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작고 못생긴 남자랑 연애한 적이 있다.
대학 cc였는데, 친구들 창피해서 숨어 다녔다.
2년 만에 내가 차였는데, 더 수치스럽고 더 비참했다.
그때 배웠다.
키 크고 잘 생긴 남자 골라라.
외모가 좋은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훨씬 높다고 한다.
게다가 평생 같이 살 사람인데, 눈부터 행복해야 하지 않겠어?
그래서 다음 연애 상대는 키 180cm에 중국 배우 통따웨이(佟大为)를 닮은 중국인 남자였다.
말은 안 통했지만, 괜찮다.
눈으로 행복하니까.
말이 쪼금씩 통하고 나니까, 사람 진짜 괜찮다.
결혼해도 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결혼하려고 보니, 가난하단다.
이건 괜찮지 않다.
돈 없는 부부가 돈 때문에 안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결혼한 부부는 돈이 없으면 싸운다.
이건 무조건이다.
그런데 이 남자 3S 가 있다.
그래서 곰곰이 따져봤다.
서울대 출신 그리고 대기업에만 근무했던 아빠는 일을 가리며 했다.
자존심 상하면 그만뒀고, 잘나 보이는 일만 했다.
아빠가 할 수 있는 일들은 점점 적어졌고, 집은 결국 경매로 넘어갔다.
그때부터였을 거다.
"나는 초등학교만 졸업했어도 처자식을 위해 길거리에서 붕어빵이라도 팔 수 있는 남자와 결혼할 거야"
이 남자 고등학교 진학조차 탐탁지 않아 하는 가난한 집안에서 자랐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 내내 안 해본 알바가 없다.
생활력, 나의 첫 번째 기준이었다.
오토바이를 타며 컴퓨터 수리를 하던 남자였다.
그 추운 겨울에도, 그 더운 여름에도 일거리가 있는 곳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다녔다.
성실함, 나의 두 번째 기준이었다.
나는 이 남자가 다른 사람과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베이징올림픽 때, 중국 관중들의 비매너로 우리나라 선수가 금메달을 놓쳤을 때도 그는 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결혼 15년이 지난 지금도 출장을 갈 때면 나와 아이들을 위해 반찬거리를 만들어 놓고 가는 그다.
주변 사람들이 행복하면, 그는 행복하다.
선함, 나의 마지막 기준이자, 중국인 남편과 결혼을 결심한 결정적 이유다.
3 Special Things
여기서 현재의 연봉, 자산은 중요하지 않다.
물론 많으면 땡큐다. 현재의 내가 조금 편해진다.
이 남자의 100년 인생에서 나는 2년 즉, 2%만 함께 했다.
25세인 그는 최소 40년 이상 돈을 벌 기회가 있다.
이 3S 조건의 남자는 50년 동안 성공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70년 동안 나를 행복하게 해 줄 것이다.
다행이다.
그 찰나의 기준으로 그를 평가하지 않아서.
"결혼은 타이밍이다"
싫어하는 문장이다.
평생 동반자가 될 나의 배우자를 찾은 기준으로 현재의 가치 또는 현재의 연봉이 결혼의 조건이라고 합리화시키는 문장이다.
내가 평생 같이 할 S급 남자는 나를 만났을 때 단지 기반을 닦고 있을 뿐이다.
중국인 남편과 결혼한 15년 전, 돈의 가치로 그를 평가하지 않았던 나 자신에 쓰담쓰담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