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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아피디 Mar 26. 2021

제주도 단상

1일 1 깨달음


친구들과 3박 4일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코로나 이후 첫 여행이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새로움이었다. 코로나 이전의 여행과 이후의 여행은 극명하게 달랐다. 마치 밀가루 반죽과 빵이 다른 것처럼 그전의 여행이 피상적이었다면 이번 여행은 적절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 . . 다.


진실한 여행은 이러했다. 비행기를 기다릴 때 비행기의 소중함을 생각했다. 커피를 마시면서 커피의 맛을 음미했다. 탑승을 도와주는 스튜어디스들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이륙하는 순간에 마음도 같이 이륙시켰다. 옆자리에 앉아있는 친구들의 목소리와 미소를 각인시켰다. 구름과 아래에 펼쳐진 풍경을 사진보다 더 정확히 눈에 담았다.


제주도의 바람을 피부에 새겼다. 태양을 향해 오랜만에 인사했다. 렌터카 회사의 시스템에 감사했다. 첫 끼로 먹은 갈비 짬뽕의 재료 하나하나를 뒤적거려봤다. 국물을 먹을 때 미원의 감칠맛에 감탄했다. 사람들이 손수 지어 올린 건물들도 그 안에 진열된 물건들도 하나하나 예뻤다. 호텔의 빳빳한 이불의 감촉을 만끽했다.


화산이 만들어 놓은 돌들과 신이 만들어 놓은 바다와 파도에 경외를 보냈다. 아주아주 긴 채로 아주아주 작은 골프공을 때릴 때 신기한 운동이라 생각했다. 로스트 볼을 주었을 때 앗싸라고 외쳤다. 홀에 공이 들어갈 때 쨍그랑 소리가 경쾌했다. 공이 잘못 맞아도 재밌고 잘 맞아도 재밌다는 노부부의 이야기가 아름다웠다.


성게 미역국, 전복물회, 갈치조림, 흑돼지 구이, 보말칼국수, 묵은지 고등어조림, 고사리 육개장, 제주 몸국 등은 다 환상적이었다. 넷이 치는 고스톱도 이전보다 훨씬 다이내믹했다. 옆에서 자는 친구 코 고는 소리가 리드미컬하다.


코로나는 많은 것을 바꿔놨다. 대개는 나쁘게 그리고 간혹은 좋게... 여행의 음미 사람의 소중함 일상의 위대함 지나치는 것들을 붙잡아두는 인식의 확장. 이런 것들은 간혹 좋은 것들이다.

 

고통은 사람을 성장시킨다 했다. 고난을 지나온 자는 강하다. 크다. 너그럽다. 나 또한 그렇다. 인생의 고난과 역경을 지나와서 이만큼 성장했다. 그냥 먹는 나이는 없다. 코로나를 지나오고 있는 우리들은 집단으로 성장할 것이다. 의식이 한 단계 확장될 것이다. 다 나쁜 것은 없다. 모든 것에는 양면이 존재한다. 빛과 어둠이 우리의 세계를 구성하는 단 두 개의 요소다. 어둠이 길면 빛도 밝을 것이다. 이것이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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