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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동화, 빨간멍게

희망메신저의 빨간멍게 동화입니다

한나 동화, 빨간 멍게                                                                                                                                                                                                                                                                                                                                                                                                                                                                                                                                                                                                                                                                                                                   동화/ 빨간 멍게 

                                                                                                                                                                                                                                                                                                                                                                                                                                                                                                                                           이 한나
     
 초등학교 6학년 때 경희는 강릉 경포대로 수학여행을 갔었습니다.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나 자란 경희는 처음으로 가본 바다여행 이었습니다. 친구들과 들뜬 마음으로 손꼽아 기다리던 날이 왔습니다. 경희는 엄마가 문어 구운 것, 달걀, 과자, 물 등을 싸주신 간식을 가방에 넣어 어깨에 메고 터미널로 갔습니다. 

벌써 친구들은 함박웃음을 띄며 재잘 재잘 하면서 버스에 올라타고 있었습니다. 부모님들은 유리창 안으로 자녀들은 찾으며 한 손을 엉성하게 들고 조금씩 흔들고 계셨습니다. 선생님께서 시키는 대로 우리도 창밖으로 손을 흔들어 보여 부모님들의 염려를 안심시켜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먼 길 잘 다녀오라고 오른손은 흔들고, 왼손으로는 눈물을 훔치시는 것 같았습니다. 장녀로 유독 사랑 받던 경희는 흐뭇한 마음으로 손을 최대한 빠르고 힘차게 흔들었습니다. 선생님은 인원 점검을 마치고 운전기사님에게 출발 신호를 하자 차는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과 여행을 처음으로 떠나는 경희 마음은 붕어 부레처럼 부풀어 있었습니다. 차 안에서 가지고 간 간식들을 서로 나누어 먹으며 수다를 떨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얘기를 그렇게도 많이 했는지 궁금합니다. 그때는 길이 비포장이라 울퉁불퉁 길을 자동차들이 덜컹거리며 다녔습니다. 그것조차도 놀이동산 기구를 타는 것 같아 재미있고 좋았습니다.
한참을 지나  대관령 아흔아홉 고갯길에 다다랐습니다.

 강릉에 살던 이율곡이 과거 시험 보러 갈 때 곶감을 백 개를 챙겨 갔다고 했습니다. 한 굽이 넘을 때마다 곶감 하나씩 먹었는데 대관령을 다 넘고 보니 한 개가 남아서 아흔아홉 굽이라 한다고 버스 기사 해설이 있었습니다. 대관령 다 넘고 보니 한 개가 남아서 아흔아홉 굽이라 했습니다. 
산길 굽이굽이 돌고 도는 데 경희는 멀미가 나서 어지럽고 토할 것만 같아서 혼났습니다. 촌사람 나들이하는 값을 치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소나무 향이 바람 타고 은은하게 배어 나오는 그 솔향기가 얼마나 감미로운지 몰랐습니다. 경희는 창가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더니 멀미가 약간 해소가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동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멀리 백두대간 줄기가 길게 뻗어 있었습니다. 강릉은 파란 바다가 있고 산맥이 있어서 더욱 멋있어 보였습니다. 


 친구들은
“와! 보인다. 보여. 바다야 바다!” 
친구들 함성에 어느새 경희도 조금 어지러움이  가라앉는 것 같았습니다. 경희도 질세라 탄성을 질렀습니다.
“바다다, 바다!”
처음 보는 끝없이 펼쳐진 짙푸른 푸른 바다의  신기함에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그러나 소나무 사이로  손바닥만큼 보이던 바다가 산등성이로 금방 금방  가려지는 것이 안타가와서 우리는 푸른 바다가 보일 때마다 소리를 더욱 크게 지르다간 서로 보고 웃었습니다. 그때 한 아이가 노래를 부르니 흥분된 마음으로 모두 따라 부르면서 고갯길을 지나갔습니다. 높은 언덕길에서 숲 사이로 보이는 푸른 바다는 황홀하기까지 했습니다.

  강릉에 도착한  밤에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놀이를 하고 늦도록 놀던 기억들이 있었습니다. 강릉시내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이튿날 우리는 드디어 기다리던 경포대로 향했습니다. 바닷가 은빛 모래 백사장 앞에 선생님이 우리를 풀어 놓았습니다. 
  평창 강가에서 살다가 바다를 처음 본 우리들은 세상에, 지구 끝까지 물바다! 아, 신기하구나! 이런 것이 바다구나! 경희는 푸른 큰 바다에 압도를 당해 경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친구들은 물 만난 고기 떼들처럼  바닷가로 달려가서 놀았습니다. 밀려오는 파도에  뒷걸음 치다가 신발에 물이 들어간 친구도 있었습니다.다른 친구는 신발을 벗고 물속에 발도 담그고 물장구도 치고 놀았습니다.  햇볕에 타는 줄도 모르고 놀던 친구들은 기쁨으로 이마가 빛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행복을 얻었습니다. 바닷가 모래사장에 엎드려 은빛 모래성도 쌓았습니다. 파도에 밀려온 작은 소라 껍데기로  파도 소리를 듣는 것을 해보았습니다.  파도소리,  배 고동소리와 갈매기 날아가며 우는소리는 경희의  마음을  더욱 깨끗하게 씻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얀색 파도가 줄줄이 밀려오는 바닷가에서 친구들이  뛰어가던 그 모습이 한편의 영화 장면 같았습니다. 산산이 부서질 줄 알면서도 밀려오는 파도는 신기함 그 자체였습니다.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우리의 꿈도 헤아릴 수 없이 꿈 많은 소녀들이었습니다.
   
잠시 후 선생님은 기념품 살 사람은 사라고 자유 시간을 주었습니다. 시골에 살던 우리는 경포대 바닷가 기념품 상점 앞에서 눈이 둥그레졌습니다. 경희도 부모님 안마기와  동생들 선물을 샀습니다. 
바닷가에 아주머니들이 빨간 고무 다라를이고 다니시며 소리를 외쳤습니다.
 “멍게, 멍게..”
“부모님 효도 선물로 이것이 좋드래유” 하며 이상한 것을 팔았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어른 주먹만 한 것은 만지지도 못하게 빨간 가시 같은 것이 박혀 있었습니다. 경희도 신기한 듯 구경을 하는데 부모님들이 좋아하고 건강에 좋다고 어린 우리들에게 선전을 하였습니다. 그 물건 이름은 멍게라고 하였습니다. 멍게의 효능이 치매, 노화, 탈모, 예방한다고 했습니다, 지방질이 거의 없는 멍게는 해삼과, 해파리, 등과 함께 3대 저 칼로리 수산물로 꼽힌다고 했습니다. 칼로리가 낮은 멍게는 영양분 또한 풍부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좋다고 하니 분명 ‘효도 선물’을 맞구나 생각했습니다.
‘이름도 이상하다! 멍게.’ 부모님 효도 선물에 좋다고 하는 말에 어린 경희는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효녀 딸(?)은 징그러워 만지지도 못했지만
“그럼 살게요. 빨간 멍게 주세요.”
라고 말하고 말았습니다. 봉지에 담아주는 효도선물을 가지고 버스에 올랐습니다.  부모님께서 효도 선물로 받고 좋아하실 그 얼굴을 그리면서, 버스에서 꿈나라로 갔습니다. 


  드디어 경희 고향 평창에  도착하니 터미널에 부모님이 마중을 나오셨습니다. 반갑게 포옹을 하고 집으로 와서 선물 보따리를 풀었습니다. 동생들도 좋아하고 부모님도 기대를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드디어 ‘아빠 엄마 선물 짠!’하고 내어놓으니 눈이 휘둥그레 졌습니다. 엄마는
“이것이 머드래? 이상하게 생겼네!”
 “멍게야, 멍게 엄마도 이런 거 처음 봤지요.? 엄마 선물 하야요. 건강에 좋데요, 엄청 좋데요. 바닷가 아줌마들이 ‘이것이 효도 선물이래요. 하면서 사라고 해서 멍게를 사왔어요.”
 “....?”
경희는 부모님께  귀한 것 사 왔다고 으스대며  자랑을 했습니다. 그런데 두 분은 아무런 말씀이 없으시고 신기한 것을 어떻게 해 먹을까 고민을 하시는 모습이었습니다. 고민이 끝났는지
“딱딱한 걸 보니 불에 구워야 되겠구나.”
하시며 장작불 위에 석쇠를 놓고 빨간 멍게를 올려놓았습니다. 아마 바닷가에서 사 왔다고 하니 생선처럼 구워 먹는 걸로 생각하신 것 같았습니다. 나는 옆에서 호기심을  가득 차 가지고 구경을 했습니다. 얼마 동안을 구웠는지 내려놓고 집게를 잡고 칼로 내리치셨습니다. 멍게 안에서 노란색 물 같은 것이 흘러나오고 이상한 냄새도 났습니다.
“이상하게 생겼구나!”
노란색의 물렁한 것을 꺼내어 드시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좋은 표정은 아니었습니다.
“맛도 야릇하다! 너도 먹을래?”
“아니야,  징그러워 못 먹겠어요.”
하며 도망을 쳤습니다. 비릿한 냄새까지 계속 따라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두 분은 ‘우리 장녀가 몸에 좋다고 사 왔으니 꼭꼭 씹어서 남기지 말고 다 먹어야지’ 하시면서 억지로 드셨습니다.
다음날  아버지께서 동네에 나가 사람들에게 효도선물 자랑을 했더니 멍게는  굽는 게 아니고, 날 것에 초장을 찍어 먹는 거라고 해서 멋쩍어 하시며 집으로 오셨습니다. 


     
원시인(무식)이 따로 없었습니다. 하긴 세상에 모든 걸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알고 나오는 것은 아니니까. 그 바람에 무경험자를 함부로 얕보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금도 경희는 그날을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시장에 가서 멍게만 보면 혼자 피식피식 웃고 다닙니다. 경희도 언제가 한 번은 코발트빛 바다를 보면서 꼭 멍게를 구워 먹어 보리라 생각해 보았습니다.또 강릉멍게 맛집을 가고싶다.
 얼마 전 경희는 가족여행으로 제주도를 가서 바닷가에 앉아 멍게를 먹으며 음미했습니다. 경희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비릿한 냄새를 맡으며 어린 시절 빨간 멍게가 생각나 크게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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