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가는 돈이 아깝다고요?

by 전략가 김재훈

오늘 새벽 7시 35분, 나는 뉴스 알림을 받았다.


"아르테미스 2호 발사 성공."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약 54년 만에 달을 향한 유인 우주선이 다시 하늘로 올랐다. 잠깐 멍하니 그 문장을 읽었다. 54년.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 '이전 기록'이라는 게 묘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곧 익숙한 반론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저 돈을 지구의 가난한 사람들한테 쓰면 안 됩니까?"


사실 틀린 말이 아니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투입된 예산만 최소 93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42조 원에 이른다. 그 숫자를 보면 누구라도 한 번쯤 물음표를 찍고 싶어진다. 당장 오늘 밥을 굶는 사람이 이 지구 위에 수억 명인데, 왜 우리는 달에 사람을 보내는 데 이 천문학적인 돈을 쓰는 걸까.


나는 군 생활을 오래 했다. 그래서인지 이런 질문 앞에서 반사적으로 '시간 지평선'을 먼저 따져보는 버릇이 생겼다.


지금 당장의 문제와, 10년 후의 문제와, 100년 후의 문제는 다르다.


긴급한 것이 항상 중요한 것은 아니고, 중요한 것이 항상 긴급하게 보이지도 않는다. 우주 개발은 전형적으로 후자에 속한다. 지금 당장 아무것도 무너지지 않기 때문에, 투자의 필요성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불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지구라는 행성은 생각보다 불안정하다. 기후 변화가 가속되고 있고, 자원은 한정돼 있으며, 소행성 충돌이나 초거대 화산 폭발 같은 '낮은 확률의 고위험 사건'은 인류 역사에서 이미 여러 번 일어났다. 공룡이 사라진 건 그들이 나태해서가 아니라, 다른 곳으로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구에 모든 것을 걸어두는 건 전략적으로 단일 실패 지점(Single Point of Failure)을 방치하는 것과 같다.


우주 개발은 결국 '인류의 백업 드라이브'를 만드는 일이다. 아르테미스 2호는 완결된 임무라기보다 이후 계획을 위한 출발선에 가깝다. 달 뒷면을 따라 8자 형태로 선회한 뒤 지구로 귀환하는 이번 임무는 오리온 우주선의 첫 유인 비행으로, 달 착륙으로 이어질 기술적 기반을 검증하는 핵심 단계다. 그리고 그 이후엔 화성이 있다.


그런데 이 레이스에서 한국은 어디 있을까.

중국은 2030년 이전 유인 달 착륙을 목표로 올해에만 두 차례의 유인 우주선 발사를 계획하며 미국을 추격하고 있다. 인도는 2023년 찬드라얀 3호로 달 남극 착륙에 성공하며 세계 네 번째 달 착륙 국가가 됐다. 미국과 중국, 인도는 우주를 '개척해야 할 미지의 영역'이 아니라, 이미 '선점해야 할 전략적 영토'로 보고 있다.


우리에게 우주는 여전히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누리호가 성공했을 때 잠깐 들뜨다가, 곧 일상으로 돌아왔다. 예산은 깎이고, 인력은 빠져나가고, 민간 우주 생태계는 걸음마 수준이다. 그 사이 기술 격차는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벌어지고 있다.


이번 발사에는 국내 기술로 개발한 소형 위성 'K-라드큐브'도 탑재된다.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동시에 쓸쓸하다. 우리의 존재감이 '탑재된 소형 위성'으로 표현되는 현실이.


나는 인도에서 5년을 살았다. 인도 사람들은 가난과 최첨단이 공존하는 나라에 살면서도, 우주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하다. 길거리 작은 찻집 아저씨도 ISRO(인도우주연구기구)를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찬드라얀이 성공했을 때는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였다. 월드컵은 저리가라 할 정도의 국가적 이벤트였고, 길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이 이벤트를 즐길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과학적 성취가 아니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집단적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그 자신감은 청년들에게 전달되고, 다음 세대의 엔지니어와 과학자를 만들어낸다. 우주 개발은 단지 로켓을 쏘는 일이 아니라,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을 사회 전체에 심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들 세대에게 우주는 어떤 의미일까. 그 세대가 우주산업의 수혜를 받을 수 있을까. 솔직히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투자하지 않으면, 그 질문에 답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건 안다.


오늘 새벽, 달을 향해 떠난 네 명의 우주비행사를 생각한다.

그들이 창밖으로 지구를 내려다볼 때, 이 작고 푸른 행성이 얼마나 소중하게 보일지. 그리고 동시에, 얼마나 작게 보일지. 인류가 우주로 나아가는 건, 지구를 포기하는 게 아니다. 지구를 더 오래, 더 잘 지키기 위한 준비다. 그리고 언젠가, 지구가 더 이상 버텨주지 않을 때를 위한 대비다.


그 대비를 하기에, 지금이 너무 이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PS: 나의 어릴 적 꿈은 미국 'NASA'에 들어가는 것 이었는데 가끔 우주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어린아이처럼 가슴이 설렌다. 정작, 하늘을 올려다 볼 망원경도 하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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