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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명철 Sep 04. 2024

창업을 하면 자유롭게 살 수 있을까?

또 다른 구속을 만드는 사업

사업을 하면 자유롭게 살 수 있을까?



많은 직장인들이 직장생활에서 오는 답답함과 부자유함 때문에 사업을 꿈꾼다. 상사의 거지같고 부당한 업무지시에 넌덜머리가 난 직장인들은 '나 또한 사장이 되서 내 마음대로 회사를 운영할꺼야!' 라고 외치며 사업을 꿈꾼다. 정말 사업을 하면 원하는데로 자유롭게 살 수 있을까?


나는 학생때 창업하여 사업을 4년동안 하였고 현재는 밴처캐피탈리스트로 5년간 일하고 있다. 내가 사회생활 하면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투자자와 창업가이다. 창업가의 삶을 직접 살아보기도 했고 투자자로서 그들의 삶을 근거리에서 지켜본다. 아쉽게도 대부분의 창업가들은 자신이 원했던 자유로운 삶을 살지 못한다. 창업은 직장과 다른 형태의 또 다른 구속과 압박이 뒤따른다. 왜 사장이 돼서 내 마음대로 살고 싶은 창업가들이 자유롭게 원하는 것을 못하면서 살까? 



사업, 또 다른 구속의 시작


첫 번째 이유는 대부분의 창업가들은 투자를 받는다. 본인의 자금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확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투자를 받는 순간 회사는 창업가의 것이 아니고 투자자와 지분의 비율대로 공동소유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투자자는 정말 많은 감시와 관리 체계를 만들어 창업가들에게 부여한다. 창업가들은 투자를 받는 대가로 정기적으로 투자자들에게 회사의 운영사항을 보고하고 주요한 의사결정들은 투자자들과 논의하고 동의를 받아 진행해야한다. 이 업무는 절대 작지 않다. 그리고 투자를 받는 순간 창업자들은 쉽게 회사를 그만두지도 못한다. 직장인은 내가 원하면 회사를 그만둘 수는 있지만 투자를 받은 창업자는 내가 그만하고 싶더라도 그만두지 못한다. 대부분 최소 2~3년간의 퇴사가 금지되는 조항이 계약서에 있고 법인을 청산하거나 자신의 지분을 타인에게 넘길 때도 투자자의 동의를 받아야한다. 창업을 하고 투자를 받는 순간 큰 족쇄가 내 발에 채이는 것이다. 일을 그만두고 싶은데 내 마음대로 그만두지도 못한다니, 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족쇄인가?


두 번째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시간보다 하기싫은 일은 많이 해야한다. 여러가지 창업자 유형이 있지만 우선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큰 돈을 벌고 싶어서 창업을 했다고 치자. 그들은 과연 정말 자기가 원하는 일만 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시간보다 하기 싫은 일을 해야되는 시간이 훨씬 많다. 하기 싫은 일들은 뭘까? 우선 많은 회사들이 지원자금을 받기 위해 정부지원사업에 많이 신청을 한다. R&D 지원금부터 마케팅 지원금 등등 요즘은 창업기업에 대한 정책지원금들이 많이 풀려있다. 하지만 이런 지원금을 받기 위해선 여러가지 서류작업들과 보고서 작업들이 있다. 지원금의 투명한 지급과 관리를 위해서 정부에서 요구하는 자료들이 많고 이런 서류작업들에 꽤 많은 시간을 써야한다. 그리고 직원관리, 회사 시스템 수립, 세금신고, 고객사 영업, C/S관리 등등 정말 많은 업무들이 창업자를 기다리고 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 이런 업무들을 나눠서 할 직원들이 생기지만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면 또 다른 새로운 업무들이 창업자를 기다리고 있다. 내가 아는 창업자 중에 로봇 설계를 좋아해서 푸드로봇 스타트업을 창업한 대표가 있다.

그 대표는 자신이 좋아하는 로봇을 설계하기 위해서 창업을 했지만 그는 설계보다 다른 일에 쓰는 시간이 훨씬 많다.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창업을 했지만 대표가 해야되는 다른 업무에 쫓겨서 항상 지쳐있고 얼굴이 흑빛이다.



내 돈으로, 작고 가볍게



모든 사업이 하고 싶은 일보다 하기싫은 일을 더 많이 하는 건 아니다. 사업을 작게 시작하면 할수록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많이하고 하기 싫은 일은 적게 할 수 있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창업을 했다면 최대한 작게, 자신의 돈으로 시작해야된다. 남의 돈(대출, 투자자)이 내 회사에 들어가는 순간 그때는 온전히 내가 원하는 방식과 속도대로 사업을 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대출과 투자를 받고 사업을 하는 이유가 뭘까? 당장의 자유보다는 규모를 키워 큰 돈을 벌어서 경제적 자유를 얻고 싶기 때문이다. 자유를 위해 창업을 했다고 하지만 또 다시 먼 미래의 아주 불확실한 성공을 위해 현재를 저당잡혀서 사업을 하는 것이다. 


정말로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자기가 원하는대로 하고 살려면 가볍게 살아야된다. 생활도, 사업도 모두 가볍게 해야 자기가 원하는 방식대로 있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가벼운 삶만이 진정한 자유를 가져다줄지 모르겠다.


토스 이승건 대표의 강의 중 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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