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급 보조교사로 맞은 첫여름방학이 끝나는 밤의 사색
나는 미국 학교의 특수학급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다.
한 학년이 끝나고 미국 특유의 길고 긴 여름방학을 맞아 나 자신과 가족들의 일상에 충실하게 지내는 사이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긴 방학이 끝을 맞았다.
개학을 앞둔 밤, 여러 가지 생각이 불쑥불쑥 떠올라 생각들을 묶어 적어본다.
공급학교 특수학급 보조교사로 일하는 사람들이 희미한 상황에서 맞이하는 개학이 내일이다.
미리 미래를 알 수 없는, 학교와 아이들의 필요에 의해 필요한 곳에 꽂아지는, 주어지는 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수동적인 자리.
이미 알고 시작한 일이지만 그런 생각이 드니 좀 서글퍼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서글픔도 인생의 다이내믹한 롤러코스터 같은 즐거움으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이 자리에서 경력이 쌓이다 보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든 유연하고 대범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내공이 쌓일 것이라 믿어보자.
준비할 수 없는 상황에 내 앞에 주어지는 낯선 것들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 안착하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 1년을 살아남아야 한다.
무조건 뛰어들어 어떻게든 적응하는 과정을 통해 단단한 삶의 근육이 생길 거라 생각하자.
나는 어떤 반에서 일하게 될까?
내가 함께 일하게 될 동료는 어떤 사람들일까?
내일 내가 만나게 될 아이들은 누구일까?
그 아이들에게 내가 무엇을 나누어주어야 할까?
무엇보다 아이들과 내가 잘 지낼 수 있을까?
아무것도 미리 알 수 없는 상황이니 여러 궁금증이 솟아난다.
이것 또한 즐거운 일이이라.
점점 호기심이라는 정신적 세포가 죽어가는지 궁금한 것도 알고 싶은 것도 생기지 않는 이 나이에 불쑥불쑥 떠오르는 질문들이 있다는 것.
내일이면 알게 될 것들에 대해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더 좋은 수도 있다고 기대감을 품어보는 밤이다.
뭐 그렇지 않으면 어떠리.
내년 이맘 때면 다시 새로 시작할 수 있을 텐데.
그러고 보니 매년 바뀌는 불안정한 상황이 좋은 점도 있다.
정 힘들면 1년만 잘 버티자 마음먹으면 된다는 것.
피하고 싶고 불편한 상황이어도 까짓 1년을 못 버틸까?
그리고 나면 새로운 기대를 품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 텐데.
이런저런 생각에 잠이 올 거 같지 않은 밤이다.
내일 여러 가지로 정신없는 하루가 될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맞는 아이 때로 돌아간 기분이다.
내일이 개학인 것이 실화인가 싶다가도
영원히 안 왔으면 싶으면서도
내일이 오는 것에 설레기도 한다.
방학이 꿈같이 지나 아쉬움이 들지만 싫든 좋든 개학이구나
이곳에서 100% 주부와 학부모로 살면서
방학이 끝날 때마다
아이들은 싫다고 투덜대는 소리를 들으며
속으로 ‘이제 해방이다~’ 외칠 수 있는
방학 마지막 날이 제일 좋았었다.
정말 오랜만에 방학이 끝나는 게 아쉽다.
보조교사 일을 시작하고 좋은 점 또 하나는
우리 아이들 개학 맞는 기분을 100% 이해할 수 있는 것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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