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지음 / 300쪽 / 17,500원 / 동아시아
추석에 만난 한 어르신은 “우리나라 출산율이 낮다”라며 걱정했다. 그건 앞으로 한국이라는 나라가 이어질 것인가에 대한 걱정으로 번졌다. 텔레비전에는 함께 기차를 타며 귀향하는 가족의 모습이 나왔다. 일인 가구가 늘어나고 ‘정상 가족’의 틀에 맞는 이들이 줄었지만 명절에 보도되는 모습은 전통적 가족 형태가 많다. 소외되는 삶들이 있다. 한부모나 싱글 가족, 성소수자나 동거 가족 등은 이런 보도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특정 가족의 형태는 강조되고 어떤 가족의 모습은 쉽게 묻히는 건 사회의 관습에 따른 일이다. 시대가 급변하는데 편견의 틀은 바뀌지 않고 실재하는 삶을 옥죄는 경우가 많다. 이는 육아에 대한 편견으로도 이어진다.
책은 한국의 초저출산 현상에 대해 사회경제적 분석뿐 아니라 그동안 잘 다룬 적 없는 사회 심리적 부분까지 아울러 살핀다. 젊은 세대의 가치와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틀을 거론한다. 미시적 접근을 통해 젊은이들의 가치와 선택을 만들어내는 인습적인 분위기를 포착한다. 여전한 성별 분업, 높은 주거비, 장시간 노동 등 자주 거론되는 구조적 문제에 더해 감정적으로 다가오는 현실을 보여준다. 일을 중요시하지만 전통 가족의 형태를 고수하려는 고정관념이 있다. 현실적으로 양립이 어려운 일 지향 보수주의다. 또 핵가족 모델을 여전히 강조하며 틀에서 벗어난 수많은 가족을 불편해하는 시각이 엄존한다.
그 질문 앞에서 생각과 현실의 어긋남, 발전 이데올로기와 성장의 한계 속에서 겪는 딜레마가 드러난다.
네 자녀의 엄마이자 기자이기도 한 저자는 세계적인 추세를 읽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법률혼의 가족 형태를 중요시한다는 것을 지적한다. 눈치 보기와 무형의 규범이 강하다 보니 청년들이 주변인들의 경험과 미디어를 통해 육아에 공포감을 느끼는 육아포비아 현상도 크다고 한다. 완벽한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도 문화적으로 심하고 출산과 육아에 대한 압박감도 크다. 그런 두려움은 자기 현실의 삶보다 기준에 맞춘 삶을 우선해야 한다는 한국 사회의 의무감에서 온다. 혐오 문화가 확산하고 모성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치는 반작용으로 이를 거부하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아이는 드물어지고 개인주의적 생활을 위협하는 불편한 존재로 이미지화된다. 일상 대화 속에서 육아에 대한 편견과 혐오가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이건 모두 현실의 사람들을 소외시킨 채 강화하는 편견의 또 다른 모습이 된다.
저자는 비합리적 관념을 바꾸고 좀더 적극적으로 출산과 육아를 긍정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육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는 데서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육아휴직과 일, 생활을 양립할 수 있는 근무 제도의 확립도 필요하다. 사람의 생각과 감정은 시대 조건 속에서 역사적으로 만들어진다. 청년 세대가 가지는 육아포비아의 실제 환경을 살피고 제도적 문제뿐 아니라 구축된 심리의 문제를 살펴 개인적 변화의 활로를 만들고자 한다. 인간은 제도의 영향을 받지만 인간의 행동은 제도를 바꾸는 힘으로 작용하므로, 편견을 벗어난 한 사람의 힘은 크다.
안미선_작가, 『다정한 연결』 저자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5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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