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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마구의 까망책방 Mar 08. 2019

[1월책서평]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뒤 늦은 첫번 째 달의 서평







 작가마다 글을 쓰는 방법은 모두 다르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경우 등장인물을 만들어 낸 후 그 등장인물이 이 상황에서는 어떻게 행동할까?라는 것을 가정하여 등장인물의 행동을 따라가며 글을 쓴다. 꼭 이렇지 않더라도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등장인물이기에 작가들에게는 등장인물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는 굉장히 어렵고 중요한 문제다. 정말 세심한 작가는 비중이 없는 작은 등장인물조차 성별, 나이, 인종, 계급, 성격 등을 고민하여 만들어 낸다. 등장인물에 따라 소설이 주는 느낌이 천지 차이며 스토리의 흐름도 달라지기 때문에 등장인물이 누구냐는 것은 소설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많은 작가들은 어린아이를 등장인물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은데, 어린아이를 등장인물로 내세우는 이유는 사람들은 보통 어린아이의 시선을 신선하게 보고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만약 늙은 노인이나 다 큰 성인이 등장인물이라면 그 등장인물이 무어라 이야기하거나 생각할 때 사람들은 "뻔한 생각이지." 혹은 "그건 좀 아닌데?"라고 거부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따분하게 생각한다. 반면 어린아이가 등장인물이라면 그 어린아이의 생각과 말에 사람들은 "신선한데?" , "아이라서 그럴 수 있지" 혹은 "어떻게 이런 어린아이가 이런 생각을 다 하지?"라고 궁금해하기도 하고 어린아이의 말임으로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에서 등장인물인 모모(모하메드)가 어린아이인 것도 작가의 저런 생각이 담겨 있지는 않을까 싶다.


 



"할아버지,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어요?"




 에밀 아자르 혹은 로맹 가리에 대해 이야기하면 너무나 많은 스토리가 있고 당신도 이미 충분히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하기에 덧붙이지 않겠다.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은 모모라는 아랍 아이의 시선으로 시작한다. 모모는 창녀의 아이들을 돌보는 것으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유태인 로자 아줌마가 데리고 있는 아이 중 한 명이다. 비록 부모는 없지만 모모는 로자 아줌마를 부모처럼 따르고 그 동네에 한데 모여 사는 하밀 할아버지, 롤라 아줌마, 카츠 선생, 은다 아메데 등등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중 자신을 돌봐 주던 로자 아줌마가 연로한 나이로 여러 가지 병에 걸려 서서히 죽어가게 되면서 이제는 반대로 모모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가며 로자 아줌마를 돌봐 주게 되고 로자 아줌마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한다. 이 몇 줄이 이 소설의 스토리의 전부이며 아주 큰 사건이나 대단한 반전은 없다.(반전이 있기는 하지만.) 이야기가 평범하다 보니 걸리적 거리는 매듭 없이 술술 읽힌다. 중심 내용도 굉장히 나이브 한 휴머니즘 소설인데, 이런 소설의 특징이 자칫하면 뻔한 감동과 진부한 신파극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신파를 굉장히 싫어한다. 언제부터 싫어했는지 모르겠지만 짠하고 한 서린 느낌이 주는 억지스러움이 어색해서다.


 어떤 소설을 지칭하지는 않겠지만 절망적인 내용, 슬픈 내용을 통해 어떠한 메시지를 주는 소설 중에는 그 절망과 슬픔을 등장인물과 그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뿐만 아니라 슬픔을 표현하기 위한 과도한 미사여구와 쉼표, 처음부터 끝까지 힘없는 주인공의 대사로 채운 것들이 있다. 이런 소설을 읽으면 기운이 빠진다. 이런 소설은 담긴 메시지를 읽어내기도 전에 등장인물과 상황이 쏟아내는 감정에 공감하느라 메시지를 잃어버린다.(나의 독서 스킬이 미흡한 탓인 것 같다.) 절망적이거나 슬픈 내용을 통해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면 독자가 감정의 늪에 빠져 메시지를 잃어버릴 정도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자기 앞의 생'에는 척박하고 슬픈 삶이 있다. 절망과 슬픈 내용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지만 독자들이 감정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캐릭터와 문장에 힘을 주었다. 문장은 신선함을 주고 화려하며 캐릭터는 진부하지 않고 머릿속에 튀어나올 정도로 생생하다. 그뿐만 아니라 곳곳에 유머를 넣어 독자들이 감정의 휴식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절망적인 내용과 슬픈 내용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작가라면 에밀 아자르처럼 독자들에게 감정이 쉴 수 있는 쉼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행복이라는 것은 그것이 부족할 때 더 간절해지는 법이니까"


 로자 아줌마가 건강을 잃기 전에 모모는 아직 어린아이다. 그러나 척박한 삶 때문인지 모모는 어린애이면서도 어린아이로서의 삶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다.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조금 보이다가도 바로 척박한 삶 속에 나타나는 어른 같은 모습들이 보인다. 그래도 어린아이인지라 방어기제 보이거나 이상한 놀이를 하고, 했던 말을 까먹고 조잘조잘 거리는 대목들이 모모가 그래도 아이임을 상기시켜준다. 모모는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아니 어른이어도 생각해볼 만한) 여러 문제에 대해 툭툭 말을 던지는데 만약 주인공이 어른이었다면 좀 다르게 받아들였을 말들이지만 모모가 어린아이기에 신선하기도 하고 충분히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가령 이런 대목이 있다.


"사람들은 항상 사람에게 보다 개에게 더 친절한 탓에 개가 고통 없이 죽는 것은 허락하지만 사람이 고통 없이 죽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



 모모의 시선에서 안락사를 보면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개가 고통 끝에 죽는 것는 것이 안타까워 사람들은 개를 안락사 시켜준다. 그러나 사람이 노인이 되어 여러 가지 병으로 고통 속에 서서히 죽음을 향해 갈 때는 안타깝지 않기에 고통받으며 죽도록 안락사를 시켜주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안락사에 대한 문제는 굉장히 심도 있는 고찰이 필요한데 나에게 모모의 시선은 신선한 발상이었다. 최근 스위스에서도 한국인 2명이 원정 안락사를 하였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이 부분은 한 번쯤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이 외에도 행복,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있는지, 시간, 삶, 주먹이 자라는 이유, 되감기 되는 영상 속 사람들 등등 모모의 색다른 시선에서 보이는 삶의 부분들이 많다. 이 부분들이 어린아이인 모모의 눈으로 보기 때문에 유머러스하고 신선하며 충분히 받아들여질만한 것 같다. (이런 부분에 대해 밤새도록 이야기하고 싶을 지경이다.)



"그때 결혼했으면 50년 동안 서로를 미워했을 거예요 그렇지만 지금 결혼하면 서로 잘 볼 수도 없고 미워할 시간도 없잖아요"




 태어나는 것은 원래 엄마가 있었겠지만 모모의 성장하는 것을 돕는 것은 로자 아줌마다. 후에 아픈 로자 아줌마가 노화할 때 그녀를 돕는 것은 모모다. 그 둘은 서로를 미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서로를 위안하고 돕고 살아간다. 노화하여 아픈 로자 때문에 모모는 힘겨운 하루를 보내지만 단 한 번도 그녀를 버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던 중 소설의 끝부분에 갑자기 모모의 아버지가 찾아와 모모를 만나게 해달라고 로자에게 요구하지만 로자는 그것을 거부한다. 모모에게 정신병자이자 볼품없는 아버지가 있다는 것을 숨기고 싶기도 하고 모모를 떠나보내게 하고 싶지 않아서다. 모모가 소설의 초반부에는 10살이라고 나오지만 갑자기 등장한 아버지로 인해 14살로 밝혀지는데 로자가 그동안 모모를 10살로 숨긴 이유는 10살이면 아직 성년이 아니기에 모모를 떠나보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이 외에 이 설정이 중요한 다양한 이유가 있다.) 뜻하지 않게 4살이나 많아져 갑작스러운 성장한 모모는 어른스러우면서도 아직은 아이와 같은 모습으로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끝까지 로자 곁을 지킨다. 주변 사람들이 로자와 모모를 위해 로자를 병원으로 옮기려 할 때도 모모는 로자가 고통 끝에 죽는 것을 원치 않아 병원에 못 가게 막고 그녀의 곁을 계속 지킨다. 로자와 모모의 사랑은 로자가 키웠기 때문에, 모모는 로자가 자신을 키워줬기 때문에 생긴 정이나 사랑이 아니다. 참혹한 삶을 살지만 서로에게 위안을 주고 서로를 아껴준 것에서 오는 말 하기는 조금 어렵지만 서로를 살아가게 만드는 사랑이다. 로자와 모모를 통해 작가는 말하고 싶다. 절망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몸부림과 결국 서로에게 위안을 주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사람에게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순해 빠지고 당연하지만 사람은 사람 때문에 살아간다. 톨스토이가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사람은 사람으로 살아간다.라고 말한 것이 바로 에밀 아자르가 모모와 로자를 통해 하고 싶은 말과 맞닿아 있다. 이 책의 배경은 프랑스이지만 모모와 로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각기 다른 종교와 인종의 사람들이다. 서로가 매우 다름에도 그들은 서로를 껴안고 위안을 주며 살아간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인종이나 종교, 사상 따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결국 로자는 죽는다. 로자는 죽고 유태인 동굴이라고 부르는 지하실에 모모가 로자를 데리고 간다. 그곳에서 모모는 로자가 부끄러워할까 봐 로자를 화장해주고 향수를 뿌려준다. 그리고 그녀가 깨어나 어둠을 두려워할까 봐 촛불을 켜고 그녀 곁을 지킨다. 모모가 로자를 계속 지킨 것은 사랑 때문이다. 그리고 사랑하기에 떠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시체 냄새 때문에 이웃들은 냄새의 근원을 찾아 유태인의 동굴 문을 부수고 그 둘을 꺼낸다. 이 책의 첫 구절에 이런 말이 나온다.



"그들은 말했다. 너는 네가 사랑하는 그 사람 때문에 미친 거야. 나는 말했다. 미친 사람만이 생의 맛을 알 수 있어"




 첫 구절의 의미는 마지막 결말 부분을 장식한다. 미친 사람만이 생의 맛을 알 수 있다. 자기 앞의 생. 이것은 로자의 생애였을 수 있고 모모에게 남은 앞의 생일 수 있다. 인간은 살아가고 살아간다. 생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생을 미화하거나 애걸복걸할 필요는 없다. 모모에게 남은 생이 아름다울지, 참혹할지는 모르겠다. 결국 모모가 알고 있는 것은 또는 생각하는 것은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래야 생의 맛을 알 수 있다. 에밀 아자르는 이런 간단한 진리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솔직히 나는 물질만능주의를 조금 가지고 있다. 예전 글에도 썼지만 인간을 살아 숨 쉬게 하는 것을 욕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욕망의 실현을 물질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을 살아 숨 쉬게 하는 것은 욕망이며 그 실현은 물질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문득문득 나의 행동이나 생각에 물질만능주의가 튀어나오면 홀로 깜짝 놀라곤 한다. 물질만능주의가 나쁘다거나 좋다는 의미에서 얘기를 꺼내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저 내가 생각하기에 인간을 살아 숨 쉬게 하는 것은 욕망이며 그 실현은 물질이지만 내가 모르게 나 자신이 느끼는 바는 인간을 살아가게 하는 것은 또 다른 인간 때문이라는 것 혹은 사랑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의 생각과 느끼는 것이 다르기에 간혹 나는 굉장히 당혹스럽다. 하지만 뭐가 맞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미성숙한 나에게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절망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으려는 인간의 몸부림 그리고 참혹한 삶을 살지만 서로에게 위안을 주는 사람들.



"제가 어릴 때 할아버지가 그러셨잖아요. 사람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고" 그의 얼굴이 속에서부터 환하게 밝아졌다.




 추가) 굉장히 나이브 한 휴머니즘이긴 하지만 분명히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책에 있고 그 메시지는 지금 현재 필요한 것이다. 이 또한 진부한 소리지만, 가장 복잡한 문제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지금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갈등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는데 에밀 아자르의 매우 전략적인 설정. 모모(아랍인)와 로자(유태인)의 이야기가 그들에게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에밀 아자르 - 자기 앞의 생 ★★★☆






*나누고 싶은 것들

1. 누군가를 사랑할 때 당신은 다른 사람이 되는가?

2. 모모와 로자의 관계

3. 작가들이 아이를 화자로 등장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4. 아이가 등장하는 다른 소설들

5. 안락사에 대해

6. 유태인과 팔레스타인

7. 자기 앞의 생에 나오는 여러 가지 문장들에 대해

(예: "노인네들에게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옛 추억이다.", "생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행복이라는 것은 그것이 부족할 때 더 간절해지는 법이니까" 등등)

8. 10살과 14살의 차이. 모모의 갑작스러운 성장

9. 아이샤, 로자, 나딘

10. 카이렘 & 인샬라

11.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는가?

12. 아르튀르(모모의 우산 친구)

13. 롤라 아줌마, 하밀 할아버지를 비롯한 등장인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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