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처음으로 플로깅을 해보다
나만의 욕심일까? 아내 몰래 나와 아내의 이름으로 군산시에서 주관하는 플로깅에 참여 신청을 했다. 요근래 아내가 주말에도 일정이 있던 탓에 참여 의사를 묻지도 않고 신청한 것에 대한 부담이 조금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정이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정이 된다면 자연스레 해도를 데리고 가면 되고, 플로깅이라는 건전한 캠페인을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청 다음 날, 해도와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와중에 문자를 받았다.
"플로깅 크루에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아내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물었다.
"문자 받았어? 플로깅?"
아내가 되물었다.
"받았는데, 이거 뭐야? 플로깅 신청했어?"
나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응. 우리 완전 행운이네!!"
아내는 아마도 내 의도를 눈치챘을 것이다.
"좋다. 재밌겠다."
플로깅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단체로 플로깅에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나 역시 살짝 설레면서도 긴장이 되었다. 두 살 아기가 과연 엄마와 아빠를 따라다닐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대략 1시간 남짓되는 시간을 걸어다니며 길거리 구석구석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야 하는데, 아직 아기들에게는 그 시간 동안 걷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플로깅에 참여하기로 했다.
행사 전날부터 호들갑을 떨었다. 체력을 보충한답시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고, 체력을 기르기 위해 운동도 하고, 깨끗한 마음가짐을 위해 배스밤(Bath bomb)을 욕조에 풀고 통목욕을 했다. 그리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이보다 완벽한 준비가 있을까 싶었다. 플로깅 꿈을 꾸면서 플로깅을 미리 체험해 본다면, 정말이지 완벽할 것이라 생각했다.
플로깅 당일, 미리 공지된 집결지로 향했다. 우리를 포함해서 약 15명 정도의 참여자가 있었다. 그리고 전문 투어 가이드와 사진작가들이 행사를 전체적으로 통제했다. 군산의 주요 관광지를 관통하는 코스였기 때문에 별도의 안전 통제도 준비되어 있었다. 플로깅에 대한 질문이 있을 것 같아 미리 답변을 준비했지만, 아쉽게도 그런 질문은 없었다.
"플로깅은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되고, ‘Plocka upp’와 ‘Jogging’이 합쳐진 단어이다."
"플로깅은 쓰레기를 주우며 조깅을 하는 것을 말한다." 등등…
간단히 전체적인 코스에 대한 설명과 거쳐 가는 군산의 주요 관광지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군산에 이사 온 지 몇 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군산에서 갈 만한 곳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추가로 군산의 맛집과 서점, 카페 등에 대한 정보도 얻었다. 플로깅을 위한 장비인 집게와 쓰레기 봉지, 그리고 안전 통제를 위한 형광색 조끼를 받았다. 시작점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드디어 플로깅을 시작했다.
우리는 군산항 1981에서 출발했다. 군산항 1981은 현재는 카페 및 여행자 쉼터로 이용되고 있는 곳이지만, 1981년 이후로 실제 군산항 여객터미널로 사용되던 곳이다. 그래서인지 약간 감성적인 느낌이 많이 났다.
진포해양테마공원을 지나가면서 본격적인 플로깅을 시작했다. 대체로 깨끗한 것 같았지만, 조금만 더 가까이 들여다보니 다양한 쓰레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담배꽁초를 비롯하여 과자봉지, 구겨진 영수증 등을 주우면서 다소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조금만 환경에 관심을 가진다면 애초에 나오지 않았을 쓰레기들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보이는 족족 집게로 집어 쓰레기 봉지에 쏙 넣었다. 우리가 쓰레기를 줍고 있는 동안, 해도는 우리를 유심히 관찰했다. 그리고 너무 신기해했다. ‘쓰레기’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고, 쓰레기를 주워야 한다는 것도 이해하는 것 같았다. 부모로서 상당히 보람된 순간이었다. 사실 길거리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를 굳이 보여주고 설명하는 것이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해도가 보여준 태도와 행동을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을 따라 쭉 걸어가다 보니 옛 건물 느낌이 물씬 나는 건물이 보였다. 바로 근대역사박물관이었다. 많은 관광객들이 있었고, 길거리 음악도 들을 수 있었다. 신나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의 플로깅은 계속되었다. 해도도 쓰레기를 찾아서 봉지에 넣는 것에 꽤나 재미를 붙여서 더 즐거운 순간이었다. 화단과 분수대 구석의 쓰레기, 잔디밭 깊숙이 박혀 있는 쓰레기, 바람에 날리고 있는 쓰레기들을 죄다 잡아서 봉지에 넣었다. 이제야 봉지가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했다. 쓰레기 봉지가 차오를수록 기분은 좋은데, 살짝 찝찝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플로깅 반환점인 초원사진관으로 향했다. 주말에는 수많은 인파가 사진을 찍기 위해 몰리는 곳이기 때문에, 안전 목적상 적극적인 쓰레기 줍기는 지양했다. 그래서 이 구간에는 조깅을 위주로 움직였다. 빠르게 걸으면서 보이는 쓰레기 위주로 주워 담았다. 해도도 상황을 감지했는지 빠르게 걷기 시작했지만 약간 힘들어해서, 팔로 안고 플로깅을 했다. 초원사진관에 도착하고, 우리의 첫 플로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목적은 플로깅이었지만, 해도에게 뭔가 새로운 것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쓰레기를 버리고 줍는 행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쓰레기를 버리면 다른 누군가는 그것을 주워야 하고, 이런 쓰레기는 사람들이 생활하는 공간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친다는 것, 결국 쓰레기 문제는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