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퇴근하고 돌아온 아파트 문 앞에 박스가 두 개 놓여있다. 엊그제 주문한 상품이 기대한 시간에 도착해 잇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키오스크에서 나오는 광고가 기억이 난다. 주 5일을 근무한다는 배송업체의 복지를 부각하면서 365일 배송한다는 점도 같이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젊어 보이는 사람들의 일거리로 광고를 하는 것으로 보였다. 주문하면 온다는 믿음에 만족감을 주는 우리나라 배송 시스템에 놀랄 때가 하루 이틀이 아닌데 이제는 놀라움이 일상이 되었다.
이런 믿음의 근저에는 시스템에 기반해서 가능하다. 빠르다는 개인이 날래고 차의 고속엔진의 파워로 속도가 높아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예전에 본 영화에서 카레이싱 장면을 본 적이 있는데 근래의 방식과 가장 큰 차이점은 차의 스타트 장면이었다. 최근의 포뮬러원에서는 예선에서의 기록을 기준으로 1등부터 꼴찌까지 앞에서 뒤쪽으로 배치하는 방식인데 흑백의 레이싱 경기에서는 마치 100미터 달리기와 차경주의 혼합처럼 진행했다. 총성이 울리면 경주마처럼 드라이버가 자기 차를 향해 돌진한다. 인간의 속도와 다음엔 차량의 속도를 더해서 레이싱을 진행한다. 지금의 배송에는 인간과 차량이 움직이지만 기반에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물류의 흐름을 과학적으로 만들었기에 당일배송이나 새벽 배송이 가능하다.
외국인이 한국인의 특징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빨리빨리'와 'IT'인프라의 결합물이 '배송'으로 표출된 것이다.
단순히 배송의 속도로 경쟁하던 방식에서 이제는 한 발 더 나가서 물품의 선도를 담아서 배송하는 업그레이드 배송이 진행되고 있다. 산지의 신선한 생물을 바로 구매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은 또 한 번 배송의 신기원을 만들었다.
하지만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내용은 낮과 밤을 거꾸로 살아야 하는 '배송하는 인간'의 대한 부분이다. 부재할 때 겪는 손실이 사람의 삶과 죽음에 기반하는 경찰, 소방, 의료 등과 같은 가치가 아닌 사회적 편익에 기반한 시스템의 변경이란 점에서이다. 내가 얻고 있는 편리함이 누군가의 부자연스러운 삶의 결과물이라면 생체리듬과 궤를 같이하는, 조금 '천천히' 받는 '바른 배송'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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