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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 왕가네 May 09. 2024

꿈과 현실의 갭, 딸같은 며느리라는 환상

중국인 시어머니와의 고부갈등 


"자기네 집은 딸이 없고 우리 집은 아들이 없으니, 

상대방 집안의 딸과 아들이 되어주자!"


지금 생각하면 이 어처구니 없는 제안을 내가 했다는 사실에 헛웃음이 난다.

만으로 20대... 어렸다!


나의 시어머니는 외국 시어머니니까, 뭔가 다를거야! 

그래서 나는 딸같이 지내는 착한 며느리가 될 거야! 

철이 없었다... 


그럼에도 

중국인 남편은 정말로 아들같은 사위가 되었고, 

한국인 며느리인 나는 딸같은 며느리가 되었다.


다만, 

나는 딸같은 며느리의 기간이 길지 않았다. 








결혼 몇 년이 지나서야 중국 사투리를 쓰시는 시어머니의 말씀이 서서히 들리기 시작했다. 

한국인 며느리를 얻어서 좋겠다고 말하는 친척들에게 시어머니는 나를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얘가 복 받았지. 우리 아들 키 크고 잘생겨서 얼마나 인기 많았는데"



5년 난임 후 겨우 임신된 나에게 유산될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임신 4개월에 서둘러 혼자 한국으로 돌아왔다. 

임신 축하 한마디도 없던 시어머니는 여자아이임을 알게 된 후 한마디 하셨다. 


"아들로 바꿀 수는 없겠니?"



첫째가 역아였기에, 아기와 산모의 안전을 위해 제왕절개를 추천하셨다.

전국 자연분만율이 높은 병원의 원장님 말씀에도, 중국 시어머니는 자연분만을 고집하셨다. 


"우리 아들들도 다 역아였는데, 자연분만으로 건강하게 잘만 나왔어. 

제왕절개면 비싸지 않나?" 



"중국은 생일을 챙기지 않아. 그래서 부모님 생신 신경 안 써도 돼"

자신의 엄마 아빠 생일조차 모르는 남편은 신혼초 나에게 말했다. 

그래도 결혼 10여년, 음력 생일을 지내시는 두 분의 생일을 챙겼다. 

몇 해 전 시어머니의 친정어머니께서 내 생일날에 돌아가셨고, 참 공교롭다고 말하는 남편의 말에 시어머니는 결혼 10년이 지나서야 내 생일을 아셨다. 

"어머, 이제 너 생일이 생각나겠구나!"


물론 그 후로도 어머님은 내 생일 때 선물은 커녕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다. 

그리고 당신 아들 생일 아침에는 "여전히" 생일 축하 전화를 하신다. 



한국인인 나는 주량 이상으로 술을 마시는 남편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그게 중국 문화라 해도...

시어머니 역시 시아버님의 이런 술 문제로 자주 다투셨기에, 이번만큼은 나의 편에서 도와주실 줄 알았다

그러나 남편을 나무라기는 커녕 오히려 나를 나무라셨다.


중국인 시어머니는 

시아버지의 술버릇에는 항상 화를 내시는데, 

아들의 술버릇에는 항상 침묵하신다.



마흔이 넘어서야 꿈과 현실의 갭을 깨닫고, 

딸같은 며느리라는 꿈을 버리고, 

철저한 며느리로 살게 되었다. 








"중국 시어머니는 어때요?"


.

.

.


음...시어머니는 어느 나라나 다 똑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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