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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블리 Oct 28. 2020

하루에 두 번 출근하는 엄마

퇴근 후 또 출근하는 엄마는 언제 쉬실까?

'엄마'라는 직업은 참 바쁘다.



아침엔 회사로 출근하고, 퇴근 후에는 집으로 또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엄마가 고생이 많다는 사실은 알았다. 하지만 내 아픔에 빠져서 엄마의 고된 하루를 제대로 돌아보지를 못했다. 하지만 요즘 엄마라는 존재에게 퇴근이 있긴 한 건지 의문이 든다.



퇴근 후 또 출근을 해야 하는 엄마의 삶. 과연 나는 엄마의 반만큼이라도 할 수 있을까?








이날은 엄마가 일찍 퇴근하신 날이었다. 당연히 직장에서 일을 하고 오셨으니 좀 쉬시려니.. 생각했지만, 역시나 엄마는 어김없이 출근 도장을 찍으신다.



"또 일 하려고?"



내 물음에 엄마는 당연하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대답하셨다.



"그냥 고추장 담그는 거지~"





고추장을 사 먹어도 좋은데, 엄마는 항상 철마다 장을 담그신다. 물론 엄마표 고추장이 맛있긴 하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이젠 나이도 있으시고, 체력이 예전 같지 않으신데 왜 하루 두 번 출근하듯이 일을 하시는지 속이 상하기도 하다.



"넌 그냥 쉬고 있어~"



엄마는 내가 도와줄까라고 물으며 곁에 가도 방해된다는 듯이 방에 들어가라고 하신다. 아무래도 백수 딸이 하루빨리 뭐든 해서 취업을 하길 바라시지 집안일을 돕길 바라시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하루 두 번 출근하는 여자인 엄마를 보고 있으면 나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의 삶이 잘못됐다거나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다. 가족을 사랑하고, 우리를 위해주는 마음과 행동을 너무 잘 안다. 하지만 요즘 다리도 아프신데 계속해서 무리하시는 걸 보면 나는 엄마가 좀 더 한 개인으로서 엄마 자신을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엄마가 하루 두 번 출근을 하시면 부지런히 먹을 게 많아지기 때문에 행복하긴 하다. 예전 같으면 '고마워' 한마디로 잘 먹고, 잘 소화하는 딸이었겠지만 요즘에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으면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한다.



퇴근 후에는 집안일을 하는 게 당연한 걸까?



때론 장도 담그고 김치도 담그시는데 그걸 보다 보면, 집안일에 끝은 없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날에는 간식을 만드시거나 온종일 마른반찬을 만드시기도 한다. 어느 정도 일이 끝났나 싶으면 이젠 저녁 준비를 해야 한다.. 엄마는 이 모든 것을 왜 당연하다는 듯이 혼자 감당하려고 한다. 곁에 다가가 도우려 해도 엄마는 '혼자가 편하다'라며 웃으신다.





그냥 웃고 마는 엄마를 보면, 이 웃음 또한 하나의 대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억지로 곁에 있다가는 부딪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며 조금 더 엄마가 이런 부분에서 이기적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도 좀 쉬자




그 말 한마디 당연하게 할 수 있는 거 아닐까? 나는 엄마가 엄마의 삶을 퇴근하고 조금만 더 당연하게 쉼을 즐기셨으면 좋겠다.







당신께서는 가족들이 저녁까지 다 먹어야 할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시는지 그제야 소파에 누워 누워 트로트 음악을 들으신다. 하루 두 번 출근과 퇴근을 마친 후 겨우 소파에 누우시는 엄마를 보면 미스터 트롯의 가수분들께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요즘 엄마의 유일한 낙이니까 말이다.



"또 트로트야?"



"응~ 노래 좋아~"



또 트로트냐는 내 질문에 엄마는 노래가 좋다며 계속 텔레비전을 보신다. 어찌보다 백수 딸보다 TV가 나은 거 같기도 하다. 엄마를 즐겁게 해 주니까 말이다.



나는 과연 엄마처럼 하루 두 번 출근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자문해보면 내 대답은 아직은 'no'이다. 가족에 대한 사랑도 너무 좋지만, 엄마의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도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늘리고는 있지만, 아직 엄마를 따라가려면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의 희생이 당연한 것이 아니기에 엄마가 하루빨리 하루 두 번 출근하는 삶을 끝낼 수 있도록 내가 더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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