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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사 Oct 26. 2020

내 걱정은 내가 할게

예민이라는 게 폭발했다


고마운 마음을 가득 담아 선물을 고른다. 상대가 기쁘게 받아 주길 바라며 열심히 포장했다. 곱게 포장을 하며 상상한다. 이 선물을 건넸을 때 상대방의 표정은 어떨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쩌지?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약속 장소에 간다. 수 없이 상상했던 상황이 현실이  될 차례. 조심스럽게 상대방에게 선물을 내밀었다.   

    

“어우. 뭘 이런 걸 다... 고마워.

근데 돈 너무 많이 쓴 거 아냐? “


고맙다는 말. 그 감사의 표현보다 이어진 뒷말이 쓰디썼다. 분명 날 걱정해서 해준 말. 이 한마디에 한껏 부풀어 올랐던 기대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볼품없이 쭈그러든다. 나 역시 종종 했던 말. 별 대단한 의미나 깊은 뜻이 아님을 알면서도 그 뒷말이 가시가 되어 가슴에 박힌다. 상대방은 생각 없이 던진 작고 딱딱한 말 덩어리. 소심하고 대책 없이 해맑기만 한 개구리는 그 말 덩어리에 이마를 정통으로 맞았다.


난 누군가에게
 걱정을 끼치는 사람일까?

      

요즘 걱정이 많다. 정확히는 생각이 많다. 하지 않던 새로운 일에 겁 없이 손을 댔다. 신경 써야 할 일도 많고, 마음만큼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생각에 생각이 더해지면 자연스레 몸도 마음도 무거워진다.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을 하고, 마음을 가다듬어도 ‘걱정 부자’는 좀처럼 걱정을 버릴 수가 없다. 그릇에 넘치는 일을 하느라 버거울 때마다 잠시 도망치듯 선물을 고르고, 포장하는 일에 집중했었다. 그러는 사이 나도 모르게 혼자만의 기대가 무럭무럭 자랐나 보다. 상대방이 가볍게 받길 바라는 만큼, 나도 가볍게 건넸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걱정해주는 건 고마운데 말이야.

내 걱정은 내가 할게.

내가 하는 걱정만으로도 차고 넘치거든.

날 응원해줘. 내 선택을 지지해줘.

난 널 걱정하지 않을 거야.

네 선택을 믿고 응원해 줄 거야. 그게 뭐든.”     


이렇게 던지고 나니 잠시 얼음처럼 차가운 침묵이 이어졌다. 사람에게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이렇게 어리석은 짓을 한다. 걱정은 애정에 비례한다. 둘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깊은가에 따라 넘어오는 말의 무게감은 다르다. 그 걱정의 말 안에 애정이 많다는 걸 알면서도 받아쳐 버렸다. 테니스 선수가 공을 상대편 코트로 강 스매시를 날리듯 온 힘을 다해.      


분명 프로 예민러의 확대 해석이다. 으레 하는 감사 인사치레에 돌아올 답변치고는 꽤 길고 무거웠다. 그 상황에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말이란 걸 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진짜 걱정 끼치는 민폐 덩어리가 되는 기분을 안고 며칠을 또 끙끙 앓을 거다. 예민하고 까칠하게 느껴질지라도 상대방이 알아주길 바랐다.

     

나란 인간은 ‘걱정’이라는 이름으로 상대가 던진 가시 같은 무수한 말이 가슴에 박혀 피를 철철 흘리는 사람이다. 안으로 박혔던 그 가시들은 시간이 지나면 정반대로 삐죽삐죽 솟아난다. 인간 고슴도치가 된다. 구석으로 몰리고, 더 도망갈 데가 없으면 날 섰던 가시가 한층 더 뾰족해진다.      


안갯속을 걷듯 모호함과 불확실성이 가득한 길을 가는 중이다. 명확하게 손에 잡히는 것도 없고, 선명하게 보이는 것도 없다. 내 마음속에서 불안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나도 내 선택에 대한 확신이 없다. 하지만 나에겐 선택권이 없다. 멈추거나 가거나. 멈출 수 없으니 부지런히 걷고 있다. 그렇게 걷다 보면 언젠가 무언가에 닿을 거라 믿고. 그래서 내 안의 불안을 지워줄 지우개가 필요하다. 대부분 그 효과 좋은 불안 지우개는 나가 아닌 바깥의 목소리다.  내가 먹기 싫은 음식은 남에게도 권하지 않듯, 내가 듣기 싫은 말은 남에게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저 내가 듣고 싶어서. 남들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누군가를 향해 무조건적인 지지와 응원을 보낸다. 비판과 걱정은 나 아니어도 해 줄 사람은 많을 테니. 내 걱정은 내가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내게 더 큰 힘을 주는 건 진심이 담긴 내 걱정이 아니다. 그저 날 향한 조용하고 은근한 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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