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키워드 발견하기 ①

공간을 키워드로 읽는다는 것

by 박혜선

커뮤니티 공간에 대한 논의는 그동안 주로 시설 유형이나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마을카페, 커뮤니티센터, 주민공동시설과 같은 이름으로 공간을 분류하고 그 안에서 어떤 활동이 이루어지는지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같은 이름의 공간이라 하더라도 공간의 구성과 배치에 따라 이용 방식은 크게 달라진다. 어떤 곳에서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어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머물며 관계가 이어진다. 어떤 곳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지만 활동이 끝나면 다시 일상의 공간으로 돌아간다.


이 책은 ‘무엇을 하는 공간인가’를 묻는 대신 다른 질문에서 출발한다. 어떻게 계획하고 디자인해야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관계를 만들어 가는 공간이 되는가. 이를 위해 다양한 사례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공간 구성 방식을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하였다.키워드들은 공간을 유형으로 분류하기 위한 이름이 아니라, 공간이 사람들의 만남과 관계 형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읽기 위한 하나의 관점이다.


현장에서 시작하다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운영되고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직접 방문하거나 자료를 통해 살펴보며, 사람들이 어떻게 공간에 들어오고 머무르며 관계를 만들어 가는지를 지켜보았다. 관심을 둔 것은 공간의 형태나 기능보다 공간이 실제로 쓰이는 장면이었다. 사람들이 어떤 경로로 공간에 들어오는지, 어디에서 머무르는지, 낯선 사람 사이의 만남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음식이나 활동이 관계 형성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살펴보았다. 공간의 배치, 가구의 구성, 경계의 열림과 닫힘, 프로그램 운영 방식 등이 이러한 장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함께 보았다.


서로 다른 도시와 문화권의 공간이었지만, 관찰을 이어가다 보니 흥미로운 점이 드러났다. 사람들을 만나게 하고 관계를 이어지게 만드는 데에는 몇 가지 공통된 공간 구성 방식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어떤 공간은 접근성을 높여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이고, 어떤 공간은 음식을 매개로 관계가 시작되도록 하며, 또 어떤 공간은 하나의 장소 안에서 다양한 활동이 겹쳐지면서 일상의 접점을 넓혔다. 형태와 규모는 달랐지만, 이러한 전략들 사이에서 공통성이 발견되었다.


키워드로 정리하다

이러한 반복성을 단서로 삼아 사례 속에서 나타나는 공간 요소들을 하나씩 정리해 나갔다. 먼저 사례 속에서 나타나는 장면과 공간적 장치를 기록하고 비교하면서 서로 유사한 특징들을 묶었다. 그 과정에서 접근성, 투명성, 기획성, 오픈공간, 음식, 공동체 형성, 연결성, 다용도 활용, 로컬성 등과 같은 공간 계획 요소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림2.png [그림 1] 동네 커뮤니티 공간 키워드 도출 과정


그러나 이러한 개념들은 건축계획이나 연구의 언어로는 설명될 수 있지만 일반 독자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이러한 공간 계획 요소들을 일상적인 언어의 키워드로 다시 정리하고자 했다. 접근성과 투명성을 함께 묶어 ‘다가가기’, 기획성을 ‘끌어들이기’, 오픈공간을 ‘열어주기’, 음식을 매개로 한 관계 형성을 ‘대접하기’라고 이름 붙였다. 공동체 형성을 ‘묶어주기’,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구조를 ‘이어주기’, 하나의 공간이 여러 활동으로 활용되는 방식을 ‘겹쳐쓰기’, 지역의 기억과 장소성을 되살리는 과정을 ‘되살리기’라고 정리하였다.


이 키워드들은 특정한 공간 유형을 규정하기 위한 분류라기보다 동네 커뮤니티 공간이 사람들을 만나게 하고 관계를 만들어 내는 방식을 읽기 위한 해석의 틀이다. 다음 편에서는 이러한 키워드들이 어떤 이론적 배경과 만나고, 전체 구조 속에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표1.png [표 1] 공간 계획 요소와 공간디자인 키워드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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