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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Sep 13. 2021

완벽한 사랑의 맛, 엄마의 된장찌개

나의 첫번째 소울푸드

파스타, 피자를 사랑하고 한식, 특히 김치나 찌개류를 별로 안 좋아해서 장기간 여행에도 음식 걱정은 없던 나. 처음으로 된장찌개가 맛있다고 생각해 본 게 26살 봄쯤이었던 것 같다.

몰타에 머무르다 한국으로 돌아올 때쯤, 같이 지내던 동생이 다이어트 좀 하자며 저녁마다 된장찌개와 양배추 쌈을 만들었는데 그게 너무나도 맛있었다. 엄마에게 보이스 톡으로 나도 이제 찌개가 맛있다며, 한국 가면 찌개 해달라며 자랑할 만큼. 


하지만 한국에 와서 맛있는 걸 많이 먹으면서 한식에 대한 마음은 또 서서히 식어갔다. 참 이상도 하지. 엄마가 날 가지셨을 때 김치 냄새만 맡으면 구역질을 하셨다는데 그래서일까..? 신혼여행에 가서도 한식 생각은 하나도 나질 않았다.


그랬던 나인데, 역시 엄마 딸인가. 해가 갈수록 엄마 입맛을 닮아가나 보다.

30대에 들어서면서 서서히 입맛이 바뀌더니 지금은 된장찌개가 그렇게도 맛있다. 특히 엄마의 된장찌개와 밑반찬들. 엄마는 집에서 된장과 간장을 담그시는데 처음 담그신 된장으로 만드신 찌개 맛이 기가 막혔다.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음식 목록에 한식의 지분은 매우 적지만, 그렇다고 한식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파스타, 피자, 치킨, 떡볶이, 쿠키 등에 바치는 나의 마음이 너무 큰 것일 뿐.


그런데 여기에, 슬쩍 비집고 들어온 음식, 그것도 1위 자리로 올라선 음식. 무엇으로도 대체가 안 되는 음식. 그게 생겨버린 것이다.









수술 후 죄책감 없이, 건강해지는 기분으로 맛있게 오물오물 떠먹을 수 있는, 엄마가 해주신 된장찌개.

이 그림을 인스타에 올렸을 때 많은 분들이 엄마 음식이 그립다는 얘길 해주셨다. 본인의 어머니도 돌아가신 할머니의 음식을 수없이 연습했지만 따라 할 수 없어 그리워만 하신다는 내용도 있었는데, 역시 모든 사람들에게 엄마의 음식은 그리움의 맛인 것 같다. 곁에 안 계실 땐 더욱 더 눈물 나게 그리워지는 맛.


그런 생각을 하면 엄마가 가져다주신 모든 밑반찬들이 다 소중하게 느껴진다. 먹을 수 있을 때 남기지 말고, 버리지 말고 감사하게 다 먹어야지.





참 이상하다. 분명 엄마가 시킨 대로 끓였는데 내가 끓이면 그 맛이 안 난다. 내가 먹어도, 남편이 먹어도 그 맛이 아니다. 내가 워낙 요리 꽝손이기도 하지만, 나만 엄마 손 맛을 못 내는 건 아니라니, 다른 분들도 그렇다니 조금 위안을 삼아 본다. 엄마가 끓여 주시는 찌개는 완벽한 사랑의 맛이다.





아마 내가 할머니가 된다면- 인스타에 남겨주신 많은 분들의 이야기처럼 엄마의 음식, 난 그중에서도 찌개가 제일 그리울 것 같다. 이 이야기가 모니터에 띄워져 있던 날, 엄마가 옆에서 잠시 그림을 보신 적이 있다.

"내가 천국 가기 전에 너 찌개 한 솥으로 끓여주고 갈게!"라고 말씀하시면서 웃으신 엄마.


엄마도 나도 웃었지만 어딘가 슬퍼졌다. 나는 엄마의 그날을 떠올리는 걸로 슬퍼졌고, 엄마는 언젠간 당신이 더 이상 찌개를 끓여주실 수 없을 그날, 그리고 엄말 그리워할 딸 걱정에 슬퍼지셨던 것 같다. 엄마의 마음을 생각하니 결국 받기만 하는 건 나인 것 같아 더 슬퍼졌다.


결국 나의 소울푸드는 엄마의 된장찌개가 되었다. 오랜 시간 굳건히 자리를 지키던 음식들은 내가 30대를 맞이하자 조용히 그 아래로 물러났다. 엄마 말 들어서 틀린 거 하나 없다더니 나이 들수록 엄마의 말을 떠올리게 되고 엄마 손 맛이 들어간 음식이 그리워진다.


엄마, 나랑 가까이 살아줘서 고마워. 가까이 지내는 동안 엄마 음식 많이 퍼먹어야지.

나도 다음엔 엄마에게 바지락이 듬뿍 들어간 봉골레 파스타를 해드려야겠다. 그리고 후식으로 아이스 바닐라 라떼도 사드리면 좋아하실거다. 아직 엄마와 음식을 나눌 수 있음에 또 함께 웃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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