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방법
글쓰기에 관한 글을 자주 읽는다. 대부분은 글쓰기로 이름을 알린 작가들의 노하우다.
오늘은 이런 문장을 읽었다.
“글은 자신감으로 쓰는 것이 아니다. 글은 자아로 쓰는 것이다.”
자신감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니, 일단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자아로 쓴다”는 말은 선뜻 와닿지 않았다.
자아와 자주 대면하지 않아서인지, 혹은 자아를 감추고 살아서인지 그 말은 숨 쉬듯 자연스러운 말이 아니라 막연한 개념처럼 느껴졌다.
곰곰 생각해 본다.
모르겠는 것을 생각한다고 답이 나올까. 글을 쓰다 보니 키보드에 손톱이 부딪히는 감촉이 거슬린다.
손톱깎이를 들었다가 문득 기타 생각이 난다. 기타를 치려면 오른손 손톱을 길러야 한다.
글쓰기를 하다 손톱 이야기로 샌다. 오른손은 두고, 왼손만 자른다.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한참을 생각하다가 질문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게 된다. 잘 쓰기 위한 방법을 찾는다는 건 글을 쓰지 않기 위한 그럴듯한 핑계였다. 잘 쓸 수 없으니 쓰지 않고, 잘 쓸 방법을 찾고 있으니 그 방법을 찾을 때까지는 안 써도 되는 상태.
글을 쓰려면 루틴이 필요하고, 장소를 정해야 하고, 자아로 쓴다는 게 뭔지도 알아야 하니까 그것들이 준비될 때까지는 안 써도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침 산책을 하고 꽃모종을 심고 복어국을 먹고 돌아온다. 글을 쓰기 위해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고 도서관에 가려는데 점심 약속 전화가 온다. 이러다 보면 글쓰기는 늘 순서에서 밀린다.
글쓰기는 정말 어렵다.
고수들이 말하는 방법들은 그들 자신에게는 최적의 방법일 것이다. 나의 방법은 내가 만들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그들의 방법과 닮아질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렇다면 처음부터 그대로 따르면 되지 않을까?
모두가 그렇게 된다면, 모두가 같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결론은 단순해진다.
잘 쓸 생각 없이 쓰자.
최적의 조건을 찾지 말자.
무슨 글이든 일단 쓰자.
글을 쓰는 첫 번째 방법은 글을 쓰는 것. 잘 쓰는 건 쓰고 난 다음에 생각할 일이다.
읽은 글에서는 “완전히 성장하고 자기실현한 인간”을 말한다. 내적 본성을 억압하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하며 일상에서도 경이와 설렘을 느끼는 상태. 그 문장들은 술술 읽히지만 완전히 납득되지는 않는다.
완전한 성장이 가능한가? 자기실현이란 무엇인가? 아이들은 그런 상태에 가까워 보인다.
성과와 상관없이 존재 자체로 충만하다.
성인은 어떤 상태를 말하는 걸까.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장사가 잘되면 자기실현일까.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완전성장일까. 권력과 부가 그 기준일까. 아직 잘 모르겠다.
측정 가능한 성취는 아닌 것 같다.
만족의 상태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 만족은 성과에 대한 만족일까,
자기 자신에 대한 수용일까. 이해되지 않는 문장은 공부로 해결해야 할까, 넘겨야 할까.
아마도 지금은 모르는 채로 두어도 되는 질문일 것이다.
글을 써보기로 한다. 잘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고의 흐름을 활자로 남기기 위해서. 사고를 작동시키기 위해서. 잘 쓰지 않아도 된다.
쓰는 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