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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삐삐 Sep 19. 2021

지금 널 바라보고 있어

탄자니아 - 세렝게티(Serengeti) 국립공원


동생이 르완다에 근무중일 때 

저는 연가를 몰아 써서 겨울 3주를 아프리카에서 보냈습니다.

그중 일주일은 옆 나라 탄자니아를 여행했어요.

동생은 국외 이동 규정 때문에 혼자 갔니다.

마침 젊은 한국인 한 분이 거기서 여행사를 하셔서

세렝게티 3박에 킬리만자로 마랑구 루트 투어 1박이 포함된 패키지 상품을 예약했어요.

저는 한국인 3인 가족과 4 인팀을 만들었고

가이드 겸 드라이버 한 분까지 총 5명이 사파리 차량을 타고 세렝게티를 누볐습니다.


와-

이게 과연 지구 상이란 말입니까?

내가 살아온 지구별 그곳은,

사람 많고

머릿속 복잡하고

아무튼 다 열했거든요.


그런데 여긴 뭐죠?

차를 타고 쉼 없이 달려도 평지예요.

360도로 초원이 펼쳐져 있어요.

사람은 없어요.

관광객들만 있는데 워낙 넓은 곳에 흩어져 있어서 존재감이 없든요.

동물들만 있.

얼룩말과 기린만 흔하고

물급들은 며칠간 아예 못 찾기도 한대요.

사자, 버팔로, 코끼리, 표범, 코뿔소를 빅 5라고 하는데

저는 운 좋게도 다 봤니다.

가이드끼리 무전을 주고받으며 동물의 위치를 공유하는데,

이들이 나타났다 하면 거기로 모든 사파리 차량이 운집요.


멀리서 사자 한 마리가 나타나면

사방 몇 키로까지 정적이 흐르며 

 초식동물들이 한 곳만 바라봐요. 

본능적으로 느끼는 거겠죠.

생사의 갈림길 앞, 일촉즉발의 순간임을.

저는 가이드가 어디라고 손가락질을 해주는데도

사자가 안보이더라고요.

동물들의 시선이 일제히 향하는 곳을 따라가니

그 끝에 라이언킹이 있었어요.

거기 있던 모든 생명체들은 긴장하며 추이를 살폈고

사자의 질주가 한 번 있더니

가젤 한 마리가 쓰러졌어요.

모든 대치상황은 그것으로 종료되었습니다.

다시 평화가 찾아왔죠.


무시무시한 약육강식의 법칙.

한편 인간 입장에서 보면, 그들의 세계가

간결 깔끔한 것 같기도 해요.

포식자는 제 배부르면 더 으르렁대지 않고

제 목적 달성만 하면 바로 퇴장하고요,

풀 뜯어먹는 친구들은 풀만 먹고

서로의 구역 침범도 안 하고요.

살벌해 보여도 질서와 평화가 있던걸요?

그에 비해 우린,

힘이 있으면 위세를 부리고 싶고

가지면 더 갖고 싶고

소화도 못 시키면서 좋아 보이는 걸 입에 넣어보고

남의 손에 들린 떡을 부러워하며

이미 도래한 평화를 걷어차버리기도 하지 않나요?

물론 세상에는 따뜻한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거 알아요.

 곁에도 그런 착한 이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어머나!

동물의 왕국 한복판에서도

그런 따스한 눈길들 있던걸요?

너와 내가 눈이 마주친 그 순간!


? 나 보고 있네?

우리 지금 바라보고 있는 거 맞지?

나만의 착각인가??


"그걸 꼭 말로 해야만 알아?"

연애 코너에서 많이 듣던 멘트네요.

그러게요, 딱 보면 상대방의 온도가 느껴지지 않나요?

근데, 저도 말로 해줘야 알겠던데요?

기분이 들뜨거나 간절히 원하다 보면

괜한 기대나 실망을 게 되잖아요.

그런 설레발이 싫거든요.

예상과 다른 결과가 무섭기도 하고요.

행동에서 , 글로 갈수록 의미는 단단해는 것 같아요.

남녀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모든 관계에 있어요.


돌아보건대,

참아야 할 말은 입 밖에 던져버리고

참지 말아야 할 말은 입술을 꾹 닫아버린 적이

셀 수 없이 많네요.

가까운 이들에게 유독 표현 조절이 안 될까요.

스치는 이들에겐 좋은 사람 코스프레를 하면서 말이죠.


자기자신이상대방을 괜히 헷갈리게 하지 말고,

그윽이 쳐다만 보지 말고,

이젠 확히 전해시다.

그런데 솔직히,

이거 쉬운 거 아니죠?

저만 어려워하는 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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