왕, 대전 <바다황제>
"바다황제 내비게이션 목적지는 고객 감동입니다."
대전 해물왕(王) <바다황제> 신환수 대표님의 장사 철학이다. 그는 늘 '재미와 감동'을 고민한다.
가게 앞에 여러 개의 바가지를 달아놓은 포토존도 그렇다. 바가지를 모자처럼 쓰고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재밌게 웃으라고 만들어놓은 것이지만, 또다른 의미도 있다. "바가지는 (주인인) 제가 다 쓸테니 바가지 쓸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게 드시라"는 뜻도 있다.
아래에 적어 놓은 <바다황제>의 고객 서비스는 생색내기가 아니다. 음식점에서 고객이 만족하도록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고 하면 할수록 주인과 종업원들은 더 분주하게 움직여야 한다.
일이 늘어나고, 신경쓸 게 많아지는데도 고객들을 밝게 대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주인장이 종업원의 마음을 먼저 움직여야만 가능하다.
● 신발|사장이 책임지겠습니다. 고객님께서는 마음 편히 식사를 하십시오.
● 화장실 응급벨|휴지나 여성용품 등 얘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벨'을 누르거나 전화(042-256-5665)를 걸어주세요. (※ 실제 식당 화장실 안에 병원 화장실처럼 응급 벨이 있다.)
● 재떨이|담배 꽁초만 재떨이에. (주변은) 바다황제가 책임지고 청소하겠습니다.
● 원두커피|커피 생각나실 때 언제든지 들어오셔서 거피 한 잔 하고 가세요.
● 양심우산|느닷없이 비가 내리면 양심 우산을 빌려가세요.
● 회 케이크|생일이면 회 케이크와 이벤트가 있습니다.
● 개방 화장실|바다만큼 우아하게 용무(?)만 보시고 가신다 해도 황제처럼 반기겠습니다.
● 회의실|프리젠테이션, 세니마, 워크샵, 스마트TV 사용 가능합니다.
오지랖도 이런 오지랖이 없다. 다른 서비스야 그렇다고 쳐도, 이 가게에서 음식을 먹지 않은 <바다황제> 이용 손님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누구나 와서 원두커피를 마시고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놨다.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공기관에서 하는 서비스를 식당에서 제공하는 것이다. 당장 눈 앞의 돈벌이에만 연연한다면, 죽었다 깨어나도 저런 생색을 낼 수 없다.
이밖에도 신환수 대표님은 직접 몸으로 하는 봉사활동이나 식당에서 번 돈의 일부를 기부하는 일을 수시로, 정기적으로 한다. 화장실에 걸려 있는 이 사연도 그런 활동 가운데 하나였던 모양이다.
"바다황제 사장님과, 직원 분과, 손님 분께,
저는 청춘학교 갈 때마다 황제 앞을 지나다닙니다. 손님을 왕으로 모시겠습니다. 또는 손님이 옳습니다. 바가지는 제가 다 쓰겠습니다. 그리고 밖에 바가지를 걸어 놓은 것을 보았습니다. 가끔은 나의 남편도 회식을 황제에서 할 때면 저에게 카톡 사진을 찍어 보내곤 한답니다.
청춘학교 옆에서 회식한다고 사진 속 친구들의 입가에 환한 꽃이 피어오릅니다. 저의 늦깎이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바다황제 오시는 모든 분들께 복 듬뿍듬뿍 많이 받아가세요."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이는 신환수 대표님.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장사의 달인은 장사하지 않는다>는 책도 펴냈고, SNS 활용법을 강의하러도 다닌다. 정말 '신의 환수'다.
<바다황제>에서 두세 차례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지금 올리는 사진은 그때마다 찍어둔 것이다. 황제물회, 전복해신탕, 황제해신탕, 해물알탕 등.
음식점 이야기를 길게 쓰면서 음식 이야기를 여기에 적지 않은 이유는 사진들을 보면 알 것이기 때문이다. 굳이 말과 글의 설명이 필요없다. 노력과 맛 모두 사진 속에 담겨 있다. #2019_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