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njong Puteri, Johor Bahru, Malaysia
서로 다른 곳에서 출발한 골프 멤버들이 국수집에서 모였습니다. 누구는 아꿍이라고 부르고 누구는 압궁이라고도 하지만 그냥 거기 국수집에서 몇 시에 만나자고 하면 다들 알아서 찾아올 정도로 이 가게는 일년내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부터 값싸고 맛있는 국수를 내는 말레시아 조호바루의 국수 맛집입니다.
오늘 같이 라운드 할 멤버들과 간만의 인사와 그간 어떻게 지냈냐는 안부를 나누면 금새 나온 국수가 나옵니다. 한 그릇씩 후루룩 하고 나서면서 이 집은 떼돈 벌겠다고 누군가 한마디 합니다. 아닌게 아니라 북적이던 사람들이 10여분 만에 한 그릇씩 비우고 가면 곧 다른 사람들이 자리를 채웁니다. 빠른 회전율과 고정고객들을 생각하면 그럴법해 보입니다. 하지만 다시 생객해보면 언듯봐도 예닐곱명은 되어 보이는 직원들 중에서 저축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습니다. 그리고 주문을 받는 일, 서빙, 설거지와 같이 잘게 나눠진 일을 맡고 있는 이 사람들의 소득이 몇 년 열심히 일한다고 얼마나 높아질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작은 단위로 분절된 노동과 규모의 경제로 만들어진 잉여는 그 크기가 크던 작던 관계없이 경사로를 따라 흐르는 물처럼 쉬지 않고 한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그 물이 모이는 곳은 이곳에 자리를 잡고 식당을 열 수 있는 초기 자금과 안목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있는 곳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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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라운드는 탄종푸테리 B코스, 빌리지코스입니다. A코스라 불리는 회원 전용으로 운영되는 플렌테이션 코스는 클럽하우스도 번듯하고 코스도 잘 다듬어져 있지만, 빌리지 B코스와 스트레이츠 C코스는 퍼블릭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투자도 인색합니다. 특히 B코스와 C 코스가 같이 사용하고 있는 차마 클럽하우스라고 말하기 민망한 단층 건물은 이곳을 다녀간 골퍼들의 원성을 듣곤 합니다.
10번 홀 부터 시작입니다. 오늘 대회가 있다는 마샬의 지시를 들으니 오늘 꽤 밀리겠는데 싶었는데 뜻밖에 10번 홀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바로 시작하면 된다는 생각에 다를 신이 났습니다. 핸디캡 대비 스코어로 점심내기를 하자, 아니다 홀매치를 하자 등등의 백가쟁명으로 잠시 부산스러웠지만 누군가가 준비한 카드를 뽑아서 팀이 결정되자 마치 정해진 식순에 따르는 것처럼 3인 팀이 먼저 앞으로 나가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오늘의 게임이 시작됩니다.
페어웨이에 아직 걷히지 않은 아침 안개가 자욱합니다. 가야 할 길이 선명하지 않지만 가만히 있는 것 보다는 한 방향을 결정해서 똑바로 가기로 합니다. 왼쪽에는 페어웨이를 따라 길게 해저드가 있지만 오른쪽은 공간이 넉넉한 것 같습니다. 생각한대로 티샷이 잘 나갔지만 운 나쁘게도 나무가지가 방향을 막고 있습니다. 나무 밑으로 낮게 쳐야 할 것 같습니다. 거리손실이 좀 있을테니 파온은 어렵겠지만 요행을 바라면서 장애물에 대고 샷을 하는 것 보다는 좋은 선택입니다. 다행히 서드샷이 그린 바로 옆까지 갔습니다. 잘하면 파도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칩샷이 짧게 떨어지는 바람에 결국 보기로 마무리 합니다.
길이 보이지 않을 때는 한 방향으로 가기로 합니다
핸디캡 8번인 11번 홀의 페어웨이 한 가운데에 넓직하고 긴 벙커가 버티고 서서 내 티샷이 오른쪽일지 왼쪽일지 결정하라고 묻습니다. 대충치는 샷은 절대 받아주지 않겠다는 듯 좌측으로는 숲이 빽빽하고 우측에는 해저드와 러프지역입니다. 좌측으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세컨을 할때 그린 사이드 벙커가 부담되지 않고 화산처럼 솟아오른 그린을 감싸고 있는 언덕의 빈틈을 노릴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티샷이 길게 갔습니다. 페어웨이를 때리더니 내리막을 타고 카트길까지 굴러갔습니다. 또 나무 밑입니다.
12번 홀도 만만치 않습니다. 장타자는 나무를 넘겨볼만 하겠지만 내게는 무리입니다. 우측으로 가면 갈 수록 그린에서 멀어지게 되고, 티박스에서는 안 보이는 커다른 해저드가 그린 바로 앞에 진을 치고 있습니다. 장타자에게도 부담이 됐는지 그의 티샷이 오른쪽 구석에 쳐 박히고 맙니다. 나는 그린에 가깝고 라이도 좋은 위치에서 세컨을 하게 됐지만 160미터를 치기가 부담됩니다. 조금 전 비슷한 거리의 서드샷을 실패한터라 더 부담이 됩니다. 결국 내 공은 떼굴떼굴 굴러서 또 큰 나무 밑으로 굴러갑니다.
참 전략적으로 만든 홀들입니다. 비록 내가 이런 블라인드 홀들을 좋아하지 않지만 티박스에 서 스코어카드와 골프앱에서 제공하는 사진을 비교해서 보다 보면 이 코스를 만든 사람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면서 여기를 만들었을까 싶습니다. 비거리가 잘 나오고 샷을 능숙하게 컨트롤줄 아는 고수가 좋은 캐디와 같이 플레이 한다면 아주 다이나믹한 게임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파5 14번홀의 티박스에서 보는 전경은 12번 홀과 비슷합니다. 왼쪽에서 삐져나온 나무를 넘기는 티샷이 가장 좋지만 조금만 당겨치면 바로 OB이고 우측에는 겁먹은 티샷을 잡을 벙커와 나무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어렵습니다. 최선을 노린 티샷은 나무를 때리고 좌측 숲속으로 사라집니다. 최선이 아니라 안전을 택하는 것이 점수를 위해서는 옳은 선택일지도 모르겠지만 가능성이 있는 곳에서 항상 뒷걸음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제 16번 홀 파3에 왔습니다. 이 홀의 핸디캡 인덱스는 18이지만 무수히 많은 티샷을 잡아먹었을 아일랜드 홀이 HCP 18이라니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이 코스의 난이도 높다보니 그나마 전장이 짧은 이 홀이 쉬운 홀로 간주되는 모양입니다만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번 홀 결과로 콜라내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나는 그린 중앙을 노렸고 여태까지 게임을 잘 풀어오던 B는 안전한 투온을 노리겠다며 좌측을 노렸습니다. B는 티샷을 벙커에 빠뜨리더니 핀에 붙히겠다던 세컨샷이 시원하게 해저드로 직행했습니다.
전반 마지막 홀입니다. 380미터 파4에다 중간에 크렉이 있습니다. 다시 160 미터 세컨샷이 남았습니다. 벌써 서너번째인데 오늘은 영 자신이 없습니다. 마치고 보내 내가 전반전 우승입니다. 그래봤자 한타 두차 차이입니다만 내가 게임 내내 힘들어 했던것 만큼이나 동반자들에게도 쉽지 않은 게임이었던 것 같습니다. 18번 홀의 스리펏을 아쉬워하는 B에게 콜라는 내가 살테니 그거 마시고 후반에 잘 해보라고 약을 올려봅니다.
그새 안개가 걷혔습니다.
1번 홀도 그린이 보이지 않는 블라인드 홀입니다. 카트길을 따라 오른쪽은 OB이고 왼쪽에는 커다란 해저드가 있지만 멀찍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좌측을 노려야 하겠지만 티샷이 떨어질 곳 조금 위에 커다란 벙커가 자꾸 오른쪽을 겨냥하게 만듭니다. 이번에도 티샷이 나무 밑으로 갔습니다. 이렇게 계속 한 타씩 포기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무리가 되더라도 나무 사이로 살짝 보이는 그린을 노리기로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핀이 안보입니다. 동반자에게 물어보니 왼쪽 구석에 파란 깃발이 있다고 하는데 좌측으로 그린을 놓치면 대형사고가 날 것 같습니다. 운 좋게 그린 사이드 벙커를 잘 피해서 오른쪽 프린지까지 세컨샷을 보내고 칩샷을 하려는데 아무리봐도 핀 근처에서 공이 멈출 것 같지가 않습니다. 이 홀에서 우리 팀은 모두 스리펏 이상을 했고 다른 팀도 비슷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저기에 핀을 꽂았을까 싶습니다.
3번홀에 들어서자 티샷이 고민됩니다. 러프를 포함하면 좌우폭이 100미터는 족히 될 만큼 넓지만 오르막 페어웨이가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걸쳐져 있어서 거리를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멀리 보이는 나무의 우측을 넘기면 내리막을 타고 좋은 위치로 갈 것 같습니다. 대략 200미터 정도이니 해볼 만 하다고 생각했었는데 턱도 없이 짧게 떨어져서 러프로 굴러갔습니다. 같은 거리의 목표물을 지금처럼 사선이 아니라 정면에서 본다면 지금처럼 무리한 샷을 하지 않았을텐데 깜박 속았습니다.
2번 홀 그린 뒤에는 나무가 한 그루 서 있습니다. 장애물도 아니고 타겟도 아닌 의미없는 나무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세상의 모든 것이 어떤 대상이나 목적만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듯 골프에만 매달리지 말고 잠시 고개를 들어 경치를 보라고 팔을 펼치고 있습니다. 6번 홀도 어렵습니다. 페어웨이는 좁고 랜딩 존에는 중간 중간에 나무들이 있고 설령 티샷이 잘 나갔다고 하더라도 커다란 벙커를 넘기는 160미터 이상의 오르막 세컨샷을 해야 합니다. 오늘은 운이 없는 날입니다. 잘 나갔다고 생각한 티샷이 나무 뒤에 숨었습니다. 또 한타를 포기하고 가야 합니다.
7번 홀은 아마도 이 코스의 시그니처 홀일 것입니다. 세컨 지점에서 바라보는 전경이 참 멋집니다. 분화구처럼 솟아오른 그린 뒤로 해가 지는 모습을 본다면 정말 멋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린 주변 가파른 경사 밑은 해저드입니다. 그리고 티샷을 어지간히 길게 치지 않았다면 누구나 내리막 경사에서 부담스러운 어프로치샷을 해야하는 상황에는 그런 경치가 마냥 좋지만은 않습니다. 110미터 정도 남은 것 같습니다. 9번 아이언으로 평소처럼 치면 넉넉하게 그린에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파란 깃발이니까 더 부담없이 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게임의 마지막 홀에 왔습니다. 스코어카드가 만신창이입니다. 이 홀을 마치고 스코어카드를 없애버리자고 하니까 동반자들이 모두 그러자고 합니다. 마지막 홀 퍼팅을 마치고 동반자가 운전하는 카트를 타고 돌아가면서 마지막 홀을 바라봅니다. 참 어려운 코스 였습니다. 잠시라도 긴장을 풀면 여지없이 함정에 빠지게 되는 길고도 난이도 높은 코스라서 라운드 내내 힘들었고 그랬던만큼 골프샷 혹은 스코어라는 관점에서는 실패한 라운드이지만 나와 비슷한 핸디캡의 동반자들 어울리며 즐겁게 보낸 한나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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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있는 한국음식점으로 갔습니다. 자리가 거의 다 찼는데 한국사람은 우리 뿐인걸로 봐서는 한국문화가 참 인기인것 같습니다. 외국에 살면서 현지 사람들이 내 조국의 물건과 문화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고 뿌듯해 집니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서 나온 음식을 보니 참으로 한심합니다. 소면사리까지 모든 재료를 한꺼번에 때려 넣고 푹 삶아서 내온 부대찌게를 보니 주방장은 부대찌게를 한번도 먹어보지 않은 현지 사람이고, 주인은 카운터에서 돈 받는 일만 챙기는 사람임이 분명합니다. 음식사진을 찍으며 즐거워 하는 현지 사람들을 보기 민망하고 부끄럽습니다.
돌아오는 차에서 어려웠던 오늘 코스와 후반 첫 홀에서의 퍼팅에 대해 한참 주고 받고 떠들다가 누군가가 다니던 직장이 부도위기에 처하면서 자신은 새로운 직장을 찾았지만 옛동료들은 몇 년째 줄어든 월급도 마음을 졸이면서 받고 있다면서 이렇게 주말에 마음 편하게 골프를 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합니다. 오늘이 어제와 비슷하니 내일도 오늘과 비슷할 것이라 막연히 기대하지만 그것은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맞습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골프가 있는 삶을 살고 있는 우리는 행복한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