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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남용 Mar 26. 2021

두고 오기

산티아고 순례길

인천행 항공권을 발권하고,
배낭을 수화물로 맡기려 했다.

어깨끈에 흔들리지 않게 단단히 묶어 두었다.

잠깐. 이 나무 스틱은 안될 거 같은데?
아 진짜? 왜? 그럼 기내에 가지고 가면 안 돼? 나한테 너무 소중한 물건이라 가져가고 싶은데. 어떻게 안될까?

길에서 주운 이 나무 스틱이 마치 금은보화라도 되는 듯.
아깝고, 아쉬운 표정으로 더듬거리며 천천히 부탁하고 사정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 나는 도와줄 수가 없어. 대신 비닐을 하나 줄게. 여기에 배낭이랑 잘 넣어서 저쪽 수화물 검사하는 데로 가봐. 수화물 탭을 부착했으니깐 가서 직접 물어보고 맡겨.

찾아간 그곳에선.
귀찮은 듯 단호히 No! 만을 반복한다.
어찌할 바를 몰라 서성이며 울먹이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사실 안 되는 줄 알고 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챙겼던 건데.

여행을 일상으로 가져오는 일은..

역시 안되나 보다.


- 파리 샤를 드골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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