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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a J Jan 31. 2017

천천히 좋아지는 아이란

부모의 자존심과 아이의 행복 사이


부모의 자존심과 아이의 행복 사이.


그 뒤에 감춰진 진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는 세상 앞에서 천천히 좋아지는 아이는 죄인이 됩니다.

윽박지르고 엄하게 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눈에 띄는 문제행동을 일으킬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전혀 다른 전자와 후자가 양립하고 아이를 혼돈과 혼란에 빠뜨리는 이 이야기는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죠.

나는 감히 그것이 아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불행해지는 첫걸음이라고 말합니다.

오늘 이 이야기를 통해 천천히 좋아지는 아이를 둔 부모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아이가 입학을 합니다.

자유분방했고 허용적이었던 유치원과는 달리 규칙을 지켜야 하고 규제가 많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규칙을 지키기 어려운 학생들은 많은 문제행동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리고 사실대로 알리고 도움을 받을 것을 권고해야 하는 교육자는 학부모가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것 같아 고민을 합니다. 열에 아홉은 부정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자칫 오해의 소지가 많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예민한 교사 탓으로 치부하고 싶은 부모와 교사 간에는 미묘한 감정이 오고 갑니다.


몇 달만 참으면 되는데, 그냥 넘어갈까요?

저는 상관없는데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면 그냥 두고 보기가 안타까워요.

  - 교사 A


슬쩍 얘기를 돌려 돌려 꺼내봤는데 부모의 반응이 집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학교에서 그렇다고요? 하는 반응이에요. 아이가 활동적이라 그렇다고요. 집안 대대로 그랬다는데 할 말이 없어요. 괜히 중간에 나섰다가 안 좋은 소리 듣고 싶지 않아요. 그냥 내버려 둘래요. - 교사B


대부분의 천천히 좋아지는 아이의 학부모는 교사B를 만나기를 원한다. 모른 척 눈감아주길, 아무 문제도 없다고 이야기해주길 바란다. 의사에게도 마찬가지다. 결국 아이에게 별문제가 없다고 진단해주는 의사를 만나기 위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병원은 절대 아이에게 문제가 있지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런 병원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건 내 아이가 괜찮다는 진단을 받고 싶어 그런 진단을 내려주는 병원을 찾아다니는 부모가 많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인정하기 어려운 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진단 그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내 아이의 문제를 정확하게 알고 도움을 주는 것이 급선무지 않을까. 덮어두고 괜찮다고 얘기하고 다른 사람들과 저 아이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얘기하는 교사보다는 사실대로 부모에게 얘기해주는 교사A가 더 바람직하지 않은가.

이 순간을 회피하고 싶어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만 가까이하고 나만 인정하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아이를 힘들게 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이가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그냥 두세요" 가 아니라 백 번, 천 번 반복하더라도 아닌 행동은 짚어주어야 하며

"혼내주세요, 무섭게 해 주세요." 가 아니라 아이가 납득하고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행동부터 규칙을 통해 학습해야 한다.

천천히 좋아지는 아이는 부모의 기대처럼 일이 년 만에  쉽게 좋아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여느 아이들과 똑같아지는 시점이 오기는 더욱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아이 자체는 누구와 비교하기 이전에 아주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다른 아이들이 한 번에 이루어 낼 성취를 열 번만에 이룰 수도 있으며 그것에 도달하기 위한 아주 작은 목표 하나를 연습하고 있을 수도 있다. 아이의 작은 성취 하나, 작은 변화 하나를 존중하고 격려해주자. 그리고 감추고 부끄러워하기보다는 그 아이의 문제를 세상에 드러내고 부모 스스로 인정할 때 교사와 친구들과 타협점을 찾으며 아이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길에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음 잊지 말자.

많은 학부모들은 아이의 문제행동을 인정하다 보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일도 라벨을 붙이는 게 아닐까 걱정한다.

하지만 부모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

아이는 이미 부모의 인정과 상관없이 교사와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문제아이로 낙인찍혔을 뿐 아니라 인정하지 않는 부모가 있다는 수군거림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아이가 어릴수록 받아들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하지만 부모님의 기대나 욕심, 자존심은 아이의 행복을 위해 내려두어야 합니다.

간혹 덮어두고 인정하지 않으면 그렇게 사라질 문제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거나 서운해하고 화내는 부모님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안타깝습니다. 말하는 사람의 방식도 문제였을 수 있지만 대처하는 부모님도 교사의 권고나 걱정을 그들 개인의 예민함으로 치부해 버리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조언을 받아들일 때 아이가 한층 더 성장하고 좀 더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매년 수십 명의 학생들을 마주하는 교사의 눈은 생각보다 더 객관적이고 예리하다. 가정에서 보다 또래집단과의 상대적인 측정치는 좀 더 경험적일 수 있다. 그러니 한 번 더 귀 기울여 듣고, 무엇이 아이의 행복을 위한 길인지 한번 더 고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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