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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Mar 24. 2021

시작이 어려운 그대에게

일상에 행복을 더하는 방법

  사람들은 취미를 좋아한다. 취미 얘기가 나오면 목소리 톤이 높아지면서 신나서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고, 취미가 없는 사람들도 시간이 되면 이런저런 취미를 갖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좋아하는 마음과 달리 시작은 어려운가 보다. 하고 싶은 취미를 얘기할 때는 눈이 반짝반짝 빛나다가도, 취미를 배우는 방법이나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 소식을 전해주면 부담스러워하거나 방어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서도 마음에 걸리는지 ‘시간이 없어서’, ‘소질이 없어서’처럼 씁쓸한 표정으로 안 되는 이유를 곱씹는 모습을 보면, 의도치 않게 상대방의 불편한 부분을 자극한 것 같아서 미안해진다.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무언가가 새롭게 느껴진다는 건 잘 모른다는 뜻이고, 사람은 잘 모르는 것 앞에서 두려움과 부담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도전이 망설여지는 이유는 신체적이거나 정신적인 체력이 없기 때문일 때도 있지만, 잘하고 싶은 마음도 큰 이유인 것 같다. 나의 경우엔 그랬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아주 어릴 때부터 잘하도록 훈련받는다. 부모님은 말 좀 잘 들으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고, 학교에서는 공부를 잘하라고 배우고, 취직한 후에는 일을 잘하기 위해 야근을 하고, 심지어는 퇴근 후에도 자기 계발을 마다하지 않는다. 서점엔 대화 잘하는 법, 옷 잘 입는 법, 정리정돈 잘하는 법, 연애 잘하는 법 같은 자기 계발 서적이 넘쳐나고, 성인 교육 시장은 경제 불황에도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왜 잘해야 하는지, 꼭 잘해야만 하는지, 얼마만큼 잘하고 싶은지 고민 없이 습관처럼 잘하다 보면, 잘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잊는다.


  나 역시 20대 초반까지는 훈련받은 대로 살았다. 좋아한다고 할만한 것도, 가치관이랄 것도 딱히 없었기 때문에 선택 자체가 숙제 거리였다. 취미를 고를 때에도 내 미래에 도움이 될 만한 것, 좋아 보이는 것, 남들이 좋다는 것, 유용한 것부터 시도했다. 그중 하나가 프랑스어 회화였다. 고등학교 때 프랑스어를 제2 외국어로 배웠는데,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쉬웠다. 배워 놓으면 언젠가 프랑스에서 써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접근이 나쁜 건 아니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는 동기로는 꾸준히 하기 어려웠다. 취미생활에도 권태기가 오기 마련인데, 권태기를 극복할 의지가 부족했다. 게다가 잘하고 싶은 욕심은 나에게 예습과 복습이라는 숙제들을 부과했고, 매주 찾아오는 프랑스어 수업을 점점 부담스럽게 만들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다녔더라면 더 꾸준히 배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취미는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잘 해내야만 한다면 그것은 취미가 아니다.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잘하는 지보다 좋아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좋아하면 시간을 많이 투자하게 되고, 시간을 투자하면 실력이 는다. 그런데도 하다 보면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길 것이고, 욕심만큼 좌절할 일도 생기기 마련이다. 취미의 목적이 성취목표, 직업이나 자격증과 연결되어 있을 때는 더욱 조바심이 생긴다. 


  어쩌다가 신어 본 유리구두가 내 신발처럼 발에 쏙 맞는 일은 드문 것처럼, 한 번에 마음에 쏙 드는 취미를 찾기는 어려웠다. 특히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스스로 깨닫지 못한 상태에서는 좋아하는 취미를 찾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시행착오는 그 자체로서는 실패이지만, 동시에 나의 취향을 정제해주고 더 나은 길을 알려주는 안내자였다. 실패 후엔 원하는 것이 더 분명해졌다. 


 시작에 필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어떤 방식으로 시간을 쓰고 싶은지를 기꺼이 알아가려는 열린 마음이다. 취미에 정답은 없다. 나에게 맞는 답만 있을 뿐이다. 좋아하는 것을 잘 모르겠다면 평소에 부러워하는 것, 근사해 보이는 것에 힌트가 있다. 생각과 상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람은 경험한 범위 안에서만 생각할 수 있어서, 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잘하려고 할수록 시작은 어려워진다. 가벼운 마음으로 일단 시도할 때 새로운 삶이 열린다. 이게 아니다 싶으면 다른 길을 찾으면 되고, 처음부터 맘에 쏙 드는 취미를 만나면 나에게 일어난 행운에 감사하며 즐기면 된다. 


  새로운 운동을 시작할 때처럼, 첫걸음은 고되다. 가던 길을 더 빨리 가거나 멀리 가는 것에 비해 새로운 첫걸음은 배로 노력이 든다. 하지만 가장 시야가 넓어지고 삶이 바뀌는 것은 익숙한 것을 더 잘할 때보다 아닌 새로운 길을 가는 순간일 때가 많다. 새롭게 결을 내는 그 순간만큼은 백지상태의 나를 마주한다. 그래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은 긴장감과 흥분으로 설렌다. 


  해야 할 일이 없을 때,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그 사람의 가치관이라는 말을 들었다. 취미도 가치관의 표현인 것 같다. 고요한 삶이든, 다채로운 삶이든 스스로 가치관에 따라 살면 삶이 편안할 텐데, 생각한 대로 사는 데에도 연습이 필요한가 보다.


  취미가 있든 없든, 취미생활을 하든 안 하든, 취미가 편안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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