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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a J Feb 17. 2017

헤어짐은 늘 아쉬움을 남기고


"선생님  다른 학교 왜 가는 거예요?"


"선생님 집이 좀 멀어서. 집이랑 가까운 학교로 가려구. 미안해"


"저기 뒷길로 가면 그렇게 멀지도 않더만!"


C는 오늘 발령소식을 듣고 와 그 쿤눈에 눈물을 뚝뚝 흘린다. 나도 모르게 코가 시큰, 눈이 간질간질 해진다.


"그래. 그럴걸 . 더 있다 갈걸. 그렇게 됐어. 미안해. 그래도 또 좋은 선생님 오시기로 했어. 선생님보다 더 좋은 선생님. 우리 00 새로 오신 선생님 말씀 잘듣고 밥도 더 잘먹고 키도 쑥쑥, 살도 찔거지? 약속!"


한참 울던 C는 고개를 끄덕끄덕 손가락도 걸어주고는 화장지 풀어 쓱쓱 닦다가 교실로 돌아갔다.

한참 후 다시 와서는

"할말이 있어요."


그리고 내 눈을 보고 내손을 잡고

"2학년 때 말안들어서 미안했어요.."


그 말을 하며 C는 펑펑 눈물을 쏟아낸다. 아니야아니야 하는 내 말뒤로 "그리고 3학년 때도 말안들어서 미안했구요" 라는 C의 말에 참지 못하고 함께 부둥켜안고 울고 말았다.


"미안하다. 미안해. 너 때문이 아니야. 선생님이 먼저 가서 진짜 미안하다."


그 순간 정말로 후회가 되었다 . 나는 왜 가고 싶었던가. 다른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아이들에게 상처주어서는 안되는거였다. 더 잘해줄걸, 다 괜찮다고 해줄걸,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칭찬해줄걸.

어제 그렇게 C가 하고싶다던 호떡만들기는 꼭 좀 하고 갈걸.

이 학교에 있었던 2년동안 한 명 한 명 예쁘지 않은 아이가 없었다. 크게 웃고, 무엇이든 즐겁게 하는 유쾌한 아이들이었다. 재잘재잘 달그락거리는 예쁜 컵들 같았다. 이 선택이 현명하지 못했다는 뼈아픈 후회가 들었지만 이미 늦었다.


돌아오는 길 원하는 학교에 가게 되었다고 마냥 기쁘지 만은 않았다. 2년내내 오고 갔던 정들었던 시골길도, 등굣길 내차가 보이면 흔들어대던 손도, 색종이 곱게 접어 선생님 사랑해요 삐뚤빼뚤하게 써내려간 편지도, 오래오래 잊지 못할 것 같다.

감사와 축복이 교정에, 함께 했던 교실에 소복이 내려앉았다.




우리 시간지나 다시 만났을 때 건강하고 지금처럼 밝은 모습이면 좋겠다. 너희 모두에게 각자 해야 할일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주변에 늘 마음 따뜻한 친구가 있고, 가는 곳마다 마주 잡아주는 고운 손을 지닌 친구면 더 좋겠다. 잘했다, 잘할 수 있다 격려해주는이도 있음 좋겠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많이 행복해진다면 훗날 선생님을 못알아봐도 괜찮다.


특수교사에게는 찾아오는 제자가 없다. 선생님을 찾아올 수 있을 만한 야무진 아이가 없어 특수교사는 대부분 제자를 가슴에 새긴다. 내 마음에도 꿈에서나타나기도 하는 수년 전의 몇몇 아이들이 있다. 때때로 길을 가다 마주치기도 하지만 시간이 오래 지나면 그 아이는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가끔은 마음속으로 외쳐 묻기도 한다.


'잘지냈니? 너 정말 많이 컸구나!'




참! 꿈에 나타나는 제자중에 내 전화번호까지 기억해내는 6년전의 제자가 있으니 이 기특한 아이의 이야기는 할 얘기가 많으니 아껴두었다 나중에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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