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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길 잘했네! 싶은 올해의 새 습관 3  

개복치 인간 大개조 프로젝트

by 호사 Dec 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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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커피 대신 차 마시기 -> 숙면 및 온전한 휴식


나-커피=0이라는 공식을 부르짖고 다닌 적이 있다. 밥은 안 먹어도 커피는 마셔야 살 수 있을 거 같았다. 낯선 곳에 가면 근처에 이름난 카페부터 찾았다. 출근길에 들고 가는 테이크아웃 커피는 현대 도시 여성의 필수 액세서리 정도로 여겼다. 아침의 무거운 눈꺼풀은 무의식적으로 마시는 커피로 강제 개방했고, 점심 식사 후 양치질을 해도 텁텁한 입은 뼛속까지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헹궈냈다. 에너지가 바닥나서 신경이 예민해지면 병원 가서 링거를 맞듯 카페에 가서 1리터짜리 대용량 커피를 공수해 와 빨대를 입에 물고 일했다. 커피를 마신다고 해서 잠 못 이루는 몸이 아니라는 사실에 감사하며 커피를 마셔댔다. 하지만 커피로 미래의 체력과 에너지를 당겨 쓴 탓인지 나도 모르는 사이 몸이 망가졌다. 커피를 많이 마시지 않아도 잠이 오지 않았고, 머리에 박제된 두통과 두근거림은 내가 더는 커피를 즐길 수 없는 몸이라는 위험신호를 보냈다. 푹 자고 싶다는 생각에 여름의 어느 날, 덜컥 커피를 마시지 않기 시작했다. 연말이 코앞인 지금도 (쿠폰 사용 기한이 임박한 디카페인 커피를 제외하면) 아직 한 잔도 마시지 않았다. 커피가 빠진 자리는 물과 허브차, 레몬수로 채워졌다. ’ 커피를 안 마시고 어떻게 살지?‘라고 생각했던 커피 중독자의 몸은 이제 커피 없이도 그럭저럭 살 수 있는 몸이 됐다. 커피가 있을 때 보다 조금 더 잘 자고, 더 푹 쉴 수 있게 됐다. 커피 없이 ’ 절대‘ 못 살 줄 알았던 사람이 커피 없이 살다 보니 알게 됐다. 인생에서 ’ 절대‘란 ’ 절대‘ 없다.    

    

2. 간헐적 단식 -> 먹는 일에 쓰는 에너지와 시간 절약


 여름을 앞두고 두 장의 청첩장을 받았다. 내가 하는 결혼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얼굴을 보는 사람들이 있으니 조금 정돈된 상태로 가고 싶었다. 위장 전성기 시절처럼 밥 한 끼 안 먹는다고 2~3kg이 줄지는 않으니 좀 더 강제적인 다이어트가 필요했다. 효과 좋다고 소문이 자자한 간헐적 단식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결혼식 날까지 두어 달. 그날을 디데이로 잡고 실행했다. 아침은 건너뛰고, 12시 점심과 6시 즈음 저녁 식사. 딱 두 끼만 먹는 18:6으로 실행했다. 평소 식탐도 많고, 맛있는 걸 먹으며 수다 떠는 일을 인생 최고의 낙으로 여기는 사람이다 보니 먹는 일을 구상하고, 준비하고, 실행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썼다. 외식할 때는 여러 곳의 후보를 두고 위치, 가격, 후기 등 다각도로 분석해 신중하게 식사 장소를 정했다. 집밥을 먹을 때는 냉장고 속 남은 식재료 현황, 이전 식사에서 먹었던 메뉴, 가족들의 성향을 파악해 어떤 요리를 할지 정했다. 삼시 세끼 먹는 일에 쏟는 에너지 중 한 끼를 줄이니 식탐도 전보다 잦아들었다. 어떻게 하면 ’잘’ 먹을까를 고민하던 시간이 줄고, 뭐라도 좋으니 일단 배를 채우는 걸로 톤이 바뀌었다. 간헐적 단식을 한 지 반년이 훌쩍 넘었지만, 드라마틱한 변화라고 보긴 아쉽다. 출발 몸무게보다 2~3kg 정도 줄었다. 들인 시간에 비해 미미한 숫자지만 그보다 더 큰 변화는 먹는 일에 쓰는 시간과 에너지를 보다 필요한 곳에 쓰고 있다는 점이다. 먹는 일은 분명 즐겁지만 횟수와 양을 줄이면 응축된 기쁨과 감사로 식사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3. 1달에 하나씩 평생 안 해 보던 일 도전 -> 벽 깨기 및 신선한 자극 흡수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사람 만나기. 파워 내향인인 내 의지로 좀처럼 하지 않는 일이다. 낯설고 어색한 그 분위기가 싫어서 되도록 피하는 일 중 하나였다. 그런데 올해, 내가 좀 변했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면서 내 발로 걸어 나가지 않으면 누가 날 불러주는 일이 점점 줄어드는구나 느끼고 있었다. 만나는 사람의 양도, 횟수도 줄어들면서 점점 우물 안에 셀프 감금한 개구리가 된 기분이었다. 그래서 2024년 올해의 목표로 <1달에 하나씩 평생 안 해본 걸 해보기>로 결심했다. 베이킹도 해보고, 새로운 SNS 계정에도 꾸준히 글을 올려 봤다. 또 훌라 댄스도 추고, 차(Tea)를 배우러 가고, 신점도 봤다. 2023년까지의 나라면 ‘굳이?‘라는 말 뒤에 숨어서 뭐든 안 하는 게 당연했을 ’싫어핑‘이 바뀌었다. 가기 전까지도 예약 취소를 누를까 100번 고민하지만 결국 가면 그 누구보다 현장을 열심히 즐겼다. 투자한 돈과 시간이 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몰라서 그랬지 해보니 다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개복치 인간은 사소한 도전을 통해 내 안의 벽을 깨고 시작하기도 전에 겁이 나서 포기하는 일을 멈추게 된 게 가장 큰 수확이다. 습관성 비장함을 버리고 해 보고 맞으면 또 하면 좋은 거고, 아니면 경험에 의의를 두면 되니까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하는 즐거움! 그게 바로 올해 최고의 수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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