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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빵 Jul 26. 2020

오늘도 저녁밥을 짓는 엄마에게

묻고 싶지만 차마 물을 수가 없는 어느 맏딸의 이야기

내가 엄마였다면 지금의 당신 딸인 나를 보실 때 어떤 심정이실까. 예전에는 미처 하지 못했는데 요즘엔 내가 엄마였다면 나 같은 딸의 엄마이고 싶을까 이런 의문이 든다.








딸, 맛있게 만들어 줄게


Yesterday 그때는 어린 마음에 엄마 많이 미워했죠 사춘기 철없던 방황 때문에 눈물 참 많이 흘렸어

-박혜경 yesterday ♬ 中


오늘 오후에 지인분들과 점심을 밖에서 들고 오신 엄마가 고구마 줄기를 한 아름 가지고 오셔서 몇 시간에 손질 중이시다. 엄마는 요즘 뜨겁게 사랑받는 사랑의 콜센터를 보시며 트로트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를 흥얼흥얼 따라 부르시는 중이다.


"참~ 노래가 좋아."


엄마는 원래 Tv를 잘 보는 편이 아니셨다. 연예인도 옛~날~ 연예인 분들은 좀 아셔도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셔서 Tv를 트셔도 당신의 종교 방송을 주로 보신다. 그랬던 엄마가 요즘 트로트에 푹 빠지셔서 우리 집엔 매일 트로트 노래가 흘러넘친다. 오늘도 흥얼흥얼 노래를 따라 부르시며 거실 바닥에 앉아 계신다. 허리가 많이 굽으셨다. 그 뒷모습을 보고 '우리 엄마가 이렇게 작았던가'하는 생각이 든다. 이내 슬픈 감정이 밀려왔다.


"이거 맛있게 만들어 줄게."


고구가 줄기를 다듬는 엄마에게 힘들지 않냐라고 물었더니 그저 맛있게 만들어주신다고만 하신다. 코끝이 찡해지는데, 티를 낼 수가 없다. 나 같은 불효녀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요즘 내가 생각해도 내가 참 밉다.








오늘 저녁은 우리 딸이 좋아하는 거야


어머님 하루해가 또 집니다. 같은 하늘 같은 땅에 살면서 못다 한 효도에 가슴이 찢어집니다. 이 못난 자식 위해 당신의 몸과 마음은 돌보심 없이 어머님 용서해 주세요.

-김상준, 부모님 전상서 ♬ 中


오늘은 엄마가 점심을 좀 늦게 드시고 오셔서 저녁 생각이 없으셨나 보다. 나에게 먼저 저녁을 챙기라고 하신다. 그러면서 저녁상은 이미 다 차려놓으신 상태다. 예전 같으면 그러려니 생각했을 텐데, 요즘엔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생각해보면 엄마는 엄마가 먹지도 않을 음식을 다 큰 딸을 위해 만들어주시느라 하루에 몇 시간씩 정성을 담으시는지 모르겠다.



나는 아직도 엄마표 떡볶이가 제일 좋다.


이날 저녁 엄마표 떡볶이와 주먹밥을 먹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아직도 내가 혼자 밥 먹는 걸 안쓰러워하신다.


"같이 먹어야 좋지."


예전부터 엄마는 당신 딸이 혼자 밥 먹을 때면 무조건 당신 딸 곁에 앉아 계셨다. 그땐 미처 헤아리질 못했다. 혼밥에 익숙한 세대라 그런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기보다 그냥 밥이니까 먹는다라는 생각뿐이었고, 정 쓸쓸하면 영상 한 편 보면서 밥을 먹으면 되니깐 내겐 익숙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엄마한테 몇 번을 이야기했는지 모다. 그 덕분에 요즘엔 예전처럼 곁에 앉아 계시지는 않지만, 다 큰 딸이 혼자 밥 먹을 일이 있으면 아직도 안쓰러워하신다. 엄마 딸이 다 큰지가 언젠데 아직도 식사 걱정하냐고 물으면, 그래도 걱정되는 게 부모 마음이라고만 하신다. 그래서 나와 내 동생은 엄마한테 늘 이야기한다.


"엄마, 엄마를 우선으로 생각해도 괜찮아."


어쩌면 엄마 세대는 자식을 위한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도록 주입받은 세대일지도 모르겠다. 올바르게 자식을 키운다는 게 어떤 건지 최근 들어 육아에 대한 교육열이 높아진 것이지 엄마 세대 때를 생각해보면 정치적으로나 교육적으로나 아이들을 지금처럼 케어해줄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던 거 같다. 세상이 겨울이었는데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봄이 있었을까.


사실.. 오늘은 저녁을 먹으며 엄마한테 물어보고 싶었다.


"엄마는 나 안 미워?"


하지만, 차마 물을 수가 없었다. 다 큰 딸이 아직도 집에 있다는 게 엄마한테도 꽤 스트레스라는 걸 잘 아는 나로서는 때론 가만히 있는 게 서로에게 득이라는 걸 잘 안다. 오늘도 트로트를 흥얼흥얼 부르시면서 고구마 줄기를 다듬으시는 엄마의 표정이 너무 곱다. 그 고운 얼굴을 보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엄마, 고마워요




저녁 식사가 끝나고 한참 뒤 엄마께서 고구마 줄기 볶음을 만드셨다.




생각보다 만드는 건 금방이었다. 이렇게 간단한 요리지만, 고구마 줄기를 다듬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조리가 간단할지라도 요리 과정 전체를 보면 참 정성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집밥 하나하나, 그 자체가 엄마의 정성임을 느낀다.


나는 요즘 예전보다 조금 더 가까워지고, 한층 더 두꺼워진 모녀 사이 덕분에 생각이 많아졌다. 우리가 한 때는 서로 정말 많이 미워하고 오해했지만 이제는 함께 웃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렇게 오늘도 난 엄마의 사랑 속에서 살아 있는 느낌을 받는다. 다만 역시 나 같은 딸이라서 죄송할 뿐이다. 언젠가 내가 그 질문을 엄마에게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생각해보지만 역시 쉽지가 않다. '불효자는 웁니다' 같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가 보다.


미안하고,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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