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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부자작가 Sep 23. 2022

나는 맥시멀 리스트다.

또 다른 맥시멀 라이프에게


나는 맥시멀 리스트다. 미니멀리스트를 꿈꾸지만 현실은 언제나 맥스(max)다.


내 주위를 둘러본다. 거실 곳곳이 아이들의 물건과 가족들의 물건들이 곳곳에 있다. 거실인지 아이들의 놀이방인지 알 수 없다. 바닥에는 레고 조각들이 굴러다니고 정리안 된 빨래 바구니가 소파 위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식사시간 외엔 제 기능을 하지 않는 식탁엔 오늘도 읽다만 책과 끄적거리던 그림들로 채워져 있다.


맥시멀 리스트에게 이사란 밀린 숙제를 한꺼번에 해치우는 일이다. 모아두었던 것들을 바닥이 보일 때까지 탈탈 털어버려야 한다. 안 입는 옷을 65kg 버리고, 언젠가 쓸 것 같아 두었던 물건들을 정리한다. 엄마, 아빠 따라 맥시멀 리스트가 된 아이들의 장난감과 옷가지도 정리 대상이다. 무료드림과 일반쓰레기로 빈자리를 만든다.


이렇게 비우고 비워도 이삿짐센터를 부르면 6톤 이상이다. 정리는 끝이 없다. 끝내 이삿짐센터 실장님이 한 소리한다. "짐이 너무 많은 건 알죠?" 나는 작게 변명해본다."진짜 많이 버렸는데도 많네요..." 다른 사람이 정리한 것들은 기억이 나지 않기에 짐 정리에만 한 달이 넘게 걸린다.

이사를 다니다 보면 잃어버리는 물건들이 많다. 어디에 둔지 몰라서 집안을 뒤진다. 하지만 결국 필요할 때 나오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날,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서 튀어나온다. 결국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루의 투두 리스트를 적은 수첩에도 빼곡한 할 일들이 적혀있다. 해야 할 일이라기보다 "쳐내야 한다"라고 말하는 일들이다.

수첩을 넘겨보면 어제도, 그 어제도 빡빡한 일들이 알록달록 색연필로 색칠되어 있다. 내가 한 일을 표시한 것이다. 가장 오래 가지고 있는 가계부나 달력에 내 하루 일과를 적었다. 할 일은 계속 많아지는데 작은 칸에는 다 적을 수 없었다. 그 후 이면지에 적었다. 매번 적고 버리다 보니 내가 얼마나 나아졌는지 알 수 없었다. 사진으로 찍어두기도 귀찮았다. 그래서 구입한 공부 기록장에 6월 15일부터 차곡차곡 나만의 기록을 쌓기 시작했다.

때론 메모장으로 배운 내용을 적어두기도 하고, 어느 날은 쇼핑 목록을 적어두었다. 부자 확언을 적어두기도 한다. 나는 누적 메모 맥시멀 리스트가 된다.


그런데 이렇게 쉼 없이 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단 생각이 든다. 해야 할 게 많은 건 알지만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함이 찾아온다. 그럴 땐 최소한의 해야 할 일만 적어둔다. 중요한 건 최소한의 일이라도 하는 것이다. 


인생을 꽉 채우던 맥시멀 리스트가 갑자기 채우지 못하는 기분이 들면 어떻게 될까? 

일만 하다 보니 노는 법 하나 몰랐다는 우스갯소리에도 웃을 수가 없는 건 내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일까?

일정을 꽉 채우던 사람이 하는 것 없이 하루를 허비했다는 생각이 들면 우울해진다. "어떻게 채우기만 해. 좀 쉬어도 가고 휴식도 필요한 거지." 맞는 말이다. 하지만 머리로는 알아도 마음은 그렇지 못하니 문제다.


맥시멀 리스트는 머리와 가슴 그 중간쯤 줄타기를 계속해야 한다. 생각만으로 살기도 열정만으로 살기도 편치 않으니까.


미니멀 라이프가 최고라는 트렌드 속에 맥시멀 라이프는 부끄러운 일처럼 생각되지만 어차피 나는 미니멀 라이프와 맞지 않다. 그때 그때 구입하는 것보다 미리 구입하는 것이 맘 편하고, 쟁여놓은 물건이 바닥나면 쇼핑리스트가 늘어나는 난 어쩔 수 없는 맥시멀 인생이다.

읽을 책 리스트도 공부할 것도 가득 채우는 내게 맥시멀은 당연한 게 아닐까?


좀 치우고 살아란 말에 "네가 치울 거 아니면 말 보태지 말고 냅둬!"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만렙 맥시멀 리스트다. 맥시멀이어도 행복하다. 꽉 채운 인생에도 가끔은 여백도 있고 쉼도 있다. 채웠기에 휴식이 소중한 법이고, 가득 넣어봐야 비울 타이밍도 찾을 수 있다. 정리도 해봐야 더 잘 하는 법이고, 삶도 채워봐야 보람도 생긴다.

그래서 오늘도 난 맥시멀라이프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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