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 수고했다 애썼다
나는 27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나이는 6살쯔음. 내 인생에 절반도 아닌 전부를 20여 년 동안 그림만 그려오던 내 인생을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마이웨이"였다. 작가가 되었지만 상업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다. 첫 번째 내 꿈은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것이었는데 8년 만에 꿈들을 모두 이뤘다.
두 번째 꿈으로는 작가로서 많은 그림을 그리고 돈을 벌고 싶었는데 어딜 가나 환영받지 못했다. 페미니즘에 관한 그림을 그려달라고 의뢰가 들어왔다. 다이어리에 들어가는 12컷의 그림을 그려달라고 한다. 인건비 포함, 작업비에 대한 금액을 알려줬다. 그런데 예산이 빠듯하다고 한다. 결국 10만원대로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약속했던 대로 미팅을 갔다. 건물은 참 좋았다. 그런데 작업에 대한 이야기는 안하고 다른 방향으로만 이야기하신다. 그러다가 끝내 말끝을 흐리며 1컷당 페이가 3만원이란다. 금액적인 부분에서 회의를 해보고 다음날 연락을 주겠다고 한다. 다음날 연락이 왔다. 금액적인 부분이 나와 맞지 않아 나와 작업을 못하겠다고 한다. 다행이다. 그런 곳과 일하지 않아서.
굳이 이 일 하나뿐만 아니라 다양한 일들이 많았다. 심적인 충격으로 결국 나는 은퇴하려고 생각 중이다. 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직업이 많다. 20년간 한 우물만 판 내 인생은 정말 후회 없는 도전이었다. 20년간 하던 일을 하루아침에 그만두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이제 서서히 놓아주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은퇴를 해야 내 삶은 행복할까?
인생은 마이웨이, 나의 길이 맞다고 생각했기에 계속 걸어갔다. 인생은 마이웨이, 이제는 그 길을 우회전하든 좌회전하든 유턴을 하든 다른 길도 가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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