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세영 Feb 17. 2021

좋은 글을 쓰려면


어제는 연수원에 교육을 하러 가느라 친정엄마에게 아이들을 부탁해야 했습니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 보니 식탁 위에 엄마표 반찬이 챙겨져 있네요. 견과류를 넣은 멸치볶음, 시금치나물, 야채볶음, 계란말이 야채전, 양배추와 과일 샐러드. 무려 5개의 새로운 반찬을 차려놓으셨어요. 냄비에 가득 끓여놓은 미역국을 데워서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대단한 음식은 아니더라도 엄마의 집밥은 꿀맛이었습니다. 


살림 경력 18년이란 세월이 무색하게도, 매일 반찬을 만들고 밥상을 차리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장을 봐서 냉장고를 채워놓지만, 그것을 바로바로 반찬으로 만들어내는 걸 잊어버리곤 합니다. 때로는 장보는 타이밍을 놓쳐서 냉장고가 텅텅 빌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급하게 라면으로 때우거나, 냉동실에 있는 인스턴트 음식을 꺼내야 합니다.


친정 엄마는 그런 법이 없습니다. 냉장고와 냉동실을 털어서 국이나 찌게 한 가지, 밑반찬 여러 가지를 만들어내는 실력. 대부분의 주부 9단이 그렇듯이 엄마에게는 그런 훌륭한 살림 내공이 있습니다. 엄마는 제철 식재료가 떨어지지 않게 미리미리 장을 봅니다. 재료들을 가지고 살뜰하게 밑반찬을 만들어 놓습니다. 하루하루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것이 몸에 배어있습니다. 몸이 불편하신 아빠를 위해 엄마는 매일매일 제철 음식으로 건강한 식탁을 꾸리십니다.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아이들을 낳고, 밥상을 매일 차리면서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를 알았습니다. 밥을 차리는 것보다 반찬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밑재료들을 사다 놓고 준비하는 것. 그것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일인지를요. 늘 관심 갖고, 신경 쓰고, 준비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게 됩니다. 당장 아이들을 챙길 먹을거리조차 없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그때 글감을 갖추고 정리하는 일 말입니다. 글을 잘 쓰시는 분들, 꾸준히 좋은 글을 쓰시는 분들을 보면 참 부럽습니다. 참신한 소재로 진심을 담아서 지속적으로 글을 쓰시는 분들을 보면 참 존경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친정 엄마의 음식에 담긴 노고와 정성을 느끼듯, 누군가의 글을 읽다 보면 그 정성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글 안에 담긴 참신하고 건강한 소재, 그것을 위해 고민하고 사유한 흔적, 진심의 발자국들이 고스란히 느껴져 감동을 받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그런 글들을 몇 편 읽었고, 덕분에 마음이 따스하고 훈훈해졌습니다.


밑반찬을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직 글쓰기가 어렵습니다. 좋은 글을 쓰려면, 건강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 신선한 재료를 준비하는 것처럼 좋은 소재를 발굴하고, 나만의 시선으로 사유하는 시간, 글감을 다듬는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꾸준히 좋은 글을 쓰려면, 글감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기록하고 생각하는 각고의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겠지요.


조금씩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조금씩 더 나아지겠지요. 드라마를 보는,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하든, 친구와 대화를 하든, 무심코 흘려보내는 많은 것들을 놓치지 않고, 귀하게 알아차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내 안에 있는 소중한 글감들도 조금씩 더 들여다보고, 발굴하고, 낚아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를 만나거나 일을 하면서, 때로는 풀리지 않는 문제를 않고 씨름하고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도 글감을 발견하고 기록해놓을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글감을 모아야겠지요. 좋은 글감을 모으려면, 잘 살아야겠습니다. 오늘의 시간도 소중한 글감이 될 테니 말입니다. 밑반찬을 만드는 것도 좀 더 신경써야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