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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 Judy Sep 01. 2021

홍콩의 헬퍼들

각자의 삶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홍콩섬 정경 (센트럴역 근처에는 주말이 되면 많은 헬퍼들이 나와 있다.)

늦은 저녁 숙소 아파트 내에 있는 클럽하우스의 Gym에서 운동을 끝내고 올라가는 길.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13층을 누르고 기다리는데, 필리핀계 젊은 여인이 홍콩인 아이가 태워진 유모차를 끌고 와 내 옆에 선다.

승강기가 도착하자, 그녀에게 먼저 탈 수 있도록 양보했다.  마스크에 가려진 얼굴이지만 선함이 느껴지는 눈빛을 머금으며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 온다. 나는 웃음으로 화답하며 함께 올라탔다. 유모차의 갓난아기는 잠을 자고 있었고 아마 산책을 다녀온 것 같았다. ‘이 아파트에도 헬퍼들이 꽤 많이도 함께 하고 있구나' 느끼며  가볍게 다시금 눈인사를 하며 먼저 내렸다.


헬퍼 제도가 있는 홍콩은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들과 정식 계약을 통해, 수입 인력이 된 약 37만 명의 헬퍼들이 함께 한다고 한다.  홍콩 전체 인구 750만 명 기준 시 약 20%의 헬퍼가 홍콩에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이 나라에서는 헬퍼들과의 공존이 일상의 한 부분인 것이다.

또한 상당한 인구의 헬퍼들이 함께 하는 곳이다 보니 헬퍼들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로 도배하는 이들도 있고, 좋은 헬퍼들을 만난 이들은 그들의 장점을 칭찬하기도 한다.

 

주말에 홍콩섬인 센트럴로 나가게 되면, 지하철 역 부근이나 광장 등지에 헬퍼들이 가득한 것을 볼 수 있게 된다.

처음에 이들을 보았을 때, 왜 이곳에서 하루 종일 보내고 있는 것이지 했었는데 주말은 그들이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이고, 딱히 갈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다 보니 함께 할 공간이 한정되어 있어 본인들만의 방법으로 휴식을 즐기고 있는 것이라 했다.  

물론 모든 헬퍼들이 그곳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도 자신의 삶을 멋지게 보내고 있음은 트레킹을 하며 산을 오를 때, 해변가에서 바다 내음을 맡으며 여행자 모드로 있을 때  더욱 느끼게 된다.


이전에 함께 트레킹 한 친구가 산 정상에서 깔깔 거리며 행복하게 웃는 필리핀계 헬퍼들을 보며 했던 말.

"저 친구들을 보면, 정말 행복하게 삶을 사는 것 같아요.  진짜 행복해 보이지 않아요? "  

정말 그러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자유롭게 춤을 추기도 하고 함께 소리 내어 웃으며 그 순간을 누리는 모습이 진심으로 행복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해변에 가면 반짝반짝 빛나 보이는 무리들.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그들의 자유로운 모습은 내게도 그 행복이 전달되는 것만 같았다.


나 또한 안 좋은 쪽으로 집중한 때가 있었다.

쇼핑거리를 지나갈 때, 모든 가족의 쇼핑 가방 꾸러미를 메고, 심지어 그들의 아기 유모차까지 끄는 헬퍼를 볼 때 동정의 마음이 있었고.

식당가에서 헬퍼는 식사를 하지 못한 채 아기를 보고 있는데 부부는 맛있는 식사를 웃으며 하고 있는 모습에 괴리감을 느꼈으며.

아이들의 가방을 직접 메고 등하교시키는 헬퍼들을 볼 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되는 그런 시간이 내게도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런 모습을 볼 때 불편한 마음은 계속 느끼고 있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그녀들을 동정하는 마음은 이제 갖지 않는다.

그녀들은 당당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이고, 그 수입으로 자신들의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보살피고 있으며  본인들의 계획된 그 어느 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멋진 여인들이니까.


편견이 아닌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그들에겐 모두가 나름대로의 옳은 방향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하나하나 배워가는 삶의 여정이 설렘으로 다시금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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