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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 프레드릭 Feb 24. 2023

[양산] 커피로

시골카페의 조용한 힘

나에게 출장 중의 소소한 기쁨은 그 지역의 카페에 가보는 것이다.

부지런을 떨어서 오전 일정을 되도록 빨리 마무리하고, 오후 일정 전까지 커피 한잔 마실 시간을 확보한다.

내가 방문 할곳 주변의 카페를 확인하는 일은 나에게 꽤 중요한 일이다.

본격적으로 업무에 시동을 걸려면 커피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내가 다녀온 곳을 기억하기 위해서 어떠한 공간이 필요하다.

희미한 기억이 때로는 어떤 공간으로 인해 선명하게 빛나니깐.


출장 차 들른 양산시 동면. 

딱 봐도 사는 사람이 얼마 안되는 이 곳에 꽤 괜찮은 카페가 있다.

이 카페는 법기수원지 근처에 있는데, 법기수원지라는 곳은 이 지역의 나들이 장소인 것 같다.

주말에는 찾는 사람이 꽤 되는 것 같은데 평일 오전에는 한가했다.


'라떼맛집'이라고 적혀 있는 사진을 보고 반신반의 했는데...

(대놓고 '~맛집' 이라고 적혀 있는 걸 보면 괜히 멈칫하게 된다.)

리뷰를 읽어보니 라떼가 맛있다고 한다. 


라떼가 정말 맛있었다. 

적당히 진하고 부드럽다. 내가 마셔본 라떼중에서도 탑에 들 정도 였다.


'적당히'라는 말은 참 애매한 말이고 언뜻 들어서는 성의없게 보이지만 이 '적당히'를 맞추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제대로 된 라떼 한잔은 커피맛이 너무 연해서도, 너무 진해서도 안된다.

우유거품 또한 너무 뜨거워도, 차가워도 안된다. 적당히 따뜻한 온도의 우유여야 거품이 부드럽고 쫀쫀해진다.


이렇게 한적한 곳에 있는 카페에서 이렇게 높은 수준의 라떼를 만날줄이야.

사장님 내공이 장난아니신 듯 하다.

우유 거품이 매우 쫀쫀해서 커피를 다 마시고 나서도 거품이 컵에 거의 남지 않았다. 


자리도 넉넉해서 노트북으로 작업 하기에도 좋았다.


나중에 동네분들이 카페에 모여서 얘기를 나누셨는데 대부분 젊은 분들이었다.

일부러 귀기울여 들은 건 아니지만...자녀들의 진학문제로 고민하는 내용의 대화를 나누는 걸 들었다.

세계 어디를 가나 사람들 사는 건 다 비슷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출장을 오지 않았다면 절대로 올 일 없을 이 동네에서, 

이렇게 따뜻하고 부드러운 라떼한잔을 마시는 건 꽤 신기하고 설레는 경험이다. 

앞으로 이 동네는 나에게 이 카페로 기억될 것 같다.


라떼를 너무 좋아하는 나. 추운 겨울, 따뜻하고 부드러운 라떼 한잔이 주는 위안은 크다.

따뜻하게 나를 안아주는 것 같다. 

이래서...비건을 지향하지만 카페라떼를 끊기는 어려울 것 같다. 

몸도 마음도 추워지는 계절에 이렇게 따뜻한 공간을 만나면 몸과 마음의 온도가 1도씨 올라가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큰 수고를 들여서 카페를 열심히 탐색한다.


커피로 카페의 주변. 한적한 전원(?)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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