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어느 날 한문교사를 꿈꾸었습니다. 자라온 씨앗이 낯선 꿈으로 열매맺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수능과 본고사 거쳐 한문학과 학생이 되었고, 교직 이수하고 교생실습 지나면서 좋은 한문선생님이 되고 싶단 열망을 더 단단히 다졌습니다. 학생 때 은사님, 긴 예비교사 시절 전국한문교사모임 사이트와 개인 홈페이지에서 뵌 여러 선생님께 따스한 빚을 졌습니다. 언젠가는 저도 그런 사람이길 바랐습니다.
임용에 합격하면서 또 다른 고민이 열렸습니다. 새로운 곳에서 잘하고 있는지 물음표가 밀려올 때 기윤실 교사모임과 좋은교사운동, 기독국어교사모임을 만났습니다. 한문과 기독교를 어떻게 아우를지 생각 많던 저에게 선생님들께서 들려 주신 통찰을 기억합니다. 1주일에 두 번 인천에서 서울까지 왕복 5시간 다닌 교육대학원에서도 강의 듣는 선생님들께 한문 교과에 대한 깊이와 열정을 배웠습니다.
육아휴직을 길게 했습니다. 돌고 돌고 돌아가는 듯한 그때 기독한문교사모임 선생님들은 같은 꿈을 꾸면서 두 발을 땅에 딛고 더 큰 그림 그릴 힘을 주셨습니다. 첫 복직 때 교과연수년에서 뵌 학습공동체 선생님들, 두번째 휴직 중 랜선으로 공부하며 다양하고 따뜻한 시선을 나눠 주신 선생님들 덕분에 더 넓고 깊은 한문의 세계를 알아 갑니다. 앎이 많지 않을 때, 배우고 익힌 것을 어떻게 풀어낼지 감이 안 올 때는 다른 분들 말씀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한문에 뜻을 둔 지 만 30년이 됩니다. 지난 시간 돌아보고 앞으로를 바라보며 더 잘 배우고 나누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가끔 첫마음이 흐려지거나 다른 무언가가 끼어들면 10대 후반 한문 교과서와 고등학교 은사님께서 주신 자전을 봅니다. 잘 공부해서 한국 한문학계를 움직이는 사람이 되라는 말씀을 오래오래 품고 다정함과 설렘으로 하루를 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