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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명철 Nov 01. 2024

돌이킬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오랫동안 돈돈 거리며 살았다.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부모님이 자식은 모자람 없이 키우려고 노력하셔서 가난때문에 큰 상처를 받은 기억은 없다. 다만 집이 가난했기 때문에 부모님이 돈 때문에 고생하시는 모습은 많이 봤다. 친척들도 대부분 돈이 없어서 명절때마다 돈돈 거리며 근심과 걱정을 하였다. 그런 모습을 어릴때봐서 그런지 나는 성공하고 싶었다. 돈 때문에 구질구질하고 신세한탄하며 살고싶지 않았다.


서울에 있는 대학교로 온 뒤 나는 열심히 살았다. 1학년 1학기를 제외하고 나는 계속 돈을 벌었다. 방학때는 과외와 도서관에서 근로장학생을 했고 학기 중에는 주말에 베스킨라빈스 알바를 하며 용돈과 생활비를 벌었다. 아버지가 기초수급대상자였기 때문에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고 그래도 모자란 부분은 다른 외부장학금을 알아보고 신청해서 등록금을 최대한 마련하려고 노력했다.


군대에 다녀와서는 친구들과 창업을 했다. 운 좋게 좋은 기회로 창업을 하게 됐고 덕분에 24살때부터 돈을 벌었다. 최저시급 수준의 월급이었지만 일찍부터 돈을 벌었고 그 이후로도 계속 쉬지않고 나는 회사를 다니며 돈을 벌고있다. 


가난했던 기억때문이었을까. 돈에 대한 집착이 컸다. 그리고 돈이 없을때보다 돈을 어느정도 벌고 난 뒤에 그 집착이 더 커졌다. 힘들게 번 돈을 소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돈을 많이 벌고싶다는 열망보다는 아끼고자 하는 열망이 더 컸다. 돈을 더 버는건 어려웠지만 아끼는건 쉬워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나에게 쓰는 돈을 아끼는건 큰 문제가 안됐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까지 아끼는 건 문제였다. 데이트를 할때도 계속 생각이 났다. '이거 오늘 안먹으면 아낄 있지 않을까?', '이 선물보다 싼거 사줘도 괜찮지 않을까?', '좀 저렴한 숙소에서 자도 괜찮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데이트를 할때도 언제나 가성비를 생각했고 효율적인 방법, 아낄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그러니 해줄 있는 것들을 해줬고 남들 다 하는 기본적인 것들 또한 못해준 것들이 많다. 


시간이 지나고 돌이켜보니 후회되는 일 중에 '그때 그 괜히 썼어'는 없더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돈을 많이 쓴 것이 후회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해줄 수 있었는데 못해준 것들, 아낀다고 못해줬던 것들만 오로지 생각이 났다. 


우리는 어느 것에 후회를 할까? 아마 되돌릴 수 없는 것에 후회를 할 것이다.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헤어졌을때, 부모님이 돌아가셨을때 우리는 큰 후회를 한다. 둘 다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님에게 쓴 돈, 여자친구에게 쓴 돈을 후회하지 않는다. 돈은 나중에 어떻게든 다시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후회하며 아파하지 않기 위해선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을때 우리에게 무엇이 더 소중한지 알게 된다. 사랑, 생명은 돌이킬 수 없다.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다. 돈은 돌이킬 수 있다. 그렇기에 그만큼 소중한 것이 아니다. 무엇이 소중한지, 무엇을 더 후회할지 생각하며 살아가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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