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보며 자아성찰 4
'저걸 내가 어떻게 해?' 하다가도
'할 수 있다!' 중얼거리며 한 칸씩 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목적지에 달할 때가 있다.
때론
자기를 다독이며 목표점으로 질주하다
난관에 봉착하기도 한다.
마지막 한 계단만 남았는데,
이제껏 바로 한 계단 위를 추진력 삼아 달려왔는데,
더 이상 내가 손 디딜 곳이 없어진다면
나는 과연 어디에 힘을 실어 그 마지막을 오를 것인가.
아이는 자신에게 화이팅을 외치며
두 손 두 발로 신나게 꼭대기를 향했다.
그러다 정상에 깃발을 꽂기 직전,
그는 발걸음을 멈췄다.
내려갈까도 올라갈까도 시도했지만
내려가지도 올라가지도 못하고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이쪽저쪽 쳐다보면서 그냥 가만히.
아이는 그의 손을 살짝 딛고
마침내 도착했다.
야호, 뭐, 별 거 아니네.
축하해, 너의 탐험을.
아이의 두 번째 하이킹은 더 룰루랄라였고
나는 그의 자신감을 보았다.
그리고 생각 둘.
가끔은 의지 부족이 아닌
목적지 불명으로 허우적대기도 한다.
자신이 오르고픈 에베레스트가 무엇인지,
그다음 K2가 어디인지,
그에 답하지 못할 때
진정한 방황이 시작되는 것이다.
대가를 지불할지언정 내 짐을 대신 지어줄 셰르파는 손 내밀면 어디든 있다.
갈 방향을 정했다면
우선 발걸음부터 떼어보자.
인생은 탐험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